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이제는 아들이 집에 돌아올 때만 

알라딘에 글을 쓰고 있다. 

전혀 나답지않게 내가 사는 곳의 시간, 

지난 금요일 아침 너무나도 일찍 

Demon Copperhead 에 대한 글을 하나 올렸는데. 

https://blog.aladin.co.kr/788030104/15529363


이게 마지막 Final 끝나자마자 밤 시간에 맞춰서라도

기어이 곧바로 집에 돌아오고야 말겠다는 

아들의 불굴의 의지를 꺽고 

비행기가 원인을 전혀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그냥 무진장 Delayed, 예정된 목요일 밤이 아니라 

금요일 이른 새벽 Wee hour 의 시작에야 

간신히 우리 동네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아들 공항 Pick up 때문에 노심초사하며 기다리다가

결국 잠들 시간을 완전히 놓쳐버려서 초롱초롱,

올빼미처럼 오밤 중 내내 책을 읽다가 글까지 쓰게 됐는데

그렇게 금요일 하루가 너무 길어서 놀랄 지경이었다. 

<새벽형 인간>이 갑자기 부러워진 하루였다. 

물론 그 날 하루만 엄청 Productive 하고

그 후유증으로 주말내내 골골했지만. 


아들이 집에 돌아오면 아무래도 

나 혼자만의 시간, 특히 책읽기에 제동이 걸려서

느긋이 자리잡고 앉아 집중을 해야하는 책은 접어두고

시간 날 때마다 짬짬이 할 수 있는 

책 정리 글이나마 조금씩 연결해서 쓰게 된다.  


이제 JD 2L까지 무사히? 마치고 

법대 대학원 졸업을 1년 남긴 아들이 

Summer Internship 시작하러 곧 집을 떠나기 전까진 

여전히 엄마가 좋다며 엉겨붙는 지금을 즐기며

같이 놀아주고 잘 먹이고 예뻐해줘야한다.


그래서 일단 긴 호흡을 요구하는 장편은 다 제쳐두고 

짧은 단편을 한 편씩이라도 읽어야겠다고 

몇 달 잘 나가던 나의 Reading spree 

노선路線을 완전 변경했다.   


그 중, 일단 사서 쟁이기부터 했던
Best Short Stories 에 관련된 글마다 언급되는 
Hemingway 의 숱한 단편을 시대별로 다 모았다는 
단편소설계의 또 다른 벽돌책 Tome (650 Pages)
The Complete Short Stories of Hemingway
를 드디어 펼쳐보았다.  

가지고 있던 Hemingway Paperbacks 는  
이미 다 읽었고 더군다나 몇 번 반복한 책도 있지만
어쨌든 오래간만에 Ernest Hemingway 전격 소환이다.  


The Complete Short Stories of Hemingway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는 Hemingway 의 단편을
Sporadically 뜨문뜨문 자투리로 꽤 많이 읽었지만 
그만큼 내 기억도 뜨문뜨문해서 
역시 줄 쳐가며 읽을 Tangible Artifact 가 
필요함을 절감했다.  

단편 소설이 70편이나 포함된 두꺼운 책이라 
도대체 언제 그 끝을 볼 수 있을지 오리무중이지만
종이책으로 가지고 있는 한, 하나 씩 둘 씩 줄 쳐가며 
읽어내서 결국엔 끝장을 보고야마는 
나의 잠재된 저력?을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다양한 두께의 Ernest Hemingway 책탑 (9 Books)



Ernest Hemingway's 9 Books Spread 


언젠가 내 감정이 이끄는대로 주절주절 끝없이 써보고 싶은 

Hemingway 의 책은 For Whom The Bell Tolls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이다.



For Whom The Bell Tolls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Hemingway 작품 중 가장 긴 장편인 
For Whom The Bell Tolls (43 Chapters/471 pages) 는
오히려 다른 짧은 책들에 비해 손에서 놓질 못하고 
푹 빠져 읽을 정도로 나한테는 그의 작품 중, 
가장 재미있고 흡입력있는 책이다.

