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현해탄의 파도를 넘어 - 전후 세대 젊은이들을 위한 일본 문화 에세이
송인덕 지음 / 어문학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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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현해탄의 파도를 넘어

 

가깝고도 먼 나라.

바로 대한민국과 일본을 일컫는 말이다.

 

이 두 나라를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사연이 겹겹이 쌓여 있어 어려움이 많다. 일단, 누가 저술하는가에 따라 극일에 가까운 표현으로, 또한 친일에 가까운 표현으로 이야기한다. 물론 일본 역시 친한파와 극한파로 나뉘어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는 현실의 두 나라.

 

이들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책이 바로 ‘내 마음 현해탄의 파도를 넘어’라는 책이다.

송인덕 씨가 저술로, 어문학사에서 펴냈다.

저자는 방송관련 업무로 40여년간 일본을 자주 내왕하면서 한민족 역사 기행, 현장 답사 등 일본 탐구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출판사인 어문학사는 이 책에 부제를 이렇게 선정했다.

 

‘전후 세대 젊은이들을 위한 일본 문화 에세이’

일제 강점기와 6․25, 남북분단을 겪은 전쟁 세대 할아버지가 후세대의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간곡한 음성의 메시지.

 

저자의 간곡한 메시지는 상호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자는 말이다. 그의 주장처럼 우린 서로를 경쟁자에서 벗어나 동반자의 성장관계를 만들고 이를 후세대까지 이어지도록 노력해 가자는 의미라도 생각한다.

 

다만, 그의 바람이 일본에도 전해져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제대로 평가해주고, 또 차별없는 상황을 만들어간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입장을 견지해 본다.

 

지난 1998년 9월부터 2000년 4월까지 난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했다. 물론 그 전에 제2외국어로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 교양수업까지 일본어를 배웠다. 그리고 귀국후에는 일본문학을 전공했다. 그래도 가보지 못한 이들보다는 조금 아는 편인 일본이였다. 나름 일본에 대한 개똥철학도 가지고, 나름 일본을 정의하고 구분짓고, 평가하려 했다.

물론, 이 책을 펼쳐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저자는 40여년간의 일본과의 교류생활을 총 정리하는 기분으로 이 책을 펴냈을 것이다. 옛날 저자의 젊은시절 사진들이 곳곳에 남아있는 것을 보면 참 정성을 다했구나 싶었다.

책은 도쿄산책과 2부 서점가를 걸으며로 시작한다. 일본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일본의 단상을 자신의 체험속에서 이야기한다.

 

도쿄의 간다서점거리와 일본 전통문화를 표현하는 아사쿠사, 그리고 이자카야라는 선술집이야기. 아메요코 시장의 다채로운 풍경들은 일본에 관광온 듯한 즐거움을 준다.

 

그는 일본인의 독서를 이야기할 때 한국과의 비교를 빼놓지 않는다. 독서하지 않는 한국과 책 읽기에 열중인 일본. 과연 지금도 그럴까? 독서는 책으로만 한다. 이런 고정관념은 조금 수정할 필요가 있을 듯 싶다.

 

만화는 책인가? 음. 어렵다. 일본에서 본 수 많은 교양만화의 수준을 본다면 결코 만화를 단순한 어린애들의 흥밋거리라고 볼 수 없다. 게다가 다양한 장르과 이야기를 본다면 그들의 관심사가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궁금할 따름이다.

 

한국은? 종로서적이 문을 닫고, 우린 이제 서적시대는 끝이다. 아이패드와 킨들을 위시한 전자책 시대를 먼저 열고, 우리 시장속에서 핸드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책의 주문과 읽기, 유통을 시작한 건 한국이다. 오히려 지금 그 다양한 기술력을 일본으로 수출하는 것이다.

 

지나간 지식의 아쉬움을 서적에서 구하고픈 심정은 나 역시 마찬가지다. 고서점을 찾는 이의 추억찾기는 새로운 즐거움이 분명할 터. 다만 일본보다야 책 유통량이 훨씬 적다는 부분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인구대비 총량을 비교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의 장은 참 흥미롭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문화를 이렇게 대응시켜 비교한 글은 언제나 흥미롭다. 무궁화와 사쿠라, 한복과 기모노, 온돌방과 다다미, 양국의 성명과 호칭, 다종교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역시 현지 체험을 가진 이들뿐이다.

 

종교적인 부분은 가장 크게 이질감을 느끼는 부분이다. 우리 집 뒷마당에 묘지가 있다면 믿겠는가? 그것도 묘비를 세워짓는 화장보관용 묘지들. 이들의 문화를 한국적 잣대를 들이킬 수 없듯이, 그들의 역사적 자긍심을 내건 역사책의 오류를 우리가 지적한다고 그들이 손쉽게 바꾸지는 않을 듯 싶다.

