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에세이 - 우리가 함께 쓴 일기와 편지
샬럿 브론테 외 지음, 김자영 외 옮김 / 미행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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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엄청난 대박적 성찰이 있었으면 나도 참 좋았겠지만,

나는 그렇게 고차원적인 고라니가 아니다.





알라딘에서는 독자 북펀드를 통해 책을 출간한다. 나도 참여한 적 있다.《벨기에 에세이》도 그런 책이다.


브론테 자매를 너무, 너무!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문학과 여자 작가가 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브론테 자매는 거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펀딩하고 싶었지만, 펀딩은 주로 종이책이고 미행 출판사에서는 전자책을 내 주기 때문에 펀딩하지 않고 전자책을 기다리고 있던 중...


직장 동료가 책을 빌려줘서 읽어보았다. ^-^




내 손바닥보다 조금 큰 귀여운 책이다. 편집은 신기하게도 종이에 비해 글자가 적게 들어간다. 20자 남짓 되나? 그래서 가독성이 매우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책은 샬롯 브론테가 앤 브론테의 죽음에 관해 쓴 시로 시작한다.

자매의 고향 하워스에서 에밀리 브론테와 앤 브론테가 함께 쓴 일기,

샬롯 브론테가 쓴 편지,

샬롯 브론테와 에밀리 브론테가 벨기에의 기숙학교에서 프랑스어를 배우며 쓴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의 소설이 좋으면 작가의 작품 아닌 다른 글까지 궁금해진다. 시, 일기, 편지, 평론, 강의록 등등.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여성 작가들은 그런 게 번역이 잘 안 되어 있어서 아쉬웠다. 아마도 작품이 성별과 국적을 떠나서 너무 압도적이라 상품성이 넘쳐나서, 상대적으로 편지나 일기나 시는 조명을 못 받는 것 같다.


그리고 미행 출판사는 편집 후기까지 넣어줘서 책을 만들면서 쉽게 잊는 편집자의 존재까지 상기하게 만든다!




책을 심도 있게 읽지는 않았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거대하고 굵직한 흐름을 파악하지도 않았다. 물론 삶의 연속성이 있기는 하지만, 읽은 바로는 거대한 흐름 그 자체보다는 굵은 줄기에서 파생한 작은 가지들, 삶의 편린에 더 가깝다.


이렇게 밑밥을 까는 이유는... 이 책을 읽으며 멋진 리뷰를 쓰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게 아니기에, 내가 느낀 바에 충실한 리뷰를 쓸 것이기에 그렇다.ㅋㅋ


최근 알라딘 서재 이웃과 장문의 댓글을 몇 번 주고 받았는데, 그분은 에세이를 좋아한다고 하셨다. 나는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기에, 그분은 인문사회과학서를 많이 읽고 양질의 리뷰를 쓰시기에, 아직 극복하지 못한 에세이에 대한 편견이 있기에 '응?' 하고 글을 읽었는데, "그 사람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자신이 맺는 관계를 주로 보"고, "그런 시선을 배우기 위해서 읽는다"고 하셨다. 새로운 시각. 사고의 전환...!


이 내용을 읽으며 나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는데, 나는 나를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나는 나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 않고 있다. 사건을 대할 때 내 태도를 보고 알았다. 타인에게 일어난 부당하고 슬픈 일이라면 그것이 '마치 내 일인 것처럼' 분노했다. 그런데 내게 슬픈 일이 일어났을 경우 개인적인 차원의 일이고 사회 개혁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님아;;;ㅋㅋㅋㅋㅋㅋㅋㅋ)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갔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에세이 독서는 내가 느낀 인상이나 경험에 좀 더 집중하기로 했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자.


주로 샬롯 브론테와 에밀리 브론테가 글을 썼고, 앤이 쓴 글은 상대적으로 적다. 세 사람의 글을 비교해보자면 이렇다.


샬롯 브론테: 지적이고 얌전한 숙녀 같다. 여성 캐릭터를 중시한다.

에밀리 브론테: 단단하고 자매 중에서는 제일 남성적인 것 같다. 이런 표현 안 좋아하지만.

앤 브론테: 잔잔하고 얌전하면서도 뼈가 있다.


데버러 러츠가 쓴 《브론테 자매 평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작년 이맘때 즈음 읽었는데, 이 책에도 내 감상과 비슷한 내용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앤 브론테의 죽음에 대하여



내게는 인생의 기쁨이 거의 없고,

죽음의 공포도 거의 없다;

이별의 시간 속에서 바라보았던

내가 죽어서라도 구하고픈 이.


조용히 사그라지는 숨을 지켜보며,

부디 한숨 한숨이 마지막이기를;

애타는 마음으로 죽음의 그림자가

사랑하는 이목구비 위로 드리우기를.


그 먹구름이, 그 적막이 나를

내 인생의 사랑과 갈라놓겠지;

그러면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야지,

그분께 온전히 뜨겁게 감사드려야지;


비록 우리가 잃어버린

삶과 희망과 영광에도;

그렇대도, 어둠에 맞서, 폭풍을 헤치며,

홀로 감내해야 할 지치는 싸움.


가족이 죽기를 바란다니, 이거 제정신이 아니네? 싶을 수도 있겠지만, 주석을 읽으면 샬럿 브론테는 폐결핵 말기였던 앤의 고통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샬럿은 앤이 하루라도 더 살기를 바랐겠지만, 그 고통을 알기 때문에 차라리 죽음이 찾아와서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생각에는 이 글 첫머리에 정해둔 때가 오면―우리 즉, 나, 샬럿, 앤―모두 기쁨과 생기로 가득한 어떤 신학교의 응접실에 하하 호호 모여 앉아 한여름의 축일을 지킬 것이다. 우리는 빚도 다 갚고 수중에 상당한 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아빠와 이모, 브랜웰은 각각 우리를 보러 왔거나―보러 오는 중일 것이다―그 여름밤은 맑고 따뜻하겠지―이 황량한 풍경과는 아주 다를 거고 어쩌면 앤과 나는 정원으로 슬쩍 빠져나가 우리가 쓴 글을 잠시 훑어볼지도 모른다―나는 이런 것이든 아니면 더 좋은 것이든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1841년이면 1818년생인 에밀리 브론테가 23살일 때의 일기다.


이 일기가 와닿았던 이유는, 자매들이 모두 젊은 나이에 요절했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학교를 세우고자 하는 꿈을 꾸던 시기에 쓰였고, 학교를 세운 뒤의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며 쓴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일기를 보면 샬럿, 에밀리, 앤과 브랜웰이 오십 대가 된 미래를 상상하고 가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에밀리와 앤은 서른 즈음에 병사했고, 샬럿도 삼십 대에 임신 상태에서 죽었다. 브랜웰도 오래는 못 살았다고 한다.


