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편>을 읽고 나서 1년쯤 지나고 나서야 <현실너머>편을 읽게 되어 후회됩니다.
그때 바로 달아서 읽을 걸. 하고 말입니다.
독서 습관이 자리 잡힌 이후 책을 고르는 제 나름의 기준이 있다 하지만, 때론 즉흥적인 선택을 피할 순 없었지요.
앞으로는 책의 선택에 있어 나름의 체계를 잡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시행착오를 겪어온(물론 앞으로도 죽을때까지 겪는 거겠지만) 그 간의 독서습관이, 책을 고르는 취향이, 수 많은 출판물에 제 소중한 시간을 착취당해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네요. 그 시간에 포기한 다른 일들을 생각하면 가끔 죄책감이 들기도 합니다. 맞벌이 가정에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저로서는.
비유를 하자면
마치 바둑을 배우는 데 있어 체계적인 포석과 사활의 기초없이
마음내키는 대로 18급하고, 때로는 프로 9단하고도 두면서
무수한 전적수만 자랑하는 꼴.
또는 수학을 배우면서 인수분해를 배우지 않고 2차 함수 문제를 풀려고 끙끙대는 꼴일 겁니다.많이 푼다고만 해서 실력이 느는 건 아니죠.
독서는 반드시 "공부"가 아니기에 마음 내키는 대로
읽고 싶은 책을 읽는 유희의 즐거움을 탓하는 말이 아닙니다.
단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철학, 과학, 예술, 종교의 뿌리가 "진리"가 실제로 존재할 것인지에 대한 네가지 태도(절대주의,상대주의,불가지론,실용주의)로서 역사적으로 발전해 온 뼈대라는 점에 대해 대단한 발견을 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는 내 자신이 살짝 부끄러워졌을 뿐이죠.
마음내키는 대로 어려운 책을 들고 멋있게 사유하는 것도 썩 괜찮은 것이라 생각해했던 적도 있었지요.
여러번 읽으면 깨우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넓고 얕은 지식을 군더더기 없이 핵심적인 뼈대만 간추려 서로 다른 학문의 분야에 원리를 접목시킨 후 일관성 있는 흐름을 설명한 이 책이,
독서에 있어서도 기초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말해줄 겁니다.
그리고 이 책을 덮고나서
지루하고 어려운 분야조차
서서히 즐거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지름신 영접은 덤이겠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