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의 사랑 오늘의 젊은 작가 21
김세희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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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의 <항구의 사랑>을 읽었다. 재미있었다. 근데 제목이 좀 별로다.일부러 이렇게 지은 걸까. 아니면 다른 제목이면 더 멋지게 다가왔을 것 같은데. ㅎ 여고를 나와서 소설 속 여고생의 마음을 읽으면서 나도 그랬었나 생각했다. 인기가 많은 애들이 꼭 있으니까. 아,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들고. 진짜 이런 마음은 꼭 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 행동이나 습관이 다 달라보인다. 너무 멋지고 예뻐 보인다. 그 사랑이 전부인 것 같은 착각. 학창시절에 한 번쯤 해보았을 마음이다. 선생님을 좋아하거나 인기연예인을 좋아하고 친구를 좋아했던 마음이 그립다. 


왜 누군가를 사랑하면 갑자기 주변 모든 사람들이 위협적일 만큼 매력적인 존재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아름다움은 도처에 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나는 울고 싶어진다. 그들은 모두 아름답고, 모두 나의 적이다. 그들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둘러싸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들의 매력을 알아볼 것만 같아서 나는 애가 탄다. 그들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어 보인다. (p. 82)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친구가 별로라고 말하면 상처를 받았다. 친구의 마음에는 들지 않아도 상관없는데. 그때는 친구가 인정해주기를 바랐다. 아, 그 친구들 다 잘 살고 있겠지. 모두 어른이 되었고 각자의 생활로 힘들겠다. 직장에 다니고 아이들을 키우고 살림하느라. 그래도 친구들과 이 소설을 읽으면 좀 기분이 이상할 것 같은 마음이다. 김세희의 이 소설을 읽으면서 교복도 생각나고, 급식이랑 학교 앞 분식점이랑 다 생각났다. 코로나로 만나지도 못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ㅎ 요즘 고등학생들도 이럴까. 아이돌을 좋아하는 마음이랑은 조금 다를까. 하긴 나도 방탄 팬인데. 벚꽃이 피기 시작하고 마음이 싱숭생숭한데 이런 소설까지 읽어서 더 그렇다. 예쁜 사랑을 하는 드라마에 마음을 달래야겠다. 


한 번도 실제로 본 적 없는, 따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고 친해질 수도 없는 애인이었다. 자기가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다들 그런 애인을 한 명씩 갖고 있었다. 한번은 민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우리가 사랑하는 오빠가 진짜 그 오빠가 맞을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사람일 수도 있겠지. 우리가 보는 모습은 대중을 상대로 만들어진 거니까. 화려하고 매끈매끈한 표면이니까. 그 이면에 어떤 성격이 감춰져 있는지는 알 수 없지.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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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겨울 2020 소설 보다
이미상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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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영의「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가 궁금해서 주문했다. 이 단편이 젊은작가상도 수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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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김금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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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었다. 아직 작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어떤 소설이 좋은 소설인지 모르지만. 김금희의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가 가장 궁금했고 좋았다. 작가의 작가노트를 읽는 일은 왠지 작가랑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서 더 좋다. 


은희경의 소설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는 미국에 있는 친구 민영을 만나러 간 승아가 느끼는 속상함이다. 소설에서 승아는 정규직 전환이 안 되었다. 속상한 마음에 친구를 찾아 떠나는데. 현실은 인스타그램과 달랐다. 민아의 인스타그램은 행복하고 즐거워보였는데.


여기서 오래 혼자 살다보면 그냥 친절한 건지 특별한 감정인지 잘 구별 못하게 돼. 자기들끼리 선을 그어놓고 그 바깥에 있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보이려는 사람들이 좀 있거든. 그건 어디 살든 마찬가지 아냐? 승아가 대꾸했다. 다음 순간 승아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올랐다. 그럴 때면 말야. 왜 얼마 동안 어디에를 생각해봐. 거기에 대답만 잘하면 문을 통과할 수 있어. (은희경,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


권여선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도 운전을 해서 엄마랑 여행을 가서 맥주도 한 잔 마시면 좋겠다 생각했다. 엄마와 딸은 친구같다고 하는데 엄마랑 나는 어떤가. ㅎ 어서 코로나가 종식되야 할 텐데.