브론테 남매의 아버지 패트릭 브론테는 아내, 어려서 죽은 두 딸(샬롯보다 손위)과 살아서 성인이 된 남매 모두를 앞세웠다고, 데버러 러츠가 쓴《브론테 자매 평전》에서 그랬다.


자녀 중 유일하게 결혼한 게 샬럿인데, 샬럿의 남편 아서 벨 니콜스는 패트릭의 후임 목사였다. 아서는 3살 연상인 샬럿에게 구애했고 샬럿은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않다가 받아들였다. 패트릭은 아서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아마 신분, 사회적 지위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함) 샬럿마저 세상을 떠난 후 둘이 의지하고 살았다. 아서는 패트릭이 죽을 때까지 보살폈고, 그가 죽고 나서 재혼했다. 패트릭과 아서 둘 다 노인이 될 때까지 장수했다.


하...!!!!!!!!!!!!!!!!!!!!!!!!!!!!!!!!

이게 뭐야!!!!!!!!!!!!!!!!!!!!!!!!!!


...그런데 한편으로는 브론테 남매가 이십 대 후반에서 삼십 대 후반 사이에 죄다 요절했다고 해서 너무 비참하게 여길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짧을 뿐이지 나름 재미있게 살았다고 생각하면 위안이 된다.



꽤 오랫동안 나는 스물다섯 살을 내 존재에 있어서 어떤 획을 긋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건 진짜 예감으로 드러날 수도 있고 그저 미신 같은 공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후자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이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 봐야 알겠지.


제가 윤석열 나이로 25세입니다.


1820년생인 앤 브론테는 1841년 당시 스물한 살이었다. 몇 년 뒤면 올 스물다섯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윤석열 나이로 저 나이인 나는... 동의했다!!! ㅋㅋㅋㅋㅋㅋㅋ


내 생각은 이랬다. 이십 대 초반과는 달리 스물다섯 정도면 그래도 좀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면 뭔가 달라지겠지, 나아지겠지, 하던 막연한 생각을 십 대 때부터 갖고 있었다. 아마도 중학생 때, 중학교 이학년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살아보니까 나는 그대로고 뭔가 달라지거나 나아지리라는 믿음은 "미신 같은 공상에 불과"하더라.


너무 비관적인가 싶겠지만, 어떤 나이에 도달한다고 게임 레벨업 보상처럼 자동으로 뭔가 바뀌는 게 아니고, 내 행동과 마음가짐과 태도에 따라 달려 있다는 걸 느꼈다.


...좋지 않나? 나이와는 무관하다는 게. 내가 몇 살이든 재미있게 살 수 있다는 게? ㅋㅋㅋ



용기를 내서 화이트 부인에게 하루 휴가를 주실 수 있냐고 부탁까지 하면서 버스톨에 가서 엘런 너시를 보려고 한 게, 엘런이 나한테 마차를 보내주겠다고 했거든. 내 부탁을 들어 주시긴 했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 차가웠고 오래 걸렸어. 어쨌든 내 의견을 매우 모범적이고 놀라운 방식으로 고수했어. (...)


이 부분!!!


리드 외숙모의 임종이 임박해서 제인 에어가 에드워드 로체스터에게 가서 휴가를 달라고 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아니... 너무... 너무 제인에어스러워!!! 제인 에어라면 분명히 "의견을 매우 모범적이고 놀라운 방식으로 고수"했을 거야!!!


하고 사진을 찍었다.

영어 번역가 노지양과 홍한별이 주고 받은 편지를 모은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에서 《제인 에어》를 언급한다. 나올 수밖에 없다...!!!


읽은 지 일 년이 넘어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이번 포스팅에서 언급하는 책들이 하필...ㅋㅋㅋ) 《제인 에어》를 읽으며 예쁘지 않고, 사근사근하지 않고, 인기 있지도 않고, 책을 좋아하는, 그러니까 다른 소설에서 여주인공으로 등장할 법한 여성스러운 여자가 아니어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의지가 되었다고 한다. 아니, 그건 샬롯 브론테의 다른 소설 《빌레트》의 주인공 루시 스노 때문이었나?


그런데 제인도, 루시도 작중에서 여주인공으로 등장할 법한 예쁜 여자와 마주한다. 제인의 경우에는 로체스터의 약혼녀라는 소문이 있는 잉그램 양이고, 루시도 지네브라나 폴린이었던가? ㅎㅎ 고등학생 때 빌레트를 읽어서 기억이 잘 안 난다.


하여간 제인 에어와 루시 스노 또한 여주인공 감인 여주인공이 아닌데, 이게 작가의 모습이 캐릭터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샬롯에게서 제인을, 그리고 아마도 루시의 모습을 본다.


작가의 모습이 캐릭터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걸 생각해 보면... 샬롯이나 에밀리나 앤, 내가 좋아하는 제인 오스틴이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육성이 들리는 듯하다.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얼추 그려볼 수 있다. 제인 오스틴은 발랄하면서도 사랑스럽고 여유로운 여자일 것 같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온몸에 풍자적인 어조가 있을듯. ㅋㅋㅋ 전자는 작품 여성 인물들의 말투에서 짐작했고, 후자는 《롤리타》와 《프닌》의 어조로 말미암아 찍었다.



사랑하는 엘런―에밀리는 이제 더 이상 아픔이나 연약함으로 고통받지 않아도 돼. 그녀는 두 번 다시 이승에서 고통받지 않을 거야. 그녀는 짧고 굵게 싸우고는 떠나버렸어. 그녀는 화요일, 내가 너에게 편지를 썼던 바로 그날에 죽었어. 나는 그녀가 몇 주 동안은 우리와 계속 함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불과 몇 시간도 안 되어서 그녀는 영원한 세상으로 떠나 버렸어. 그래, 이 시간 속에도 땅 위에도 에밀리는 이제 없어. 어제 우리는 가련하고, 쇠약하고, 죽을 운명이었던 그녀의 몸을 교회 박석 밑에 조용히 묻었어. 지금 우리는 마음의 평정을 찾았어. 우리가 그러지 않을 이유는 또 뭐겠어? 그녀가 괴로워하는 걸 보는 고통은 끝났고, 고통스러운 죽음의 장면도 지나갔고, 장례도 치렀는걸. 우리는 그녀가 평화에 이르렀다는 걸 느껴. 이제 된서리와 매서운 바람으로 떨지 않아도 돼. 에밀리는 그것들을 느끼지 못 하니까. 그녀는 장래가 촉망되는 시기에 죽었어. 인생의 한창때에 가버렸어. 하지만 이건 하느님의 뜻이고, 그녀가 떠나간 곳보다 그녀가 지금 있는 그곳이 훨씬 좋을 거야.


