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유명한 첫 문장.

<민음사>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열린책들>
˝재산이 많은 미혼남성이라면 반드시 아내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널리 인정되는 진리이다˝

이 첫문장에 제인오스틴이 ˝자기만의 방˝에서 창조한 스타일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이 문장이 왜 그렇게 유명한지를 알려면 책을 다 읽어야 한다. 덮고 나서 다시 책을 펼쳤을 때 이 문장은 전체를 이야기한다. 여운이 짙다. 그리고 영리한 제인오스틴만의 은닉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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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의 이런 경험은 최근 읽었던 고골의 <검찰관>에서 생생히 경험한 적이 있다.
이런 첫문장으로 시작한다.
˝제 낯짝 비뚤어진 줄 모르고 거울만 탓한다-러시아속담˝

오만과 편견의 이중적 문장과는 다르게 검찰관의 첫 문장은 책을 읽지 않더라도 무슨 뜻인지 이해가 쉬울 정도로 직설적이다.
하지만, 이 첫문장의 반전은 전율감이 일 정도로 한동안 감탄했었다.

고골의 작품에서는 언제나 인류전체가 풍자의 대상이 되는 셈이나, 독자는 그 순간만은 그 풍자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기이한 착각에 사로잡혀 풍자가와 더불어 자기 자신이 소속된 인류를 비웃는 것이다.
즉, 검찰관의 부정적인 인물들은 모두 우리의 초상이며 자기 동일성의 변주임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즉 속담의 ˝제 낯짝˝은 ˝독자의 낯짝˝을 말하는 것이었다.
다 읽고 나서야 짚어볼 수 있는 절묘한 문장이었다.

......이래서 소설의 첫 문장은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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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오 2018-05-02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만과편견 읽으리라고 맘은 먹은책이네요. 저는 문학동네 버전으로 생각중이에요 ㅎ문동세전 수집중 ㅋ

북프리쿠키 2018-05-02 22:44   좋아요 1 | URL
문동책 컬러풀하고 고급지죠 ㅎ
문동에서 오만과편견의 첫 문장은 어떻게 번역되었나 궁금해지네요~나중에 메오님이 올려주세요 ㅎ

메오 2018-05-02 22:49   좋아요 3 | URL
‘큰 재산을 가진 미혼 남자라면 마땅히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이렇게 되어있네요 ㅎ

북프리쿠키 2018-05-02 22:52   좋아요 1 | URL
오~감사합니다. 조금씩 다르네요.
깨알같은 재미가 있네요ㅎ

2018-05-02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3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18-05-03 0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펭귄 북스 첫문장은 이러하네요.
‘상당한 재산을 소유한 독신의 남자는 아내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이것은 다들 인정하는 진리입니다.’

북프리쿠키 2018-05-03 09:27   좋아요 1 | URL
펭귄도 문장이 깔끔하네요.
이 문장은 마치 베넷부인의 항변같아요. 우린 저마다 베넷부인의 욕망과 천박함을 숨기고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cyrus 2018-05-03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약 남자든 여자든 저 명문장을 인용해서 결혼을 합리화한다면 저는 반대할 것입니다. 지금은 과거처럼 ‘남편’ 또는 ‘아내’가 꼭 필요해야 하는 시대가 아니니까요. ^^

북프리쿠키 2018-05-03 14:53   좋아요 1 | URL
싸이러스님도 아시다시피 제인오스틴이 소설의 시작부터 저 문장으로 당시 남성위주의 사회를 은근 비틀었지요. 그걸 모르고 명문장이랍시고 합리화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껜 반드시 케어가 필요한 동반자가 필요치 않을까 싶네요^^

stella.K 2018-05-03 16:17   좋아요 1 | URL
ㅎㅎ 근데 나이들면 있는 게 없는 것 보다 났다고 생각해.
나이들어 무슨 청승이냐?

안 그래요 쿠키님?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