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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늑대
멜빈 버지스 지음, 장선환 그림, 유시주 옮김 / 만만한책방 / 2019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것입니다>>
지구상에 인간만이 가장 현명하고 꼭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일까?
마블영화 속 타노스는 행성의 종말은 다 같이 맞이하지 말고, 그 행성의 절반을 죽여가며 영속성을 유지하려 했다. 일종의 우주균형이라는 이름으로.
꼰대로 불릴지 모르지만, 좀 지난간 이야기를 꺼내자면, 출산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인구증가를 억제해야 한다는 시류가 있었다. 새마을운동처럼 인구정책이 펼쳐지던 때.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면한다'와 같은 구호였다. 그리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였지.
어느새 둘만 낳아 잘 살자라고 하던 구호가 이제는 출산장려 표어로 바뀌고 있다. '허전한 한 자녀, 흐믓한 두 자녀, 든든한 세자녀'라고 말이다.
이런게 한 치앞을 보지 못하는 인간들의 실수가 아닐까? 이 행성의 지배자처럼 오만하고, 스스로의 탐욕들로 행성의 가장 큰 불행을 만든 이들이 바로 인간이 아닐까 싶다.
고래 배속에서 엄청난 플라스틱 쓰레기가 쏟아져 나온다. 해안가와 바다에는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떠다닌다. 인간은 이런한 오염된 환경속에서 점점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없던 시절, 이 지구라는 행성은 어떻게 살았을까? 자연속의 힘의 균형이 정확히 떨어졌을까? 약육강식의 피라미드는 모든 생물에게 동등하게 작용했을까?
얼마전 지리산 반달곰을 방사했다가, 결국 야생의 사냥법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냥감이 없어 굶어 죽은 곰이야기를 슬프게 들었다.
혹시 늑대를 본 적있는지? 하기야, 독수리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는 현실에서 늑대라니....대한민국 조선 호랑이는 어디있고, 백로는 또 어디있단 말인가?
마지막 늑대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최후의 늑대라는 제목으로 멜빈 버지스의 글로 장선환 그림이 나왔다.
유시주 옮김으로 만만한 책방에서 펴냈다.
사실, 책을 다 읽고나서는 왠지 모를 허탈함이랄까? 인간에 대한 실망감이 좀 더 컸다. 늑대의 자연환경에 대한 인위적인 도태랄까? 이 또한 자연의 흐름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인간에 의한 먹이사슬이 변화한다면 이 또한 슬픈일이다.
저자는 '빌리 엘리어트'라는 영화로 더 유명한 작품을 쓴 유명작가이다. 이미 최후의 늑대이외에도 벽 속의 유령이 나와있다.
책의 줄거리는 좀 단순하다. 일종의 추격물이다. 사냥꾼과 늑대의 추격이 핵심축이다. 곁 가지는 상처입은 늑대가족을 돌보는 농장의 소년이랄까?
영국에서 늑대를 전멸시키려는 이 사냥꾼은 진짜 정체가 뭘까? 왜케 이렇게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늑대를 사냥하려하는지. 그 집요함에 혀를 내두른다.
요약하면, 늑대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사냥꾼은 늑대 무리들을 한 마리씩 죽여간다. 그리고 이제 갓 태어난 새끼 늑대와 어미는 사냥꾼을 피해 농장으로 피신한다.
하지만 그들을 찾으러 온 늑대 무리들은 다시 사냥꾼의 공격을 받아 죽게 되고, 이때 어린 새끼를 남기고 어미마저 죽게 된다. 홀로 남은 어린 늑대는 동족을 찾아 떠돌지만 자신은 이미 아무 것도 없는 혼자였다. 부모의 원수인 사냥꾼과의 다시 쫓고 쫓기는 추격이 이어진다. 최후의 일전끝에 사냥꾼은 결국 파도에 휩쓸리며 마지막을 맞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책을 다 읽고나서 드는 느낌은 영화가 생각난다는 점이다. 자연속에서 인간이 살아남는 이야기. 꼭 늑대를 등장시켜 인간과의 추격전을 펼친다. 상처입은 인간의 마지막 발악이지만, 현명하게 늑대무리를 섬멸하거나, 도망치거나하는 이야기다.
사실 늑대소년이니, 늑대왕, 늑대와 관련된 영화들이 많이 있던 차라서 이 책 역시 늑대와 인간의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맞았다. 다만, 좀 아련하고, 뭔가 날 것 같은 느낌의 소설이다.
영국의 특유한 음산함, 또는 좀 황량함이 느껴지는 그런 소설이다. 작가의 친절함인지, 출판사의 영리함인지, 영국이라는 나라를 잘 소개하는 그림 하나에 소설 속 느낌이 확 다가왔다.
게다가 중간 중간 삽화는 읽는 이로하여금 작가의 글들을 손쉽게 감성적으로 이해시켜주었다. 마치 그 삽화가 처음부터 글을 염두에 두고 그린 것 처럼말이다.