흐아아앙!!!!!!!!!!!!!!!!!!!!!!!!!!


책 서두에 실린 샬럿의 시가 떠올랐다.


에밀리가 먼저 죽고, 이듬해에 앤이 죽었다. 에밀리 또한 폐결핵을 앓았는데, 의사의 진찰을 거부했다고 한다.


시기상으로 샬럿이 앤의 죽음을 바라본 게 나중인데, 에밀리의 죽음을 알리는 편지를 보면 이때부터 샬럿이 가족의 죽음에 품는 단단함을 갖추고 있었던 것 같다. 앤의 죽음에 대한 태도도 그렇고 이 편지도 그렇고 야박하다 싶겠지만, 샬럿으로서는 이게 최선이 아니었을까 싶다.



순전히 재미만으로 어린 강아지 대여섯 마리를 죽인 어느 우아한 부인은 이렇게 말한다."그렇지만 고양이는 정말이지 잔인한 짐승이에요. 죽이는 걸로 만족하지 못하고, 먹잇감을 죽이기 전에 고문하죠. 그러니 우리 인간에게 그런 비난은 가당치도 않아요." 정말 그런가? 그녀의 남편은 사냥을 아주 좋아한다. 하지만 사냥터에 여우가 몇 마리 없는 탓에 사냥감의 수를 공들여 관리하지 않는다면 사냥하는 즐거움을 자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여우의 숨통을 끊어놓을 때, 사냥개의 턱에서 여우를 낚아채 같은 고통을 두세 번이고 치르게 하면서 실컷 즐거움을 맛본 다음 비로소 죽음에 이르게 한다. 부인이야 연약한 신경을 거스르게 할 이런 잔혹한 광경은 보지 않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부인이 자신의 아이를 온 애정을 담아 포옹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부인의 아이는 그 작고 잔인한 손가락 사이로 예쁜 나비 한 마리를 짓이긴 뒤 제 어머니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바로 그 순간 고양이 한 마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입에 반쯤 집어삼킨 쥐꼬리를 매달고 있는 고양이는 그녀의 천사 같은 아이를 그대로 베껴놓은 모습일 테니까. 만약 아이가 입맞춤에 대한 복수로 우리 두 사람을 할퀸다면 더욱더 좋을 것이다. 남자아이들은 친구들의 애정 표시를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기 쉬우니, 그런 면에서 고양이와 한층 더 닮아 보일 것이다. 고양이의 배은망덕함의 또 다른 이름은 통찰력이다. 고양이는 인간이 보이는 호의의 값을 정확히 매길 줄 안다. 그렇게 행동하는 인간의 동기를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인간의 동기는 때로 선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고양이는 자신의 모든 불행과 악한 자질이 고대 인류의 조상 때문이라는 사실을 언제까지고 기억할 것이다. 낙원에서의 고양이는 결코 악하지 않으니까.


에밀리 브론테 성격 장난 아니라고 보여주는 수많은 대목 중 하나인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가볍게 말하고는 있지만, 에밀리 브론테가 언급한 부인과 아들이 얄미웠다. 어쩜 저렇게 이중적일 수가.


그리고 에밀리 브론테가 인간보다 동물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도 그런 사람이라서 동의해....... 에밀리 브론테는 고양이를 이중잣대로 부당하게 까는 내로남불 인간을 보며 환멸을 느꼈을 것 같다ㅋㅋ 사실, 그런 게 어딨어? 다 인간이 비유하고 은유하면서 그런 이미지를 씌우는 거지.




(구글에 '이 쥑쥑이'로 검색했더니 나옴)



오랜만에 브론테 자매의 글을 읽어서 좋았다.


나는 자매가 없고 남동생만 있어서ㅋㅋ 브론테 자매가 자매끼리 사이가 좋은 게 너무 신기했다. 더군다나 글을 공유한다고? 서로 독려하며 이야기와 글을 썼다고?? 난 절대 못해...


그리고 에세이를 읽으면서 브론테 자매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브론테 자매의 소설은 앤을 제외하면 고등학생 때 읽은 게 전부다. 다시 읽고 싶어졌다. 곧 시간적 여유가 나니까 찬찬히 읽고 싶다.


브론테 자매와 관련된 책은 이것저것 있는데, 이 글 본문에서 언급하지 않은 두 권이 있다.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펭귄클래식코리아에서 출판했다.


제인 에어를 영국 백인 여주인공의 시선이 아니라 크레올 혈통, 로체스터의 미친 아내 버사의 시작으로 본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 제인 에어를 이전과 같은 감상으로 읽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제인 에어 읽고 사르가소 읽으려고 하는데, 도통 시간이 안 난다. ㅎㅎ


바네사 졸탄의 신성한 제인 에어 북클럽.


제인 에어를 경전처럼 깊게 읽은 책이다. 졸탄은 지적이고, 내가 잘 못하는 텍스트에 빗대어 독자인 나 성찰하기를 잘 하는 것 같음!!


여기서 로체스터를 주목하는데, 로체스터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 남자에 대해 이렇게까지 깊이 생각할 수 있구나ㅎㅎ 싶었다.


그리고 모든 독자의 마음을 무겁게 할 버사에 관해서도 글을 쓴다. 졸탄은 제인과 로체스터, 그 둘의 관계를 열심히 생각한 나머지 버사의 존재를 좀 늦게 떠올렸고, 이 책이 끝날 때까지 졸탄의 마음 안에서 버사에 대해 결론내지 못한다.




샬럿 브론테, 에밀리 브론테, 앤 브론테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벨기에 에세이》. 이걸 읽으면 우리가 좋아하는 소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언급한 다른 책

데버러 러츠, 브론테 자매 평전

노지양, 홍한별,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

진 리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바네사 졸탄, 신성한 제인 에어 북클럽




---이하 인용---

앤 브론테의 죽음에 대하여


내게는 인생의 기쁨이 거의 없고,
죽음의 공포도 거의 없다;
이별의 시간 속에서 바라보았던
내가 죽어서라도 구하고픈 이.

조용히 사그라지는 숨을 지켜보며,
부디 한숨 한숨이 마지막이기를;
애타는 마음으로 죽음의 그림자가
사랑하는 이목구비 위로 드리우기를.

