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 우리는 조금 부스러지기는 했지만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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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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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는 이번에 동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하니 대단한 소설일 것 같았다. 그런데 제목 때문이지 보자 마자 몇 몇 연예인에게 교회 오빠 같다는 별명이 생각났다. 교회를 다닌 적이 없어서 교회 오빠에 대한 이미지가 없다. ㅎ 모든 사람에게 우선은 친절한 사람인가, 어떤 오빠가 교회 오빠라는 걸까. 소설을 읽어도 잘 모르겠다.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뉴스에서 접했던 사건도 있었고 나와는 상관없지만 이웃의 이야기도 있었다.

 

재미있었던 건 소설에서 주인공의 이름이었다. 진짜 강민호나, 박창수, 한정희가 실존인물이 아닐까 궁금했다. 아닐수도 있겠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불편했다. 뭐랄까. 아무도 모르게 비밀로 간직하고 싶은 에피소드를 세상에 공개한 것 같다고 할까.  중고 사이트에서 작가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 판매자와 직거래로 만나는 에피소드인 「최미진은 어디로」는 작가들도 중고 사이트를 검색할까,  궁금해졌다. 리뷰를 읽는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있지만 설마 중고 거래를 할까.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속 이런 문장은 편혜영의 <선의 법칙>이 생각났다. 제목처럼 무척 흥미로운 소설이었지만 나한테는 좀 힘들었다. 무심코 내뱉는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게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니. 참 어려구나.

 

우리는 저마다 각기 다른 여러 개의 선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하나의 선으로만 보려는 것은 그 사람 자체를 보려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을 보고 있는 자기 스스로를 보려는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의심을 하게 될 때가 더 많아졌다. (p.132「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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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이 식사할 시간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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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기 위해 거짓 웃음을 짓고, 또 사랑을 거절하기 위해 거짓 울음을 흘릴 나이가 되면 혜주도 나와 봉수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 애 역시 언젠가는 제 부모를 닮아 나쁜 어른이 되고 또 제 아이를 착한 아이로 기르려 애쓰다 늙어 죽을 게 뻔하다. (<있던 자리>중에서)

 

강아지 가면을 쓴 꼬마와 강아지가 노는 표지와 ‘개들이 식사할 시간’이라는 독특한 제목에 끌렸다. 강지영의 소설은 처음 읽었다. 소설집 전체적으로 묘한 분위기다. 스릴러 같기도 하고 미스터리 같기도 하다.

 

표제작 <개들이 식사할 시간>은 주인공 강형이 어머니의 죽음을 듣고 고향으로 향한다. 소식이 끊긴 어머니가 그동안 재혼을  했고 치매에 걸렸다는 걸 알게된다. 어린시절 기억과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강형은 몰랐던 채로 사는 게 더 좋았을까. 잘 모르겠다.

 

대기업의 공장이 들어서고 그 뒤로 세눈박이 아이가 태어나는 <눈물>은 섬뜩하다. 세 번째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귀한 보석이 되고 비싼 값에 팔린다니.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무서운 상상이다. 산업 폐기물로 오염된 환경과 위험물질에 노출되어 암 발생이 높은 마을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저절로 떠오른다. 인간의 욕심이 향하는 곳이 어디까지 일까.

 

자신의 정체성을 숨긴 채 은행원인 남자와 결혼한 트랜스젠더의 이야기 <거짓말>은 짠한 소설이다. 여자로 살기 위해 호르몬 주사를 맞고 재수술을 하기 위해 빚은 점점 늘어나고 결국 이혼의 원인이 된다. 이혼하는 날 여자는 생뚱맞은 말을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했던 거짓말은 선의의 거짓말은 아니었을까. 만약 여자가 남편에게 처음부터 모든 걸 고백했다면 둘은 사랑할 수 있었을까.

 

은 아내가 더 젊은 모습으로 돌아오는 <스틸레토>는 신비하고 기이하다. 거기다 내기에 졌다고 진짜 사표를 낼까 싶은 영업사원이 등장하는 <이상하고 아름다운>에서는 신선이 나온다.  인생 한방이라고 생각하는 남편 때문에 친정은 망하고 가스비를 낼 돈도 없는데 정신을 못차리는 <있던 자리>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잘 살고 싶은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화가 난다. 현실을 똑바로 보고 살아야하는데. 

 

9편이 모두  무서운 스릴러 같다가도 판타지 같은 이야기로 채워진 소설집이다. 인간은 끝없이 탐욕하고.욕심을 위해 비밀을 만들고 거짓말을 일삼는다. 가면을 쓴 표지 속 인간은 소설 속에만 있는 게 아닐 거라는 생각에 씁쓸하다.  강한 인상을 안겨주는 소설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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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E. W.
김사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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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시대에 맞는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새로운 세계에 걸맞은 환상이요.

