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은지 이미 오래 전이기 때문에

알라딘 <책속에서> 를 훑어보다가 눈에 띈

한강 작가의 글 조각을 내가 한 번 영어로 직역해본 후 

영문판 해당 페이지를 찾아서 비교해보았다. 


역시 Bilingual 이중언어 범벅자답게 

뜻만 확실히 통하는 너무나 정직한 나의 직역에 비하면

간단한 듯 보이지만 섬세하게 문학적으로 다듬어져 표현된 

영어 번역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물론 원작의 표현 자체가 출중해야 

훌륭한 번역이 가능한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한국어 특유의 맛이 100% 가미된 것은 아니라서

한국어로 된 한강 작가의 전작을 종이책으로 사서 

쟁여야겠다고 계속 생각만 하고 있는 중이다. 


올 10월에 한국 방문하려고 계획 다 짜서 

Florida 에 사는 막내랑 한국에서 Rendezvous 할 참이었는데.

그래서 사고싶은 한국어책 목록도 이미 다 마련해두었는데.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 특히나 한국과 미국의 정세가 

신나게 세운 여행계획을 실행하기엔 

너무나 큰 부담과 버거움으로 다가온다.


그저 누구에게나 가혹할만치 공정한 시간의 물결에 휩쓸려

무념무상으로 이 <시대의 소음>에 귀막고 인내하다보면

그저 딱 2년+만 단단하게 내 삶을 붙들고 버티다보면

더 좋은 세상같은 건 이미 언감생심 바라지도 않는 나에게 

그저 소박하지만 정상적인 삶과 생활 환경이 돌아오기만 바랄 뿐이다. 




"그녀는 계속해서 살아갔다. 

등뒤에 끈질긴 추문을 매단 채 가게를 꾸려나갔다. 

시간은 가혹할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인내로만 단단히 뭉쳐진 그녀의 삶도 

함께 떠밀고 하류로 나아갔다."

ㅡ한강 <채식주의자> p. 169


"And she got by, as she always had done.  

Despite the scandal hanging over her,

steadfastly refusing to disappear, 

she made sure that the shop kept running.  

Time was a wave, almost cruel in its relentlessness 

as it whisked her life downstream,

a life she had to constantly strain 

to keep from breaking apart." 

― Han Kang <The Vegetarian> pp. 142-143


03-16-25 (Sun) 5:52 pm P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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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3-17 1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채식주의자는 영문판 표지가 더 어울리는거 같아요~! 저도 한강 작가님 작품은 다 모아보려고 합니다 ㅋ

Jeremy 2025-03-19 17: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한강 작가의 책은 단 두 권 영문판으로만 읽었는데
<The Vegetarian> 을 읽으며 느낀 건
소재와 주제가 딱 영어권 구미에 맞는다는 것이고

<Human Acts> <소년이 온다>는 영어로 읽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풍선처럼 제 머릿속에서 한국어가 자동 생성되는 신기한 경험과 함께
울분을 토하며 눈물짓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아마도 제 생에 이런 일이 다시 생길 것 같지는 않으니
노벨수상작가의 작품을 원어인 모국어로 읽을 수 있는
자랑스러움을 안겨준 한강 작가의 다른 책들은
한국어로 음미하며 천천히 읽고 싶어서
그녀의 전작을 종이책으로 구입하려고 합니다.
 

그냥 말뿐 아니라 은퇴 준비를 본격적으로 실행하다보니

추운 날씨와 짧아진 해가 겨울이 어느 새 성큼 다가왔음을.


벌써 다음 주면 Thanksgiving 이라 아무리 남편과 나,

둘이서만 보낼 Holiday 일지라도 나름 준비해야함을.


그래서 이런 쏜살같은 시간의 흐름이

거의 '무자비'하게까지 느껴지는 11월의 끝자락이다. 


오랜만에 만화책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것 

Update 해서 구입하려고 알라딘에 접속했더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책 <표범> 이다. 


문득 3년 전 쯤에 쓴 내 글이 떠오르며 

다시 한 번 가차없는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된다. 


12-8-21 (W) 11:16 pm PST 

<도루묵과 중구난방 사이에서 #2: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이야기> 중 일부분만 발췌.



November 2021 책탑


길어도 너무 길지만 책 이야기라면 언제 어디서든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나의 이 저력집요함이란!


<...중략:  엄청 기니까!>


2021년 11월에 쟁인 숱한 책들 중에서 

내 마음에 가장 흡족했던 책은 바로 이 책!