그 먹구름이, 그 적막이 나를
내 인생의 사랑과 갈라놓겠지;
그러면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야지,
그분께 온전히 뜨겁게 감사드려야지;

비록 우리가 잃어버린
삶과 희망과 영광에도;
그렇대도, 어둠에 맞서, 폭풍을 헤치며,
홀로 감내해야 할 지치는 싸움. - P5

내 생각에는 이 글 첫머리에 정해둔 때가 오면―우리 즉, 나, 샬럿, 앤―모두 기쁨과 생기로 가득한 어떤 신학교의 응접실에 하하 호호 모여 앉아 한여름의 축일을 지킬 것이다. 우리는 빚도 다 갚고 수중에 상당한 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아빠와 이모, 브랜웰은 각각 우리를 보러 왔거나―보러 오는 중일 것이다―그 여름밤은 맑고 따뜻하겠지―이 황량한 풍경과는 아주 다를 거고 어쩌면 앤과 나는 정원으로 슬쩍 빠져나가 우리가 쓴 글을 잠시 훑어볼지도 모른다―나는 이런 것이든 아니면 더 좋은 것이든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_1841년 7월 30일 에밀리의 일기, 23p - P23

꽤 오랫동안 나는 스물다섯 살을 내 존재에 있어서 어떤 획을 긋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건 진짜 예감으로 드러날 수도 있고 그저 미신 같은 공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후자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이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 봐야 알겠지.
_1841년 7월 30일 에밀리의 일기, 23p - P23

용기를 내서 화이트 부인에게 하루 휴가를 주실 수 있냐고 부탁까지 하면서 버스톨에 가서 엘런 너시를 보려고 한 게, 엘런이 나한테 마차를 보내주겠다고 했거든. 내 부탁을 들어 주시긴 했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 차가웠고 오래 걸렸어. 어쨌든 내 의견을 매우 모범적이고 놀라운 방식으로 고수했어. (...)
_1841년 4월 2일 어퍼우드 하우스에서 샬럿이 에밀리에게 보낸 편지, 47~48p - P47

사랑하는 엘런―에밀리는 이제 더 이상 아픔이나 연약함으로 고통받지 않아도 돼. 그녀는 두 번 다시 이승에서 고통받지 않을 거야. 그녀는 짧고 굵게 싸우고는 떠나버렸어. 그녀는 화요일, 내가 너에게 편지를 썼던 바로 그날에 죽었어. 나는 그녀가 몇 주 동안은 우리와 계속 함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불과 몇 시간도 안 되어서 그녀는 영원한 세상으로 떠나 버렸어. 그래, 이 시간 속에도 땅 위에도 에밀리는 이제 없어. 어제 우리는 가련하고, 쇠약하고, 죽을 운명이었던 그녀의 몸을 교회 박석 밑에 조용히 묻었어. 지금 우리는 마음의 평정을 찾았어. 우리가 그러지 않을 이유는 또 뭐겠어? 그녀가 괴로워하는 걸 보는 고통은 끝났고, 고통스러운 죽음의 장면도 지나갔고, 장례도 치렀는걸. 우리는 그녀가 평화에 이르렀다는 걸 느껴. 이제 된서리와 매서운 바람으로 떨지 않아도 돼. 에밀리는 그것들을 느끼지 못 하니까. 그녀는 장래가 촉망되는 시기에 죽었 - P59

어. 인생의 한창때에 가버렸어. 하지만 이건 하느님의 뜻이고, 그녀가 떠나간 곳보다 그녀가 지금 있는 그곳이 훨씬 좋을 거야.
_1848년 12월 21일 샬럿이 엘런 너시에게 쓴 편지, 59~60p - P60

순전히 재미만으로 어린 강아지 대여섯 마리를 죽인 어느 우아한 부인은 이렇게 말한다."그렇지만 고양이는 정말이지 잔인한 짐승이에요. 죽이는 걸로 만족하지 못하고, 먹잇감을 죽이기 전에 고문하죠. 그러니 우리 인간에게 그런 비난은 가당치도 않아요." 정말 그런가? 그녀의 남편은 사냥을 아주 좋아한다. 하지만 사냥터에 여우가 몇 마리 없는 탓에 사냥감의 수를 공들여 관리하지 않는다면 사냥하는 즐거움을 자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여우의 숨통을 끊어놓을 때, 사냥개의 턱에서 여우를 낚아채 같은 고통을 두세 번이고 치르게 하면서 실컷 즐거움을 맛본 다음 비로소 죽음에 이르게 한다. 부인이야 연약한 신경을 거스르게 할 이런 잔혹한 광경은 보지 않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부인이 자신의 아이를 온 애정을 담아 포옹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부인의 아이는 그 작고 잔인한 손가락 사이로 예쁜 나비 한 마리를 짓이긴 뒤 제 어머니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바로 그 순간 고 - P71

양이 한 마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입에 반쯤 집어삼킨 쥐꼬리를 매달고 있는 고양이는 그녀의 천사 같은 아이를 그대로 베껴놓은 모습일 테니까. 만약 아이가 입맞춤에 대한 복수로 우리 두 사람을 할퀸다면 더욱더 좋을 것이다. 남자아이들은 친구들의 애정 표시를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기 쉬우니, 그런 면에서 고양이와 한층 더 닮아 보일 것이다. 고양이의 배은망덕함의 또 다른 이름은 통찰력이다. 고양이는 인간이 보이는 호의의 값을 정확히 매길 줄 안다. 그렇게 행동하는 인간의 동기를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인간의 동기는 때로 선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고양이는 자신의 모든 불행과 악한 자질이 고대 인류의 조상 때문이라는 사실을 언제까지고 기억할 것이다. 낙원에서의 고양이는 결코 악하지 않으니까.

_고양이, 1842년 5월 15일 에밀리 브론테가 쓴 에세이, 71~72p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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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9-18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고라니님!!!! 윤석열나이!! 저랑 친구야!!!!!!!!!!! 반가워요!!! 어쩐지 고라니님한테는 언니의기운이 느껴지지 않더라니 동갑이었어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어릴땐 20대 중반이면 좀 으른같을줄알았는데... 마찬가지로 아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 중딩뇌로 고대로 나이만먹은상태

공쟝쟝 2023-09-19 01:41   좋아요 2 | URL
30대 중반도 그렇습니다

책식동물 2023-09-19 10:20   좋아요 1 | URL
은오웅니
 
반항인 현대지성 클래식 52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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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 저, 유기환 역

《반항인》

현대지성

2023

제1장 반항인

제2장 형이상학적 반항

제3장 역사적 반항

제4장 반항과 예술

제5장 정오의 사상


주류 의견이 아니라 조금 시간을 들여야. 결론 빌드업을 위해 쓴 문장도 생각하게 함. 여백이 많아서 좋은 책.


저,

알베르 카뮈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당신 지금 알베르 카뮈의 《반항인》 서평단에 선정되어 읽는 것 아닙니까?"

네. 그렇습니다. 근데 안 좋아할 수 있지.