엄마 보면 날 사랑하는 거 맞아. 날 사랑해서 힘든 게 보여. 나도 엄마 사랑해. 그래서 힘들어. 근데 엄마, 내가 머리가 나빠서 잘 모르는 거야? 사랑하는 게 왜 좋고 기쁘지가 않아? 사랑해서 얻는 게 왜 이런 악몽이야? 사랑하지 않으면 이렇게 안 힘들어도 되는데, 미워하면 되는데, 왜 우린 사랑을 하고 있어? 왜 이따위 사랑을 하고 있냐고. 눈물도 안 나오고 숨도 못 쉬겠는, 왜 이런, 이런 사랑을 하냐고. (권여선, 실버들 천만사)


정한아의 <바다와 캥커루와 낙원의 밤>, 제목이 길다. 대학 강사인 엄마, 그리고 딸의 이야기. 권여선의 소설에서도 딸과 엄마의 관계가 등장한다. 입장은 다르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게 어려워 보임. 아무튼 정한아의 소설은 처음 인 것 같다. 최은미의 소설은 표지가 예뻐서 구매한 기억. ㅎ <어제는 봄>은 근데 에상하고는 다른 소설이었다. 기준영은 처음만났다.


소설을 읽을 때 작가가 어떻게 이런 소설을 썼을까 궁금하다. 그런데 2020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으면서 그런 궁금증이 좀 풀렸다. 작가노트랑 리뷰가 있다. 소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작가노트가 더 좋다. ㅎ김금희의 소설에 대한 김화영의 글이 더욱 인상적이다. 이런 글을 읽은 게 이 책의 묘미구나. 


그것은 아마도 “너는 어디서 왔니?”라는 질문에 “나는”이 아니라 일인칭 복수의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라는 대답을 제목에 올려 한 세대의 열정, 사랑, 좌절 그리고 그 좌절을 통한 성장을 증언하고 확인하는 이 아름다운 소설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김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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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소설, 향
김이설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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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설 작가의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을 읽었다. 김이설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익숙한데 소설은 많이 읽지 않았다. <환영>을 읽고 놀랐던 것 같다. 그 뒤로는 소설에 나오는 식당에 갈 일이 생기면 괜히 마음이 이상했다. ㅎ 이번에 읽은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은 밀리의 서재에서 먼저 나왔다. 출퇴근에 소설을 들거나 일하면서 들어도 좋겠다. 나는 아직 해보지 않았다.

이 소설에는 시를 쓰고 싶은 여자가 나온다. 나보다는 나이가 많지만 그냥 아는 언니처럼 느껴진다. 집안에서 살림을 도맡아 하면서 글을 쓰는 걸 생각한 적이 없다. 취직을 위해 공부를 할 때 집에 있으니 다른 일을 해야 할 때가 많았는데 그때 생각도 났다. 조카 둘을 키우는 것도 잘 모르겠다. 주변 친구의 육아를 짐작할 뿐. 남편의 폭력을 피해 친정으로 온 동생이 일을 하고 부모님도 모두 일을 하니 주인공이 조카를 돌보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잠깐이라면 모를까.


나 혼자 애쓴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나 혼자 바르게 산다고, 나 혼자 제대로 산다고 해서 변할 리가 없었다. 나는 누구보다 분리수거를 철저하게 하고,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집안일을 했지만 나의 노력은 너무 쉽게 보잘것없는 것으로 전락되었다. 내가 식구들의 일상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것에 화가 났다. 그게 잘 참아지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상황이었을 뿐이었다. 내가 들인 노력에 적당한 대가를 받고 싶었다. 대가란 고생한다고, 수고한다고, 그래서 고맙다는 마음이면 되었다. 말뿐이어도 좋으니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길 바랐다. (p. 37)

