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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3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기풍 ㅣ 미생 3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미생3편을 읽고서
이제 14개월 아이를 아내와 함께 키우며 책을 읽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즐겨왔던 독서였고, 책 읽기와 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체력적인 한계는 있기마련.
아이를 재우고, 오후에 도착한 미생3편을 집어들었다.
결국 오늘 밤잠은 다 잤다. 이제 새벽을 향해가는 이 시간 책 한권을 다 읽었다.
결코 만화라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든게 아니다.
현실속 샐러리맨, 이제 몇 번째인지도 모를만큼 신입사원들과 함께 했지만 그들을 도통 알수 없었다.
이 책 하나에서 또 다시 새로운 신입사원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기에 탐독했는지 모른다.
미생3편, 바둑에 관한 만화인줄 알았다.
참고로 난 바둑을 모른다.
어릴때 접해보긴 했지만 도통 흥미가 없었다.
몇 번의 시도와 대국을 둬 봤지만 이건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마도 머리가 나쁜 탓보다는 성격상 진중함이 떨어졌을꺼라 생각된다.
미생 : 바둑돌을 두 집(두 눈)을 만들어야 완생이라 말한다. p229
한 집은 네 개의 돌이 에워싸야 만들 수 있고, 그런 집이 두개 이어져야 비로소 완생이 되는 것이다.
아직은 불안한 존재였던 미생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만화책.
그래서 부제가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로 붙여졌나 모르겠다.
저자는 윤태호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1969년 광주 태생, 허영만 사사. 이끼라는 만화가 대표작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미생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우리 만화에 선정된 작품이다.
기보해설은 박치문 중앙일보 바둑전문기자.
만화의 각 장을 시작할 땐 반드시 나오는 기보가 있다.
제1회 응씨배 결승 54번기 제5국.
네웨이핑 9단(중국)과 조훈현9단(한국)의 대국인데 짧게 해설이 덧붙여진다.
이게 바로 만화에서 연결되는 그 장의 핵심이다.
위즈덤하우스에서 출판되었다.
이미 1편은 착수, 2편은 도전, 그리고 3편은 기풍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출판사는 대한민국의 모든 직장인의 인생 교과서란 타이틀을 달았다.
출판사는 프로바둑기사를 꿈꾸던 장그래가 입단에 실패하고 종합상사에 입사해회사라는 새로운 판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만화로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미생을 읽으며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위로받는 독자들은 장그래에게 응원을 보내는 동시에 자신의 삶에도 파이팅을 보내고 있다 고 말한다.(책 날개에서)
장그래(yes. jjang)는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 오과장은 장그래 상사로 언제나 충혈된 눈.
김대리는 장그래 부서원으로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사고의 소유자.
입사동기는 안영이, 장백기, 한석율이 있다.
안영이는 일잘하는 신입을, 장백기는 모범생타입, 한석율은 뺀질이타입을 설명한다.
이외에 중간중간 등장하는 사내 요소요소 인간군상들의 모습이 친근함을 더한다.
첫 출근으로 시작하는 이야기.
p11. 말하지 않아도 행동이 보여지면 그게 말인거여. 어른 흉내 내지 말고 어른답게 행동해라.
장그래의 첫 시작은 어머니의 잔소리처럼 보이지만 인생의 철학을 이야기해주는 대목부터 시작한다.
안녕하십니까?
내가 하는 첫 인사였지만 다들 무심한 듯 처다보기만 할 뿐 대꾸는 없던 내 첫 출근모습이 오버랩된다. 장 그래는 그나마 여유로워보인다. 나름 인턴을 겪었기 때문일까? 직장에서 삶이 참 당차다.
씩씩하게 인사하며 시작하는 하루 하루.
무지 커 보이던, 어렵게 느껴지던 상사들이 어느새 친근하게 다가오고 편해지는 건 세월의 연륜이 쌓여서일까? 인턴과 직원차이가 장 그래를 보면서 새삼 느낀다.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과정을 겪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안삼아 본다.
선배님 더 시키실 일이 없나요?
나를 당혹케 한 여자신입(인턴)의 한 마디가 아직도 뇌를 흔든다.
안영이 처럼 당착 녀셕이라면 정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을 듯 보인다.
신입교육 후 멘토멘티처럼 선임선배가 후임을 챙겨줘야 하지만 막상 업무를 내맡기는게 영 어설프다.
그래선지 업무를 안주거나 잡무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허나, 스스로 기획서를 디밸롭하는 신입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인턴은 배우는 게 목적이라 시키는 일 받아 잘하면 되지만, 우린 직원이잖아요. 자기가 할 일을 결정할 수도 있는 거죠p49.
안영이의 한 마디가 참 가슴을 콕콕 찌른다. 이런 자세로 업무를 해야 하는거구나를 새삼 느껴본다.
p94-101
기획서를 쓰는 이유는 , 계속 여러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물론 그 기획서에는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설득시킬 수 있는 확신(책임감)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
책에 밑줄 긋는 이유는 강조와 메모, 기억, 요약하기 위해서다.
다음에 책을 다시 펼쳤을 때 내가 느꼈던 중요한 대목을 손쉽게 찾기 위해서다.
미생3. 저자의 필력이 참 대단하다.
이야기의 풀어쓰는 스토리가 매끈하다.
독자의 흡인력을 갖추고 있다.
단순한 자극적 소재가 아니고, 일상의 샐러리맨들의 애환이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참 일화 하나하나가 공감이 간다.
바로 내 주변에서 내가 지금 하는 업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책의 말미부분의 에피소드에 나오는 대목 중 하나.
바둑. 대단한 필터네, 세상을 보는 필터p233.
김대리와 장그래의 허심탄회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말이다.
기보를 보면서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대국의 기보는 다면기처럼 여러사람과의 대국들이 남겨져 있다.
신입사원의 불리함을 바둑에 빗대서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참 시니컬해진다.
가진자와 못 가진자, 자본주의속에서 빈곤을 대하는 모습같아서 말이다.
사다리 걷어차기처럼 환경보존을 무기로 경제개발을 방해하는 선진국들.
이제 우린 먹고 살만하거든, 근데 너흰 안돼.
원조를 받기 위해 못 가진자가 더 많은 처참함을 보여줘야하는 비참한 상황.
신입사원이라는 건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도 무언가를 더 남겨야만 하는 사람입니까?
장그래의 한 마디에 김 대리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책 속에서 많은 생각들을 끄집어내본다.
어떤이는 만화를 폄하하듯 그럴 시간에 업무관련 개발서를 더 탐독하라고 하겠지만,
난 만화만큼 좋은 개발서는 없다고 생각한다.
함축과 단순화는 결국 의미부여를 할 줄 아는 사람만이 해독하는 기술이다.
하수와 고수의 차이는 몇 수를 내다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는 바둑.
그 안에 세상이 있고, 직장의 애환이 녹아있다.
이제 시작인 장그래의 활약들과 앞으로 펼쳐질 내용들이 사뭇 기대된다.
그들의 활약상이 바로 우리, 지금의 현실속 샐러리맨들의 삶이기 때문이다.
장그래와 동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