 

김사과의 소설은 처음 읽었다. 잘 모르겠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재미가 없냐고 묻는다면 재미는 있었다. 재미있게 읽었다. 오손그룹 손자 정지용도 흥미로운 인물이고 그의 아버지 정대철 회장도. 집안끼리 정해준 정략결혼의 상대 최영주는 마마걸 같았다. 엄마가 하라는 대로 다 하는. 드라마 속 재벌2세나 3세의 이야기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정지용와 최영주는 결혼후 신촌생활을 오손그룹이 세은 메종드레브에서 시작한다. 정지용은 딱히 하는 일이 없고 최영주도 뭐 그렇다. 메종드레브는 대단한 주상복합아파트였다. 999대의 CCTV가 있고 수천개의 디지털 센서가 있다. 아무나 입주할 수도 없다. 이하나가 메종드레브에 입주한 건 하늘의 별따기, 성공한 인생이었다. ​ 인터넷BJ 이하나와의 불륜도 드라마랑 다를게 없다. 색다르다면 최영주가 정지용을 상대하는 방법이다.

 

“차가운 현실에 눈을 꼭 감은 채, 오류들을 높이 쌓아 올리는 길만이 유일하게 그녀가 파괴되지 않은 채 이 악몽을 통과하는 길이다. 따라서 그녀는 오판을 밀고 나갈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안다고 믿는 것, 자신이 투쟁한다고 믿는 대상, 자신이 행한다고 믿는 전략, 그 완전히 잘못된 것들을 손에 쥔 채로 나아갈 것이다.” (p. 213)

 

최영주가 남편의 일로 시아버지 정대철과 친정엄마에게 상의를 하려고 만났는데 시아버지도 친정엄마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재벌의 세계에서는 그냥 그런 일인가. ㅎ 좀 섬뜩하고 그랬다.이하나에게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도록 조언하는 성공자도 희한하다. 조금 궁금한 건 갑자기 사라진 성공자가 어디서 어떻게 사나다. 정지용이나 최영주에 의해 제거(?)되었을까. ㅎ 암튼 김사과의 소설 <N.E.W.>은 많이 이상하고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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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여름 2018 소설 보다
김봉곤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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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을 자주 읽지만 단편집을 다 읽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번에 구매한 <소설 보다>는 네 편만 있어서 다 읽을 수 있었다. 가격도 착해서 다음에 가을- 겨울 편이 나오면 또 읽으려고 한다. 조남주의 <가출>을 제일 먼저 읽었는데 아버지가 가출했다란 문장이 처음이어서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생각나기도 했다. 이번에도 잃어버린 아버지에 대한 사부곡(?)인가 짐작했는데 아니었다. 아버지는 자발적으로 집을 나가서 잘 지내고 있다. 가출한다고 메모를 남겼고 엄마는 남들보기가 부끄러워 바로 자식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아버지는 왜 가출했을까. 그 이유가 궁금했지만 소설이 다 끝날 때가지 잘 모르겠다.(나만 모르는지도, ㅎ)아버지를 찾느라 수소문을 한다. 엄마랑 오빠들도 처음엔 아버지를 걱정하다가 그냥 잘 지낸다. 아버지가 처음부터 안 계셨던 것 같이 주말마다 엄마가 해주신 음식을 먹고 잘 지낸다. 조남주 작가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소설을 다 읽고 거실에 계신 아빠가 만약 사라진다면(그럴리는 없겠지만) 어떨까. 무서울 것 같다. 걱정도 되고. 아님 소설처럼 엄마랑 남동생이랑 셋이서 잘 살지도...

 

지리산을 오르고 제주 바다를 구경하고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며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거리를 걷는 아버지를 생각한다. 아버지 없이도 남은 가족들은 잘 살고 있다. 아버지도 가족을 떠나 잘 살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 언젠가 아버지가 다시 돌아오면 아무 일 없다는 듯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가출>)

 

 김혜진의 <다른 기억>도 괜찮았고 정지돈의 <빛은 어디에서나 온다>는 난해하고 어려워서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ㅠ.ㅠ 김봉곤의 <시절과 기분>은 말랑말랑한 연애소설 같았다. 남자 작가인데 여자처럼 섬세한 느낌. 인터뷰를 내용을 읽고 나니 소설이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김봉곤 작가가 여름에 사용한다는 향수를 나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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