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만든 사람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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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의 소설집 <눈으로 만든 사람>을 읽었다. 제목만 보고는 눈사람을 생각하고 겨울에 어울리는 이야기일까 혼자 기대했다. 그런데 아, 너무 아프고 슬픈 단편이었다. 검색을 해보니 상도 많이 받았다. 최은미의 소설을 많이 읽은 건 아닌데 이번 소설집을 읽으면서 소설을 쓸 때 마음이 어땠을까 싶었다. 이 소설집에는 과거의 상처가 많다. 그 상처로 현재 힘든 시간을 보내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용서라는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은 이야기다. <보내는 이>, <우리 여기 마주>, <11월행>이 좋았다. 


미혼이라서 <보내는 이>의 마음을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매일 만나던 사이가 갑자기 이사를 가버리면 슬플 것 같다. 어디로 가는지, 아무 말도 안 해주면 그 동안 보내 시간이 뭔가 싶고. 코로나 사태의 자영업자의 현실이라고 할까. <우리 여기 마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잘 해보려고 시작한 일이 코로나 때문에 엉망이 되고 속상한 경우를 많이 들었다. 운동이나 취미로 배우던 일들도 코로나가 시작된 2020부터는 중단했으니까. 


일 때문에 가족들한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은 그 기분. 일을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수렁에 빠지는 그 기분. 그건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동안 지긋지긋하게 반복됐던 감정이었고 십 년 가까운 시간 동안 경험과 체념이 쌓이면서 조금씩 뭉개가던 감정이기도 했다. 어쩌면 맞춰가고 있다고 믿었던 일과 가사와 육아의 균형을 2020년 봄은 다시 원점으로, 원점 그 이전으로 밀고 가고 있었다. (<여기 우리 마주>중에서 )


모녀 삼대가 수덕사로 가는 <11월행>은 수덕사에 엄마랑 다녀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에 엄마랑 해외여행을 다녀온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운내>는 가장 어려웠다. 잘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의 소설집은 아니었지만 최은미의 단편이 나오면 궁금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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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전하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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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나왔다. 올해도 구매했다. 작년에는 이슈가 있었던 책. 이번에는 내가 모르는 작가가 많았다. 가장 최근에 읽은 김혜진의 단편이 있었다는 게 전부다. 대상 수상을 한 전하영의 이름은 들었는데(다른 책에서) 읽지는 않았고, 김멜라, 김지연, 한정현. 여성 작가인 것 같다. 올해는 또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김멜라의 소설을 제일 먼저 읽었다. 김멜라, 아마도 필명일 것 같았다. 아닐까. 김멜라란 이름이 신기하면서도 친근하다. 소설에서 나오는 등장인물의 이름도 독특하다. 닉네임이라고, 별명으로 불린다. 주인공인 체와 앙헬, 대니. 대학시절 동아리에서 만난 그들의 사연이다. 체와 앙헬, 대니. 이름이 재미있다. 소설은 재미있다고 할수는 없을 것 같고. 두 명의 여자, 선후배사이지만 그 이상의 우정과 사랑이 있는 것 같다. 


저에게 소설쓰기는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블랙홀처럼 현실을 빨아들이는 그 질문의 소용돌이를 표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식이 제게는 소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허구, 가짜라는 소설 양식의 암묵적인 약속이 저에게 숨쉴 틈을 줍니다. - 김멜라- 작가노트. 


젊은작가 수상작품집이 좋은 건 작가노트가 있다는 것. 작가가 자신의 소설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 조금이라도 소설을 이해하는데 도음이 된다.  김멜라가 어떤 자세로 소설을 쓰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대체적으로 이번 작품은 다 어려웠다. 서이제나 한정현의 소설은 진자 어렵다. 나만 어려운가. 내년에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구매할 것 같은데 내년에는 올해보다 좀 더 쉽고 재미있었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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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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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p.14)


최은영의 장편소설 <밝은 밤>을 읽었다. 단편집도 좋아했는데 장편도 좋았다. 엄마와 할머니, 그리고 증조할머니에 대한 이야기였다. 할머니와 외할머니와 같이 지낸 적이 있어서 주인공 지연이 외할머니와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낸 게 조금 이상했다.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연을 끊는다는 게 이런건가 싶고. 


지연은 이혼하고 희령이라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곳에서 외할머니를 만났다. 외할머니와 친구처럼 조금씩 친해지는 게 인상적이었다. 친구네 집에 가듯 놀러가고 차를 마시고 할머니가 해주는 음식을 먹고 옛날이야기를 듣는다. 진짜 어렸을 때 들었던 옛날이야기 듣는 기분이었다. 


4대에 걸친 여성의 삶이 아팠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고 할 생각도 없어서 그런가. 지연의 이혼에 대해 엄마가 하는 말들은 상처로 남을 것 같다. 나는 잘 모르는 시대, 그때 살았던 삼천과 새비의 우정은 참 대단한 것 같다. 그리고 전쟁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원하지 않는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살아가야했을 외증조모와 할머니. 그들을 도와준 사람들. 한국사회의 여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엄마와 돌아가신 두 할머니에 대해서도 조금 다른 생각을 갖는다. 최은영의 소설을 계속 읽을 것 같다. 좋은 문장도 너무 많아서 밑줄을 그은 곳이 많다. 친구에게도 좋은 소설을 알려줘야겠다. 