오랫동안 잊혀졌던 이 책을 드디어 "찾아서" 샀다.  

책 자체도 너무 산뜻하게 Green, green,

아름답고 신선한 자태를 자랑한다. 



The Leopard by Giuseppe Tomasi di Lampedusa  

(Italian: Il Gattopardo)  <표범>


알라딘 검색해보니 

책으로는 아직 한국어로 번역된 게 없는 것 같고 

이 책을 원작으로 한 DVD 는 찾았다.


이 영화는 내 <추억의 명화> 중 하나였는데 

어째서 이토록 오랫동안이나 

아예 까맣게 잊고 있었는지 그저 의문일 뿐이다.  


아주 오래 전에, 

지금은 돌아가신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아빠랑 같이 

"하여튼 내일 할 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잠 안 자며 

늦게까지 영화 보는 건 부녀가 둘이서 정말 똑같다." 고

못마땅해하며 구박하는 엄마의 잔소리를 

둘이서 소나무처럼 견뎌내며 봤던 영화 중의 하나다.  


Burt Lancaster 와  Alain Delon 이라는

대배우가 같이 나와서 그 당시에도 우와, 

하며 봤던 가리발디 시대의 이탈리안 역사물로 

화려한 영상의 아름다움과 매혹적인 내용에 빠져들어 

영화가 이 정도인데 원작인 책은 더 재미있다니, 이럴 수가! 


꼭 책으로도 읽어봐야지, 생각했었는데 

그런 다짐과 영화 자체가 어째서인지 

그만 망각의 강 저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No Time to Spare: Thinking About What Matters 

by Ursula K. Le Guin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10월 말에 Ursula K. Le Guin 의 책, 

No Time to Spare 를 읽다가 


그녀의 고양이, Pard 이야기 부분, 

<Choosing a Cat > (pp. 23-28) 에서 

고양이 이름을 Pard 라 부르게 된 경위가 나오는 대목 중


"It started out as Gattopardo 

(The Leopard, Lampedusa's Prince, Fabrizio)."


이 <한 줄>을 읽는데 그만 오만가지 

추억과 기억이 해일처럼 밀려오는 것이었다.  

또 잊혀지기 전에 당장 아마존에서 이 역사 소설책, 

The Leopard 를  찾아서 주문했다.  


책을 읽는 즐거움이야 백만가지 이상이 될 수 있겠지만

이처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널리 회자되는 유명한 구절이나 문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습관처럼 그냥 날마다 읽고 있던 어떤 책의 한 문장이


이렇게 너무나도 개인적이고 친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경험은 

책을 가까이 하는 그 누구나, 한 번쯤은 겪지 않았을까? 

그래서 평생 책의 매력과 마법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그냥 다...중략: 엄청 기니까!!>


그리고 현재 3년 전을 회상하며 글 몇 줄을 덧붙여보자면.


P.S. #1:  역시나 내 긴 독서 생활의 영원한 

Muses 중의 하나인 Ursula K. Le Guin (1929-2018).

이런 혼란한 세상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새삼 그리워진다.




P.S. #2:  이 책 The Leopard 중에서 

유명한 딱 두 개의 문장만 인용해보자면.


“Se vogliamo che tutto rimanga com'è, 

bisogna che tutto cambi.”


>>>“If we want things to stay as they are, 

things will have to change.”

― Giuseppe Tomasi di Lampedusa , The Leopard


책에선 이렇게 영어로 번역했지만 직역에 가까운 건

>>>If we want everything to remain as it is, 

everything must change.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한다면,

모든 것이 바뀌어야한다.


“Noi fummo i Gattopardi, i Leoni; 

quelli che ci sostituiranno saranno gli sciacalletti, le iene; 

e tutti quanti gattopardi, sciacalli e pecore, 

continueremo a crederci il sale della terra."


>>>"We were the Leopards, the Lions; 

those who'll take our place will be little jackals, hyenas; 

and the whole lot of us, Leopards, jackals, and sheep, 

we'll all go on thinking ourselves the salt of the earth."

― Giuseppe Tomasi di Lampedusa, The Leopard


*the salt of the earth:  a person or group of people 

of great kindness, reliability, or honesty.

 

>>>우리는 표범, 사자였다. 

우리의 자리를 차지할 자들은 작은 자칼, 하이에나일 것이다.  

그리고 표범, 자칼과 양ㅡ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세상의 소금이라고 여기며 살아갈 것이다.”

― Translated by Jeremy



11-19-2024 (T) 9:38 pm PST

Revised 11-20-24 (W) 6:01 pm P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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