동명의 Gary Cooper와  Ingrid Bergman 주연의 
엄청 유명하지만 원작과는 비교도 안 되는 
영화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Jordan 이나 Maria 에 집중하기보다는

오히려 Spanish Civil War 그 자체와 
거기에 휘말린 다른 사람들,
Pilar 의 혁명 당시의 인민재판과 학살 이야기 (Chapter 10),
Pilar의 영원한 Matador, 
Finito 의 삶과 죽음에 이르는 이야기 (Chapter 14)
El Sordo 의 장렬했던 마지막 전투 Last Stand (Chapter 27)
담담한 어조, 그렇기에 더 처절한 Andrés 이야기 (Chapter 34)

에 제대로 빠져들면, 그야말로 가슴 먹먹한, 
불운한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긴 여운으로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가장 짧은 소설이라기보다는 Novella,
표면적으로 쓱 훑으며 별 생각 없이 읽을 땐, 
역대 Nobel 상 수상작 중에 과연 이보다 더 읽기 쉽고, 
밋밋하고, 재미없는 책이 있으랴 싶은.

그러나 일단 그런 
Surface Realism 의 이야기 한 가운데 
통찰 Insight 이라는 물 한 방울이 떨어져서
잔잔한 파문波紋을 일으키는 순간.

전혀 다른 Discrete Level 의 
상징 Allegory 과 은유 Metaphor 가
각각의 동심원同心圓에서 공명共鳴하기 시작하는.

그래서 읽을 때마다 새롭고 놀라운 
The Old Man and The Sea  <노인과 바다>는, 
이 책을 여러 번 읽은, 이제는 꽤나 나이를 먹은  
그런 누군가와 길게 얘기해보고 싶은 책이다.


The Old Man and The Sea  <노인과 바다>


<노인과 바다> 이 책의 문제는 
표현할 글재주는 없는데  그저 나중에 뒷북치며 
감동만 잘 하는 나 같은 이들의 책 <감상평>이 
책, 그 자체보다 언제나 길어질 수 밖에 없다...
라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너무나 길어진 페이퍼, 지금은 그냥 
이 책 관련 여담餘談 하나만 언급하자면.

<노인과 바다> 이 책에서 the boy 라 언급되고 
동명영화에서도 어린 소년으로 나왔던 Manolin 
Hemingway 전문가들에 의하면  
22살의 청년이란 걸 책 줄거리 전기수처럼 읊으며
알려줬더니, 영화만 본 우리 남편, 무지 놀라워했다.

이렇게 전문가들이 Scanty 한 책 구절 몇 개를 가지고 
등장 인물의 구체적인 나이를 유추해 낼 수 있다는 건  
어쨌든 꽤나 신기한 일이지만.

나에겐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비록 무의식적일지라도, 
당연히 Young man 정도로 인식되어 있던 
Manolin 이었기에 <노인과 바다> 영화 자체에 
배신감을 느끼며 나를 매우 미심쩍어하는 
남편의 반응은, 정말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오래 전이지만 Spanish 를 몇 년 택했었던 터라
Hispanic Culture/Custom 에서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Unmarried man 을 el chico
이런 식으로 성인 취급 제대로 하지 않는는 걸 
이미 알고 있었고 노인 Santiago 야, 
당연히 endearing 혹은 affectionate address, 
친근한 의미의 호칭으로 Manolin 을 
the boy 라 부르는 것 뿐.

그 힘들고 생사마저 건 위험한 먼 바다 낚시에, 
일부러 사서 고생을 더 하려는 Self-torture 도 아니고,
아무리 가난한 동네 Cuba 일지라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생계에 관련된 
존엄한 일터에 누가 몇 년씩이나, 
<애 보느니 차라리 밭을 매겠다>는, 
<진리의 말씀>에 나오는 진짜 어린 아이를, 
Apprentice/ Assistant 로 데리고 나가겠는가?