우리는 둥글고 푸른 배를 타고 컴컴한 바다를 떠돌다 대부분 백 년도 되지 않아 떠나야 한다. 그래서 어디로 가나.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우주의 나이에 비한다면, 아니, 그보다 훨씬 짧은 지구의 나이에 비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너무도 찰나가 아닐까. 찰나에 불과한 삶이 왜 때로는 이렇게 길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참나무로, 기러기로 태어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째서 인간이었던 걸까.(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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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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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작가의 <82년 김지영>은 영화로도 보고 소설로도 읽었다. 나도 그 언저리 출생이라 무척 공감가는 게 많았다. 남동생과 크게 차별을 받지 않았지만 그래도 시대적 차별이라는 게 있으니까. 이번에 읽은 <우리가 쓴 것>은 단편집이다. 다른 테마소설에서 <현남 오빠에게>, <가출>, <여자아이는 자라서>는 읽었다. 이번에 새로 읽은 단편은 <매화나무 아래>, <오기>, <미스 김은 알고 있다>, <오로라의 밤>, <첫사랑>이다. <미스 김은 알고 있다>는 비슷한 제목의 드라마가 생각났고 약간 분위기도 비슷한 것 같았다. 여정 직장인의 비애라고 하면 맞을까. 아, 속상하다.


“미스 김은 정규직도 아니고 하는 일도 불분명하고 월급을 얼마나 줄지도 모르는 자리에 올 정신 나간 인간이 어디 있겠냐고 악담을 퍼부었지만 이력서는 넘치게 들어왔다. 그리고 선택받은 단 한 명의 정신 나간 인간이, 바로 나다.”(p.136)


<오기>는 작가의 실제 경험일까 한는 마음이 들었다. 페미니즘에 대해 얼마나 많은 질문과 비난, 악플이 달렸을까. 소설로는 재미있게 읽었다. 아직 미혼이고 결혼을 언제 할지 몰라서 <오로라의 밤>은 완전하게 이해하기은 어려웠다. 엄마도 지금까지 일을 하고 계시지만 완전한 워킹맘까지는 아니고. 엄마와 할머니가 여행을 가서 오로라를 보는 장면은 무척 좋았다. 나도 엄마랑 언제 그런 여행을 갈 수 있을가. 아, 우선은 코로나가 끝나야 가능하겠지.  코로나 상황을 코믹하게 담은 <첫사랑>은 웃음이 나면서도 요즘 초등학생도 참 힘들겠다 생각이 들었다. 박에 나사서 놀지도 못하고 코로나로 학습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을 아이들은 얼마나 이해할까. ㅠ,ㅠ 여성의 이야기를 한 권으로 풀어낸 소설집이었다. 나와 엄마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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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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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의 단편집 <일의 기쁨과 슬픔>을 재밌게 읽었다. 직장인의 고민과 솔직한 마음이 잘 보였다. 첫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도 역시나 술술 읽혔다. 가상화폐에 대해 뉴스에서 많이 들었지만 잘 몰랐다. 일론 머스크가 생각나는 정도였다. 이 소설에서 은상이 설명하는 이더리움을 직접 검색해보기도 했다. 사실, 검색해도 잘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나는 주식을 하지 않고 직장상사가 추천하는 부동산 경매도 하지 않는데. 가상화폐가 살짝 궁금해졌다. 그런데 요즘은 뉴스에서 제법 심각하게 나오느 걸 보면 조심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소설에서 다해, 은상, 지송은 단짝이다. 같은 과에서 근무하는 건 아닌데 이렇게 친해질 수도 있구나. 또래가서 가능하다. 아, 나도 직장에서 단짝이 있었으면. 내가 근무하는 직장의 평균연력은 너무 높고 높다. 점심도 혼자 먹기 힘들고. 요즘처럼 코로나 시대라서 더 힘들다. 직장생활의 묘미는 동료인데. 상사 흉도 보고 새로운 정보도 서로 공유하고. 


아, 진짜 월급만으로는 살 수가 없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고 엄마에게 해주고 싶은 것도 많은데. 월급은 너무 적다. 장류진의 소설에 등장하는 20~30대 직장인의 모습이 남일 같지 않다. 이 기회에 주식계좌를 만들어야 하나. 역시 재산은 부동산이라고 하는데 청약에 기대를 걸어볼까. 나도 더 좋은 세상, 더 좋은 것들을 누리고 싶다! 한 번도 복권을 사지 않았는데 이제는 복권이라고 사야할까. 


우리, 같은, 애들. 난 은상 언니가 ‘우리 같은 애들‘이라는 세 어절을 말할 때, 이상하게 마음이 쓰리면서도 좋았다. 내 몸에 멍든 곳을 괜히 한번 꾹 눌러볼 때랑 비슷한 마음이었다. 아리지만 묘하게 시원한 마음. 못됐는데 다름 아닌 나 자신에게만 못된 마음. 그래서 다 용서할 수있을 것만 같은 마음. (p. 193)


“야! 니가 그럴 자격이 왜 없냐? 그럴 자격 있다. 누구든 좋은 걸, 더 좋은 걸 누릴 자격이 있어.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어. 너도, 나도, 우리 엄마도. 그건 다 마찬가지인 거야. 세상에 좋은 게, 더 좋은 게, 더 더 더 좋은 게 존재하는데, 그걸 알아버렸는데 어떡해?” (p. 194)


흙수저를 벗어날 수 있을까. 은상언니처럼 일찌감치 돈에 눈을 뜨지 못했는데. 너무 늦은 게 아닐까. 아, 직장인의 고달픔이여. 소설이 행복한 결말이라 좋았다. 실제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까 싶지만 그래도 소설에서는 모두가 만족스러운 일이 일어나서 다행이다. 이제 달을 볼 때마다 장류진의 <달까지 가자>란 소설이 생각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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