솔직히 카뮈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의 명성 때문에라도 그에 관한 몰이해를 많은 경우 제 탓으로 돌리고는 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알못'이라 카뮈를 모르는 거라고. 그래서 《반항인》 서평단에 신청한 거라고. 저는 《이방인》은 정말 별로였습니다. 이해도 안 되고, 서사와 캐릭터가 주류가 아니라 그로 인해 말하고자 하는 저자의 메시지가 우선이고, 서사와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는 인상이었습니다.

반면 《페스트》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같은 저자이니 이번에도 서사와 캐릭터는 이용당했을 뿐...!!! 이지만, 그래도 《이방인》보다는 좀 더 재미있는 스토리였어요.




몇 달 전부터 현대지성 출판사의 뉴스레터를 받고 있는데요. 《반항인》 출간과 함께 《반항인》에 대한 설명을 읽었습니다. ...사실 다 못 읽었습니다. 읽다가 터치 미스로 메일을 영구 삭제해버렸어요.

카뮈의 작품 세계는 부조리, 반항,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반항인》은 '반항'에 속하는데, 같은 '반항'에 속하는 《페스트》를 더 잘 이해하게 해 준다네요. 잠시 《페스트》 내용을 기억ㅎ 봤는데, 읽은 지 햇수로 최소 오 년이라서 오랑에 페스트가 돌고, 한 도시를 알려면 거기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나 봐야 한다 하고, 의사가 노력하고, 타루는 뭐하는지 모르겠고, 그런 감상이 있었네요. (남자만 잔뜩 등장한다는 것까지.......)

출판사에서 제공한 《반항인》을 소개하는 글을 읽으면, 카뮈의 의견은 주류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좌파(사르트르 같은 좌파는 아니었겠지만)의 눈으로 좌파를 비판한 것이니 내부자로서 약간 비틀린 시선으로 비판한 것 같아서, 내부자의 의견 중에서는 좀 더 객관적인 비주류 의견이 아닌가 싶었어요. 저는 주류 의견에 동의하지만 약간 삐딱한 노선을 타는 사람이라 궁금했습니다.



카뮈는 셸러의 정의와 자신의 정의를 비교한다.거칠게 비교하자면 원한과 반항은 상반된다는 것이 카뮈의 주장이다.


결국 《반항인》은 완독하지 못했습니다.(ㅠㅠ) 어렵기도 하지만 업무나 건강 문제가 겹쳐서 익숙하지 않은 문체와 사상이 담긴 철학 에세이를 심도 있게 읽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 책을 이해하려고 몸부림쳤습니다.

성과가 있습니다. 저는 알베르 카뮈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습니다. 카뮈는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에서 태어났고, 거기서 대학을 나온 뒤 프랑스에서 활동했습니다. 알제리에서는 프랑스인, 프랑스에서는 알제리인 취급을 받았습니다. 알제리 출신에 알제리에서 대학을 나온 카뮈는 프랑스에서 나고 자라서 대학을 나온 사람들에게 이방인이었을 테고, 알제리에서는 프랑스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이방인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카뮈에게 '이방감'은 평생 천착할 주제였던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그의 '김치'라고나 할까요.......



책에 절대 낙서하지 않는 제가 꼼꼼히 읽고 싶어서 표시하고, 말을 좀 더 쉽게 바꿔서 이해하고, 내용 정리도 했는데요. 다 읽지 못했기 때문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만한 것도 아닐 뿐더러 이 책이나 다른 출판사 번역본에 실린 해설은 난도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본 텍스트가 어렵기 때문에,

'그... 그거랑 이거랑 뭔 상관이야???'

하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책을 꼼꼼히 읽는 타입이 아니어서 내용 파악을 위해 동그라미도 쳤는데, 치면서도 이게 이 책의 텍스트를 통틀어서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무래도 나중에 시간을 들여서 다른 번역본과 비교하며 이 책을 꼼꼼히 파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책이지만 여러모로 때가 좋지는 않았어요.



반항의 세계와 신성의 세계는 공존할 수 없다. 현재의 세계는 신성과 거리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날 반항의 세계에 살고 있다.


현 시점에서 이 책을 완독하진 못했지만, 이해를 위하여 이래저래 찾아본 바로는 카뮈는 이 책을 1942년에 구상했고, 1951년에 발표했습니다. 소련의 전체주의적 양상이 조금씩 드러나던 시기였습니다. 전쟁과 학살 직후이고 냉전이 시작되려는 시기라 카뮈는 외압에 저항하는 것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폭력을 휘두르는 것에 대해 깊이 고찰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두 행동은 윤리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불문학자 김화영은 카뮈의 작품에는 "어떤 '윤리적인 요구'가 관류하고 있다'고 합니다. (알베르 카뮈 저, 김화영 역 《반항하는 인간》 민음사, 2021. 532p.)

카뮈는 머리말에서 논리에 의한 이성적 범죄에 주목합니다. 원초적 시대에는 범죄가 아무리 노골적이어도 양심은 확고하고 판단은 명료할 수 있었는데, 자유의 기치 아래서는 노예수용소, 인간에 대한 사랑, 초인에 대한 취향에 의해 정당화되어 판단을 흐리게 한다고 썼습니다. (본문 21p를 참고해 주세요!)

이렇게 보면 김화영 교수의 말이 이해됩니다. 그러니까, 충동적 범죄는 자기가 나쁜짓을 하는 걸 알긴 알았는데, 논리에 의한 이성적 범죄는 자기 범죄를 정당화할 만한 이유를 대서 자기가 진짜 떳떳한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잖아요? 그러면 당연히 '윤리적인 요구'가 있을 수밖에 없겠죠. 간혹 자기는 선의에서 우러나온 좋은 일을 하기 때문에 이 정도는 해도 괜찮다는 정당화를 하며 타인에게 무례하고 폭언을 퍼붓는 사람을 봐서, 카뮈에게는 빌드업에 지나지 않을 이 말이 저에게는 무척 와닿습니다.