차라리 배를 갈라서라도 그들의 품격을 지켜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는 그들이 전쟁의 가해자였음을 후대에 남길수는 없을 터, 그저 핵폭탄의 투하로 수 만명의 피해를 입은 전쟁피해국가임을 강조하며 평화를 주창한다.

 

혼네와 다테마에.

 

일본인의 숨겨진 진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쓰는 표현이다. 예의상 하는 차림말과 진실된 속내는 전혀 다른 의미다. 내 앞의 웃음이 바로 등 뒤에 칼을 꼽는 비수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역사인식의 문제와 독도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특히 한국문화의 전파라는 부분은 저자가 직접 일일이 찾아다니며 이야기한다. ‘일본 속 한민족 문화를 찾아’편을 살펴보면 지금껏 잘 모르는 사실들이 나열되어 있다.

 

에도시대관 아메노모리 호슈 조선 외교관은 선린우호를 주창했다. 아리타야키의 기초를 쌓은 조선의 도공 이삼평은 정말 잘 모르는 내용이었다. 조선백자가 고가에 팔리는 이유중에 하나도 일본인들의 수집때문이란 설도 있고, 보물로 지정된 조선 막찻잔과 다도 역시 한국에서 건너갔다는 설이 유력하다.

 

3·1 독립운동 탄압을 비판하는 야나기 무네요시는 한국문학에 조예가 깊었다. 그 외에도 한국을 사랑한 아사카와 다쿠미, 목포의 공생원에서 3천명의 고아를 보듬은 다우치 지즈코, 한국보육원에서 30년간 1천명의 고아를 돌본 소다 가이치 등이다.

 

물론 지금도 친한파들은 많이 있다. 파급력을 본다면 연예계 종사자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탤런트 김태희가 독도를 한국땅이라고 했다며 일본내 우익들은 반기를 들고, 일본 락 그룹 라르크앤시엘의 보컬은 독도는 일본땅이 아니다라고 트위터에 올려 큰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친한파 지한파 일본인들은 일본 우익의 역사성 부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어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일단, 현해탄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를 일컫는 말이지만 우리 입장에서 본다면 대한해협이란 표현이 적절하다고 본다. 물론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두 나라에서 현해탄이 관용적으로 광범위하게 쓰여지고 있지만 말이다.

 

두 번째 딴지,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는 수필식이다. 자신의 체험위주. 게다가 전후세대를 모두 겪었던 사람이 보는 입장에서 후세대를 위한 교양을 하나 전해주는 이야기란 점이다. 즉, 다시 말해 세대공감이 적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마지막 딴지, 일본 내 한국인. 자이니치. 재일조선인. 재일교포, 동포, 조선학교, 민단과 조총련 등에 관한 시각이 부족하다. 그들 역시 한국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남다른 소외와 차별을 겪고 있다. 또 국적에 대한 선택은 그들의 정체성에 관한 부분을 또 다시 고민케 한다.

추성운 아키야마는 결국 유도를 위해 한국을, 다시 생활을 위해 일본을, 그리도 이제는 한국을 택해 활동하고 있다. 마음의 고향 한국과 태어난 고향 일본, 이 둘을 어찌 간단히 고르겠는가?

 

우토로, 역사속 방치된 마을. 조선인 노동자들의 집합소였던 곳을 미츠비시 중공업이 전후 방치하면서 개발속에서 소외된 마을. 이 땅이 결국 경매에 나와서 주민들은 갈곳이 없어졌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민간단체였다. 정부를 움직이고, 모금을 해서 겨우겨우 경매비를 마련해 원주민에게 돌려줄 수 있었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말이다.

 

민단과 조총련, 남한과 북한의 이념결집단체는 일본 내에서 또 다른 충돌을 야기하고 있다. 일본 대 한국이 아니라 북한이 있다는 점도 저자가 쉽게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이 문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조선인학교가 정식 학교로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 한글을 배우고 있지만, 한국과는 다른 언어로 발전하는 현실.

 

저자의 바람처럼, 이 책은 전후세대를 위한 한일관계 교양서적이 맞다.

전무후무한 일본에 대한 피해의식만을 강조하며, 절대적 승리만을 외치던 교육체계에서 벗어나는 교양서적. 일본에 대한 문화와 역사인식을 심어주되, 그 흐름에는 한국의 역할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책. 그들의 문화와 우리의 차이점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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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리 2012-06-28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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