영국도 멸종되고, 한국도 멸종된 늑대. 그 실체는 직접 본 이들이 없기에 작가 역시 공부를 많이 하고 이 글을 썼을 것이라 추측해 본다. 빨간 망토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늑대처럼 항상 동화속 늑대는 악의 축을 대변한다.
작가 역시 마찬가지 선입견을 좀 깨는 데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썼다. 늑대는 사교적이고 친근하며, 육식동물이지만 겨우 쥐, 다람쥐, 토끼를 잡아 먹는다고 한다. 인간에게 해가 되지 않을 동물인데, 양을 기르는 데 방해된다며 늑대잡이를 시작한 인간들이 진정한 악인들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물론 늑대 역시 이렇게 사냥꾼에게 집요하게 따라올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겠지? 무리생활을 하는 늑대들을 한 마리 한 마리 잔익하게, 새끼까지 찾아다니며 죽이는 사이코패스같은 사냥꾼.
자연 앞에 한 없이 작아지는 인간이라지만, 유독 동물에게는 잔혹하리만큰 인간의 욕심으로 사라진 동물이 얼마나 많은가? 결국 이렇게 사라지는 지구속 동물들은 이제 어쩌면 사람들을 멸종시킬지도 모른다.
스스로 모래속 플라스틱이, 인간의 몸 속에 들어와 빠져나가지 않고 원인모를 병을 전파시킨다. 진흙속 조개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먹고, 다시 새우와 플랑크톤으로, 그리고 작은 물고기, 조금 더 큰 물고기, 그리고 삼치, 참치, 크랩, 고래, 상어와 같은 큰 물고기들의 뱃속에 플라스틱이 쌓인다.
농약범벅인 농장에 먹이를 먹는 새들. 그리고 새를 먹는 육식동물들, 그리고 육식동물을 사냥하는 인간들. 건강한 사료를 먹는다는 양계장과 돼지 축사, 소들의 축사에서는 원인모를 병들이 창궐한다.
인간들을 결국 그들의 욕심으로 다시 모든 동물을 몰살시키고, 항생제 범먹인 고기를 맛있게 먹는다. 이들이 언제 어디쯤에서 탈이 날지는 모른다. 다만, 인간 역시 이 행성의 한 구성원이고, 결국 언젠가 그 벌을 달게 받게 될 것은 분명하다.
최후의 늑대는 마지막 장에서 파도에 휩쓸리는 사냥꾼을 그저 물끄러미 볼 뿐이다. 어쩌면 은빛 늑대의 마지막 역시 또 다른 사냥꾼에 의해 사라질지도 모른다. 아니 현실은 이미 영국이라는 모든 땅에서 늑대의 흔적을 지워버리고 말았다. 마치 한국땅에서 호랑이를 사라지게 한 것 처럼말이다. 결국 인간의 욕심으로 우린 또 하나의 먹이사슬을 파괴시켜 버렸다.
빌리 엘리어트를 영화를 봤다. 이 분의 작품을 소설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빌리를 영화로 보면서 소년의 발레를 이렇게 섬세하게 표현할 수있을까 싶었다.
이 책 역시 늑대와 사냥꾼, 단 둘의 숨가쁜 추격을 이처럼 긴 호흡으로 풀어 쓴 책이라니 너무나도 존경스럽다. 마치 엄청난 자료와 공부를 통해 늑대의 습성을 파악하고, 사냥꾼의 사냥법을 연구해 이 둘의 조합으로 글을 완성한 노력들이 보이는 듯 싶다.
사실, 늑대무리의 삶을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에 이 책의 엄마늑대의 모성애와 무리를 지키는 부성애 강한 숫컷의 싸움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물론 흔한 개와 강아지, 어른 고양이와 새끼들처럼, 그리고 인간처럼 모든종의 지속성과 연속성을 위한 대를 잇는 노력들을 너무나도 신성하게 다가온다.
우리가 자연을 모르고 인간세상의 인위적 구조물속에 익숙해져버린 이 시간, 이 시대, 늑대를 보지 못한 이 땅의 인간들에게는 이 책이 큰 감명을 줄 듯싶다.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오만하고 방자한지, 사냥꾼의 악랄함이, 그 집요함이 어찌된 결말로 이끄는 지 다시 한 번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회색 아스팔트의 무딘 신경속에서 좀 처럼 오지 않는 야생의 긴박함, 생존을 향한 지독한 사투를 느껴보고 싶다면 정말 추천하고 싶다. 우린 살아가는 정글같은 삶속에서 늑대처럼 자신의 삶을 지켜내고 이겨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반성하고 있다.
외로움을 이겨내는 늑대의 현명함은 무리생활이다. 인간은 점차 무리를 떠나 혼자 남겨지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각박함에 공동체를 잊고, 어떤 정치인들의 말들처럼 그저 흔한 개, 돼지, 레밍(*)처럼 불리기도한다.
영화속 좀비처럼 현대인의 시계태엽처럼 돌아가는 무의미한 삶의 쳇바퀴를 굴리고 있다면, 내가 살아가는 삶의 긴박함, 심장박동의 힘찬 굴림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