그리고 이런 점으로 인해 카뮈의 매력이 보이는 것 같군요ㅋㅋㅋ

역자 해설이나 다른 번역본의 해설, 리뷰까지 다 읽었지만, 카뮈는 두괄식이 아니라 미괄식으로 책을 써서 제가 읽은 분량에서는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머리말은 너무 어려워서 서너 번 읽었는데도 이해가 잘 안 됨...오히려 본문이 더 쉬웠다. 아무래도 구성이 반항인에 대한 카뮈의 정의-문학이나 역사에서 사례를 찾아 설명함-이를 토대로 결론을 내리는 구조로 보여서,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부조리의 경험에서 고통이란 개인적인 것이다. 반항 운동을 기점으로, 고통은 집단적인 것이 되며 만인의 모험이 된다. 이방감에 사로잡힌 인간이 실현한 최초의 진일보는 그 이방감을 만인이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 인간 현실이 전체적으로 자아와 세계에 대한 거리감으로 그늘져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는 데 있다. 단지 한 사람을 괴롭혔던 질병이 집단적 페스트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적 시련 속에서 반항은 사고의 순서에서 '코기토cogito' 와 같은 역할을 한다. 반항은 최초의 명석판명한 사실이고, 이 명석판명한 사실은 개인을 고독에서 끌어낸다. 요컨대 반항은 모든 사람 위에 최초의 가치를 정립시키는 공동의 태도이다.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47~48p

이 번역본에 관해서는 역자 유기환 교수(한국외대 프랑스어문학부)의 카뮈에 대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역자도 나름 유심히 보는 편인데, 번역 작업을 했기에 애착이 생겨서 그게 작품과 작가에 이어진 경우는 종종 봤지만, 처음부터 애정을 가진 역자는 처음 봅니다... 주관적인 경험입니다. 처음이라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중.

조금 아쉬웠던 점은 번역이 어려운 편이라서 읽기 좀 힘들어요. 더 쉽게 쓸 수도 있는 표현을 더 쉽게 쓰지 않은 것 같은데, 최근에 책 소개를 위해 가볍게 번역을 했다가, 영어로는 술술 읽혀도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옮기자니 누락되는 의미가 많아서 번역이 어쩌고저쩌고... 말할 힘이 안 납니다. 그저 이 책을 번역해주신 것만으로도, 그로 인해 카뮈의 반항인을 두 가지 이상의 국역으로 읽을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기쁘고 감사한 일입니다.



너무 멋지고, 빌드업하기 위해 쓴 문장조차 제가 책을 덮고 잠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지만, 한편으로는 21세기에는 추천이 덜한 미괄식이나 배경지식(니체, 사드, 바쿠닌, 이반 카라마조프 등을 다 알아야 하니까요)이 필요해서 어려운 책이기도 하네요.

근래에 어떤 독서 관련 책에서 글을 쓰는 건 소통이기 때문에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면 저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의견을 접했습니다. 인문서, 학술서 등의 저자들 중에는 간혹 읽는 독자를 고려하지 않고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고도 해요. 제가 건너 들은 어떤 저자는 당신 책은 이해할 사람만 이해하라고 쓴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카뮈가 그런 사람이다, 아니다, 책임이 있다, 없다 따지기 이전에 반 세기 전 수사와 현재의 수사는 다를 수밖에 없어서 어려운 건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루소의 《신 엘로이즈》도 어려워요ㅎㅎ

......하지만 난 카뮈 그리고 루소 탓을 조금 하고 싶다.





#알베르카뮈 #카뮈 #이방인 #반항인 #반항하는인간 #유기환 #현대지성 #카뮈철학 #카뮈사상 #철학에세이 #철학책 #사르트르 #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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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재 전용 의견...

이 역자분이 문학동네에서 나온 에밀 졸라 소설도 번역하셨는데

김화영 교수가 쉽게 번역한 것과 비교하면

뭐 큰일났다

이렇게 생각하면

되는 걸까요

부조리의 경험에서 고통이란 개인적인 것이다. 반항 운동을 기점으로, 고통은 집단적인 것이 되며 만인의 모험이 된다. 이방감에 사로잡힌 인간이 실현한 최초의 진일보는 그 이방감을 만인이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 인간 현실이 전체적으로 자아와 세계에 대한 거리감으로 그늘져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는 데 있다. 단지 한 사람을 괴롭혔던 질병이 집단적 페스트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적 시련 속에서 반항은 사고의 순서에서 ‘코기토cogito‘ 와 같은 역할을 한다. 반항은 최초의 명석판명한 사실이고, 이 명석판명한 사실은 개인을 고독에서 끌어낸다. 요컨대 반항은 모든 사람 위에 최초의 가치를 정립시키는 공동의 태도이다.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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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시사인) 제835호 : 2023.09.19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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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잡지 참 재밌음...

윤석열 대통령이 내세우는 이념은 자유로운 시장원리나 강한 안보와 같은, 보수의 전통적 가치를 역설하는 데에만 쓰이지 않는다. ‘적‘을 지목하고 그들의 책동을 경계하라는 수사에, 필요할 때마다 당연하다는 듯 동원된다. 박상훈 국회미래여녀구원 연구위원(정치학 박사)은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이념을 내세울 수는 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론은 사회적 자원분배 방식이나 우선순위 설정처럼,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다. 무언가 반대하고 누군가 배제하는 데에만 쓰인다. 이것은 이념을 억압하는 이념, ‘반(反)이념의 이념‘이다. 정치의 기본 원리는 상대방의 인정인데, 이걸 부정하는 데에 이념을 쓴다."
_자유민주주의 앞세운 십자군 대통령의 성전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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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번역가 되는 법 - 두 언어와 동고동락하는 지식노동자로 살기 위하여 땅콩문고 시리즈
김택규 지음 / 유유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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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발언합니다.


유유 출판사에서 김택규가 쓴 번역 관련 책 두 권 읽었습니다.

-번역가 되는 법

-번역의 말들

대략 4년의 시간차가 있습니다.

편의상 번역가와 번역말로 구분하겠습니다.


저는 번역말 나오자마자 읽었고

이... 이 중장년한국남성의 글 참을 수 없어!!!

읽은지 1년 가까이 되어서 어디가 그렇게 별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번역 관련 책의 목록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던 건 분명합니다.


그런데 4년 전에 나온 번역가는 정말 좋던데요...

같은 저자의 책인지 모르고

예스24 크레마클럽에서 읽고

너무 좋은걸!!???

하고 저자의 다른 책을 검색해보니

웬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의 그 별로인 책.의 저자였다.


저자가 고집이 강하단 인상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고집이 센 사람을 안 좋아합니다... 왜냐면 내가 고집 센 고라니니까.

4년 전의 이 책에서는 번역가로서의 자부심과 고수하는 점이

독자인 저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적당한 고집은 좋은 거다.


번역은 외국어 실력보다도 도착어(모국어) 실력이 중요하다거나...

직역과 의역 중 의역의 손을 들어주고요.


번역가가 되는 법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써 주셔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완전.처음.첫 책 번역은 번역 에이전시에 들어가서 하는 게 좋지만,

그 이후에라는 나오라 하십니다...

왜일까요? 궁금하다면 책을.


그리고 번역서 기획도 제게는 흥미로웠는데요.

외국어 실력은 부족해도(ㅎ)

가끔 미마존(미국 아마존)을 탐방하는 저는

국내에 들어왔으면 하는 책을... 종종 봐요

사실 내가 국문으로 읽고 싶어서 그런 거임ㅎㅎ

그런데 그런 책들 중에서도

아 이건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읽었으면 좋겠다!!