그래도 동생이 아닌 주인공이 독립을 하는 결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헤어졌던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도. 소설에 나오는 목련빌라도 어딘가 있을 것 같았다. 혼자만의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소설에 등장하는 시도 좋았다. 나중에는 시집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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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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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고양이를 버리다>를 읽었다. 무척 얇고 작은 책이었다. 손에 쏙 들어가서 출퇴근길에 다 읽었다. 처음엔 제목만 보고 좀 의아했다. 내가 알기로는 하루키에게는 반려묘가 있는데 고양이를 버리다니. 무슨 말이지? 은유적인 제목인가 싶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하루키가 어렸을 때 아버지와 고양이를 버리러 갔는데 집에 돌아오니 그 고양이가 집에 돌아와 있었다고 한다. 고양이도 귀소본능이 있나? 버린 고양이가 집에 왔으니 운명이라고 여기고 고양이를 키웠다고 한다. 하루키의 소설을 몇 권 읽고 산문집도 읽었다. 다른 책에서는 음악, 재즈, 술, 여자 이런 이야기가 많은 걸로 기억한다. 가족에 대해서는 처음인가 싶은데.






제목은 <고양이를 버리다>지만 책 내용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고양이를 버리러 간 기억부터 하루키가 알고 있는 아버지에 대해 쓴 책이다. 하루키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은 것 같지는 않았다. 보통의 아버지와 아들처럼 그랬나 보다. 지금 하루키 나이가 70이 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동생이랑 아빠는 사이가 좋은가. 한 번 물어와야겠다. 하루키의 아버지는 전쟁에 직접 참전했다. 자발적인 참전은 아니고 징집이라고 하나. 한 번도 아니고 무려 세 번. 전쟁은 정말 무서운 거란 생각이 든다. 나는 책에서만 본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그 이후의 전쟁에도 나간 거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마도 우리는 모두, 각자 세대의 공기를 숨 쉬며 그 고유한 중력을 짊어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틀의 경향 안에서 성장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것이 자연의 섭리다. 마치 요즘 젊은 세대 사람들이 부모 세대의 신경을 일일이 곤두서게 하는 것처럼. (p. 62)


책에서 보면 하루키의 아버지가 전쟁에 대해 잠깐씩 들려주는 부분은 진짜 옛날이야기 같다. 왜 세대 차이를 느낀다고 하는지 좀 알 것 같다. 우리 아빠나 엄마도 자신이 살았던 시대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은 너무 좋은 시대라고 말한다. 하루키도 어렸을 때나 젊었을 때는 아버지와 세대 차이가 심했을 것 같다. 가족 이야기를 책에 쓴 걸 보면 이제는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 같다. 작가 후기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오래전부터,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언젠가는 문장으로 정리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좀처럼 시작하지 못한 채 세월이 흘러갔다. 가족에 대해 쓴다는 것은 (적어도 내게는)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고, 어디서부터 어떤 식으로 쓰면 좋을지 그 포인트가 잘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에 걸린 가시처럼 그 짐이 내 마음에 오래도록 자리하고 있었다. (p.96 )


하루키가 기억하는 아버지에 대해 그냥 쓴 게 아니라 책을 보면 자료 조사를 꽤 열심히 했다. 전쟁에 대한 부분과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혼에 대한 부분도. 하루키의 어머니에게는 음악 교사인 약혼자가 있었다. 그도 전쟁에 나가 전사를 했다. 어머니의 약혼자가 죽지 않았다면 아버지와 결혼하지 않았고 그러면 자신도 태어나지 않았고 소설가도 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 아, 유명 작가도 이런 생각을 한다니 의외였다. 마찬가지로 나도 엄마와 아빠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지금 세상에 없다. 부모님에 대해 그냥 당연한 존재로 여겼는데 묘한 기분이 든다. 하루키의 이 작은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텐데.


처음에 왜 고양이를 버렸을까 궁금했는데 다 읽고 나니 하루키의 아버지가 참전한 전쟁, 역사,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상황까지 많은 걸 포함한 책인 것 같다. 책 속 곳곳에 귀여운 일러스트가 있는데 이 책을 잘 설명해 준다. 어린 하루키와 아버지의 모습, 고양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작고 얇은 책인데 오래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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