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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ㅣ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평점 :
“은영 아빠가 나 고생시키는 게 아니라 그냥 우리 둘이 고생하는 거야.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니까 혼자 이 집안 떠메고 있는 것처럼 앓는 소리 좀 하지 마. 그러라고 한 사람도 없고, 솔직히, 그러고 있지도 않잖아.” (p.32)
우리 사회에서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점점 사라진다. 연애와 다르게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도 실감이 난다. 주변 친구들이나 뉴스를 통해 점점 결혼 연령도 늦어지고 비혼에 대한 이야기도 쉽게 들린다.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면서 남일 같지 않았다. 나와 비슷한 또래라는 이유가 가장 크다. 취업하기도 힙든 시대, 이 나라에서 여자로 산다는 건 정말 어렵다. 여자답게를 외쳤던 과거가 생각나기도 한다. 읽으면서 너무 실감하게 잘 그렸고 너무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자식에 대한 부분, 한 가정을 이루고 책임감을 함께 나눠가져야 하는데.
소설의 주인공 김지영은 평범한 여자다. 언니가 있고 남동생이 있다. 할머니는 남동생만 위했고 엄마는 일을 하면서도 살림을 잘 해내는 슈퍼우맨이었다. 언니가 대학 진학을 할 때 교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일과 여자에게 안정적인 직장, 그리고 나중에 결혼해서도 다닐 수 있는 직장.
소설을 읽다보면 통계자료가 참 많다. 통계자료를 보면서 내가 지나온 과거를 생각하게 된다. 내가 불평등의 시대를 살아왔구나, 그때 그 순간 내가 당당하게 말했어야 했는데 그런 후회가 밀려오는 부분도 있었다. 김지영씨가 소설에서 친정엄마가 되고 남편의 동기가 되는 게 단순하게 힘든 육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갑자기 이상해진 아내, 딸, 며느리를 보면서 가족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 게 있다. 과연 남동생이 이 소설을 읽으면 뭐라고 할까.
김지영 씨는 당장의 고통과 부당함을 호소하지도 않고, 어린 시절의 상처를 계속 되새기지도 않는 편이다. 먼저 쉽게 입을 열지는 않지만 한번 물꼬가 트이면 깊은 곳의 이야기까지 스스로 끄집어내 담담하고 조리 있게 잘 말한다. 김지영 씨가 선택해서 내 앞에 펼쳐 놓은 인생의 장면 장면들을 들여다보며 나는 내 진단이 성급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세상이 있다는 뜻이다. (p.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