하는 게 꼭 있기 마련이라서

잠시 번역가로서의 꿈을 꿔 보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번역가는 프리랜서니까

내가 이 정도 양의 작업을 하는 데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파악하고,

그 시간에 넉넉잡아 며칠을 더하고,

수입이 그리 많지는 않아서(번역가 인세는 작가와 나눠가지는데...... 너무 적어서 슬펐다)

이 책의 저자가 '아르바이트'라 부르는 일들도 해야 합니다.

번역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강의일 수도 있고, 윤문일 수도 있고, 지금 기억나는 건 이 두 가지네요.


이전에 홍한별과 노지양(두 분은 번역가입니다~!)의 서간집인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를 읽었습니다.

그때 번역가를 저자와 동일한 권위를 부여하며 생각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이 책은 그때보다 번역가의 존재를 더 깊게 생각하게 해 줬습니다.


인공지능으로 그림도 그리는데,

인공지능 대두 전부터 있었던 파파고를 보면

번역가가 대체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제가 하는 거 아니에요. 전 번역가 있어야 해요. 번역가 짱이에요.

하지만 컴퓨터는 텍스트 읽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아직'이라고 단서를 달겠습니다.)


저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좋아합니다.

첫문장도 유명합니다.

재산 많은 독신남(single man)이 아내를 필요로 한다(want)는 건 널리 알려진 진리다.

이어지는 내용은 그런 남자가 이사를 오면 주변에 딸 가진 집들이 그 남자 취향이나 마음은 하-나도 신경 안 쓰고 자기네가 응당 차지해야 할 재산으로 여긴다~ 뭐 그런 내용인데요

당시 시대상을 반영해 생각해보면 전쟁으로 남자가 죽어서 수가 부족하고,

또 남자는 굳이 결혼을 안 해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반면

여자는 결혼만이 명예로운 생계 유지 방법이었기 때문에,

또 여러 이유로 딸 가진 집들은 딸의 결혼을 강렬히 원했으므로

남자가 아내를 원한다는 진리는 그저 그들의 뇌피셜(ㅋㅋ)이고 소설은 내내 이 진리를 배반합니다.

그런 맥락을 생각하면 want를 '원한다'로 할지 혹은 '필요로 한다'라고 할지 고민하는 것도... 사소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single man도 요즘이라면 미혼 남자라는 번역어가 더 낫지 않을까 싶어요

독신이란 표현은 근래에는 잘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번역은 텍스트를 잘 읽을 수 있는 독자가 하는 게 맞는 것 같음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을 저는 마음 깊이 응원합니다!!!






여담

유유의 원고 편집에는 어떤 기준이 있는 것인지

책들 보면 문체가 다 무해하고 부드럽고 따스해서

신기하네요

어쩌면 존댓말이라 그럴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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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도 읽은 게 아니야! - 핵심을 파악하고 생각을 더하며 읽는 방법
이승화 지음 / 시간여행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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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책읽기/글쓰기 카테고리를 자주 보는데, 거기서 발견하고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해서 읽게 된 책이다. 쉽고, 친절하고,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다. 완벽하진 않아도 최고. 재미도 있다. 책을 읽는 사람도 조언을 얻어갈 수 있다. 책 안 읽히면 승질내며 머리 뜯는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실제 코칭 사례를 많이 담았고, 비문학 사례가 많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비문학에 좀 더 특화되었기는 한데 소설 독서에도 적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마음 같아서는 이 책을 샅샅이 요약하고 싶다(ㅋㅋ) 신기한 게 다른 실용서, 자기계발서들이 사실상 잘 뽑은 목차만 보면 족한 경우가 왕왕 있다. 주로 정독하는 독자인 내가 다른 실용서, 자기계발서에게 실망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이 책은 설명이나 제시한 구체적인 사례도 봐야 한다. 결국 정독하는 게 좋다는 소리지만, 그래도 내 리뷰로 이 책을 떼는 게 아니고 내 리뷰가 시작이 되었으면 해서 간단하게 적는다.



1장 읽기란 무엇인가?

저자는 읽기를 소통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꼭 글이나 책을 읽는 것에 국한하지 않는다. 대화도, 광고 문구를 이해하는 것도 읽기의 영역이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독자가 글도 일상의 대화도 잘 이해하고 소통하는 거라고 독자인 나는 생각한다. 이를 위해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2장 어휘력과 배경지식을 기르는 법

이 장에서는 단어를 분석하고 문장을 이해한다(이게... 이렇게 써 놓으면 '응? 뭐임?'하는데 직접 보면 일리가 있음.) 어휘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도 제시하는데, 낯선 어휘를 체크하고 중요도를 판별하는 건 나도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하는 말이다.(^^) 배경지식 기르는 법 중 하나는 어린이, 청소년 대상으로 한 책을 읽는 것인데, 이건 나도 썼던 방법이다. 추천한다.

여기서 유익했던 것!!! 배경지식이 많은 건 좋지만, 너무 많으면 세세하게 파고 들다가 큰 그림(글의 의도)을 놓칠 수 있다. 과유불급이다.


3장 핵심을 찾고 내용을 요약하는 법

글에서 상대적으로 중요한 게 있고 안 중요한 게 있으니 결국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이때 제목을 길잡이 삼아서 하면 좋고, 메모나 플래그 붙이기 등 흔적을 꾸준히 남긴다. 그리고 글에서 핵심 키워드는 꾸준히 반복하게 되므로 이 키워드들을 찾아 연결해서 요약 및 정리할 수 있다.

이 메시지를 뽑고 정리할 때 내 주관이 강하게 반영되어 정작 작가의 메시지와는 달라질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가슴에 새겼다... 리뷰 쓰면서도 경계하고 조심하게 되는 부분이다...


4장 글의 구조, 숲과 나무 함께 보기

문학, 비문학, 실용서 및 자기계발서에 따라 읽는 포인트가 다르다. 그 포인트를 제시했다. 글의 구조와 전략을 파악한다. 이 부분은... 직접 읽으면 좋겠다. 글의 구조는 두괄식이냐, 미괄식이냐 혹은 주제나 조직 구조는 어떻게 되느냐, 이런 걸 말한다. 글의 전략은 글쓴이가 자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기 위해 쓰는 전략을 뜻한다. 자기 경험을 넣었는지, 예를 들었는지, 인용이나 비유를 했는지, 통계를 가져왔는지 등. 이런 전략을 쓴 글을 읽을 때 독자로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점도 알려준다. 