소위 고수高手들의 의견을 들려줘도 
<I'm from Missouri.> 신공을 꿋꿋하게 시전, 
삐딱하게 Skeptical 한 태도를 고수固守하는 남편에게
Hemingway 전문가들이 단서로 사용했다는
책의  pp.21-22 언급된 구절들 몇 개를 읽어줬더니.

".....But then I think of Dick Sisler 
and those great drives in the old park." (p. 21)

"The great Sisler's father was never poor 
and he, the father, was playing in the Big Leagues 
when he was my age."  (p. 22)

"When I was your age 
I was before the mast on a square rigged ship
that ran to Africa and I have seen lions 
on the beaches in the evening." (p.22)

온갖 Sports 관련, 거의 모르는 게 없는 남편, 
(한 때의 꿈이 미전국을 누비며 
미래의 Sport Heroes 를 발굴하는 Recruiter 였다.)
즉각 Dick Sisler (Richard Alan Sisler) 와 
그의 아버지인 George Sisler 
(Hall of Fame first baseman & two time, .400 hitter),
검색 시작해서 진지하게 Manolin 나이 계산 시작.

뭐, 난 이런 종류의 의심이나 열정과는
원래부터 별로 친하지 않아서, 그냥 옆에서 구경만 했다.

Hemingway 는 
상징압축간결미의 대가이지만 
그의 모든 비유와 상징은 어디까지나 
매우 현실적이고 사실주의적인 것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더 설득력이 있는 것임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

어쨌든 책 자체가 하나의 Allegory 라서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해보면 생각해볼수록,  
내용이야 심오深奧하지만 글 자체는 
그야말로 헤밍웨이식 글 쓰기의 정수精髓
간결, 깔끔, 읽기가 전혀 어렵지않고 짧아서 더 좋은 책,
The Old Man and The Sea  <노인과 바다>.

Manolin 의 나이 관련된 인용문만 덜렁 적어놓으니
뭔가 몹시 허전하고 없어?보여서 아마도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로 뽑힐 2 Quotes 도 같이 적어본다. 

“But, he thought, I keep them with precision.
Only I have no luck any more.  
But who knows?  Maybe today. 
Every day is a new day. It is better to be lucky. 
But I would rather be exact. 
Then when luck comes you are ready.”
― Ernest Hemingway, The Old Man and the Sea, p. 32

>>>하지만 그는 생각했다. 나야 정확하게 보전하지.
그저 지금껏 운이 없었을 뿐이야.  
하지만 누가 알겠어?  어쩌면 오늘일지.  
매일이 새로운 날인데. 운이 있다면 더 좋고.  
하지만 내가 먼저 확실히 해야겠지. 
그래야 행운이 다가올 때 준비가 된 걸테니 말이야. 
ㅡTranslated by Jeremy

너무 간단한 단문短文이라서 오히려 문맥에 맞는 
한국어로의 자연스러운 전환轉換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도 기어코 발해석의 무리수를 두어본다.

But man is not made for defeat,˝ he said.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 Ernest Hemingway, The Old Man and the Sea, p.103

>>>그는 말했다.
그렇지만 인간은 패배를 위해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야.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어.
ㅡTranslated by Jeremy

05-15-24 (W) 10:51 pm P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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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4-05-18 1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헤밍웨이 영문책탑 멋지네요~!!
전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있거라>가 1픽입니다 ㅋ <노인과 바다>는 영어 문장이 더 좋네요~!!

Jeremy 2024-05-19 12:40   좋아요 1 | URL
책은 높게 많이 많이 쌓을수록 어쩐지 더 멋져지는
물량공세가 통하는 쟁임의 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헤밍웨의 소설 중 A Farewell to Arms <무기여 잘있거라>는
저의 두 번째 Favorite.

<노인과 바다>의 유명한 두 영어 문장은 제가 새파랑님
페이퍼에 댓글로 단 적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