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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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었다. 30대 직장인으로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고 지금 내 업무가 아닌 전문직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출근해서 하루 종일 하는 일은 전문적으로 하는 일인가 생각했다. 뭐 어쟀거나 <일의 기쁨과 슬픔>은 IT산업의 주무대인 판교를 상상하기도 했다. 시스템을 만들고 점점하고 직책이나 사원의 이름 대신 닉네임(이라고 해도 좋은가, ㅎ)으로 부르는 직장.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할 것 같기도 하다. 임수정과 전혜진이 주연한 드라마가 겹쳐지기도 했다. 그래도 월급은 돈이 아닌 포인트로 준다는 건, 진짜 놀랐다.

“굴욕감에 침잠된 채로 밤을 지새웠고, 이미 나라는 사람은 없어져버린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되었다고. 그런데도 어김없이 날은 밝았고 여전히 자신이 세계 속에 존재하며 출근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마주해야 했다. ” <일의 기쁨과 슬픔> 중에서

 

<잘 살겠습니다>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고 결혼을 할 생각도 없기에 현실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는데, 친구들의 입장이라면 주인공과 같은 기분일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까지 자로 잰듯 해야 할까 싶기도 했다. 빛나언니가 좀 안쓰럽기까지. ㅎ 코로나19로 결혼식과 돌잔치가 미뤄져서 경조사비에 대한 지출이 없지만 가을이 되면 또 달라지겠지.

​“빛나 언니한테 가르쳐주려고 그러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오만원을 내야 오만원을 돌려받는 거고, 만이천원을 내면 만이천원짜리 축하를 받는 거라고. 아직도 모르나본데, 여기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말이야. 에비동에 새우가 빼곡하게 들어 있는 건 가게 주인이 착해서가 아니라 특 에비동을 주문했기 때문인 거고, 특 에비동은 일반 에비동보다 사천원이 더 비싸다는 거.”  <잘 살겠습니다> 중에서

 

<새벽의 방문자들>은 무서웠다.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 혼자 사는 여성이 느끼는 두려움이 줄지만 밤 늦게 집으로 오는 골목길에서는 걸음이 빨라진다. <백한 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은 구직활동을 할 때 받았던 스트레스가 떠올랐고 나만의 버킷리스트가 생각났다. 장류진의 소설은 재밌고 단순한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단편이 아닌 장편은 어떨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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