5장 '진짜' 의미를 파헤치는 법

앞뒤 맥락을 읽고 속담, 사자성어 등으로 상황과 맥락을 파악하라고도 하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유용하다 싶었던 건 객관과 주관을 분리하는 방법이었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텍스트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와 독자의 가치관을 분리하는 것. 앞서 썼지만 책 읽고 리뷰 쓰면서 많이 경계하고 성찰하게 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경계까진 가능한데 성찰에서 발견을 못한다. (...) 아직 갈 길이 먼 독자다.


6장 나만의 생각을 더하는 법

자유롭게 감상 나누기, 비판적으로 접근하기, 창의적으로 제안하기, 질문하며 읽기, 마지막으로 삶에 적용하기. 이렇게 다섯 파트가 있다. 내가 분류하지 않고 던지는 생각들에 이름이 붙어서 좀 더 명확해졌고 이로 인해서 앞으로 그 이름값에 더 걸맞는 생각을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삶에 적용하는 것은 아무래도 읽은 책이나 책의 목적에 따라서 갈릴 것 같긴 하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었고 그 습관을 계속 갖고 있다. 읽고 쓰기를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디지털 읽기의 문제도.(ㅜㅜ) 있으니 이런 책으로 정신머리 바짝 잡는다. 여담이지만 글... 꼼꼼하게 읽고 정리도 하고 싶은데 읽을 책도 많고 시간도 없으니 리터러시 연마(ㅋㅋ)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듯. 폐관수련이라도 해야겠다.

제1장에서는 읽기의 개념을 정리하며 체계적 읽기의 중요성을 알려줍니다. 말귀와도 관련이 있어요. 제2장은 많은 분이 관심 있는 어휘력과 배경 지식 기르는 방법을 전해요. 정리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제3장은 읽기의 꽃, 내용 요약과 핵심 메시지 찾기입니다. 통찰력을 기르는 과정이에요. 제4장은 시야를 넓혀서 글의 구조와 전략을 파악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대표적인 패턴만 알아도 독해에 큰 도움이 돼요. 제5장은 상황과 맥락을 통해서 숨어있는 의미를 파헤치며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입니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글을 상대할 때 중요한 마음가짐이에요. 제6장은 나만의 생각을 더하는 방법입니다. 쓰기와도 깊은 관련이 있어요. - P7

(...) 과유불급! 배경 지식도 적절히 조절하여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P93

조심할 것은 키워드는 글에서 뽑고, 핵심 메시지를 내 머리에서 뽑는 상황입니다. 기본적으로 텍스트를 이해하려는 노력, 작가가 말하는 메시지를 찾아야 하는데, 내 머릿속에서 해석해 만들어낸 메시지를 꺼내는 문제가 종종 생깁니다. 글을 다 읽은 후, 주관적 감상이 강력하게 반영되어 전체적인 맥락을 놓치는 것이지요. 코칭 사례에서 만나 보겠습니다. - P107

글을 오래 탐구할수록, 배경 지식이 많을수록,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가 과몰입입니다. 요약·정리하면서 과도한 해석, 주관적인 생각을 첨가하는 것이지요. 그런 분에게 항상 ‘생각의 출처‘를 물어봅니다. 그리고 웬만하면 출처를 텍스트 안에서 찾으라고 합니다. 과도한 추론과 억측, 선입견과 편견이 맞물려 의미를 왜곡하거나 창출하는 일도 많거든요. 요즘 말로 ‘뇌피셜‘입니다. 공식적인 의견을 뜻하는 ‘오피셜‘, 작가가 말하는 ‘작가피셜‘과 다르게, 나의 ‘뇌‘에서 나온 주관적인 의견이라는 뜻이지요. 여기선 텍스트가 기준이니, 꼼꼼하게 챙겨야 합니다. - P116

문학 작품을 읽을 때 주관적인 느낌, 인상적 평가에 그치지 않고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싶을 때 이런 틀을 활용하면 좋습니다. 시간/공간적 배경 묘사는 잘 되었는가?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인물의 대사와 행동이 성격을 반영하는가? 사건이 너무 작위적이지 않은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주제 의식이 잘 담겨 있는가? 문체는 읽기 적당한가? - P130

지식 중심으로 읽을 때 K.W.L. 전략을 활용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Know), 내가 알고 싶은 것(Want to know), 알게 된 것(Learned)을 나누어서 보는 것이에요. 포인트는 목적 달성, 문제 해결의 관점입니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을 알 수 있는가, 이런 부분이 충족했다면 성공적인 독서 경험을 갖는 것이지요. 그래서 비문학은 독자의 니즈가 명확할수록 효과적인 독서가 가능합니다. 여러분도 비문학 책을 고를 때는, 나의 독서수준을 바탕으로 원하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목차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P132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기 힘들 때,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책들끼리 링 위에 올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 - P134

독자가 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수록 실용서는 만족도가 올라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자의 눈높이와 잘 맞는 책을 고르고, 그 이후에는 꼭 실천해야 합니다. (...) - P136

자기계발서도 같은 맥락입니다. (...) 구성이 조금 어설프기도 하고, 근거가 명확하지 않기도 해요. 하지만 분명한 메시지 전달과 함께 동기유발이 잘 되도록 이끕니다. - P137

강력한 주제를 심플하게 전달합니다.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 학문적으로 보았을 때, 그 방법이 좋다는 근거가 부족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있다면, 독자가 그 방법을 시도하면 성공입니다. - P137

체계가 잡힌 글일수록 표지어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요. 자주 쓰는 것이 첫째, 둘째, 셋째… 입니다. 읽다 보면 첫째를 확인하고, 바로 셋째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는 둘쨰를 찾아야 합니다. ‘우선‘, ‘다음으로‘, ‘마지막으로‘ 이런 식으로 다르게 말할 때도 있으니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예를 들면‘, ‘정리하면‘과 같은 말이 나오면 그 뒤의 내용도 예측 가능합니다. 그 외에도 ‘원인은‘, ‘문제점은‘ 등의 카테고리 표지어는 문단의 전체 방향성을 나타냅니다. - P143

모든 통계가 정확한 것은 아니기에 항상 출처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 정책 관련 통계는 정치적인 성향과도 돤련이 있어요. 특정 조사 기관에서는 교묘하게 조작해서 입맛에 맞는 통계 결과만 도출하기도 하지요. 이어서 글쓴이가 논지를 강화하기 위해 과도하게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은 아닌지 점검(...) - P161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통계는 최신 통계를 우선시합니다. 하지만 통계가 없거나, 불리할 경우 의도적으로 과거 통계를 활용하기도 해요. 메시지의 맥락에 통계를 끼워 맞추는 경우죠. 또 기준을 유리하게 활용하기도 해요. 이렇게 통계 자체에 대한 의심, 통계를 활용하는 글쓴이의 의도에 대하여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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