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유명한 첫 문장.
<민음사>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열린책들>
˝재산이 많은 미혼남성이라면 반드시 아내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널리 인정되는 진리이다˝
이 첫문장에 제인오스틴이 ˝자기만의 방˝에서 창조한 스타일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이 문장이 왜 그렇게 유명한지를 알려면 책을 다 읽어야 한다. 덮고 나서 다시 책을 펼쳤을 때 이 문장은 전체를 이야기한다. 여운이 짙다. 그리고 영리한 제인오스틴만의 은닉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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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의 이런 경험은 최근 읽었던 고골의 <검찰관>에서 생생히 경험한 적이 있다.
이런 첫문장으로 시작한다.
˝제 낯짝 비뚤어진 줄 모르고 거울만 탓한다-러시아속담˝
오만과 편견의 이중적 문장과는 다르게 검찰관의 첫 문장은 책을 읽지 않더라도 무슨 뜻인지 이해가 쉬울 정도로 직설적이다.
하지만, 이 첫문장의 반전은 전율감이 일 정도로 한동안 감탄했었다.
고골의 작품에서는 언제나 인류전체가 풍자의 대상이 되는 셈이나, 독자는 그 순간만은 그 풍자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기이한 착각에 사로잡혀 풍자가와 더불어 자기 자신이 소속된 인류를 비웃는 것이다.
즉, 검찰관의 부정적인 인물들은 모두 우리의 초상이며 자기 동일성의 변주임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즉 속담의 ˝제 낯짝˝은 ˝독자의 낯짝˝을 말하는 것이었다.
다 읽고 나서야 짚어볼 수 있는 절묘한 문장이었다.
......이래서 소설의 첫 문장은 예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