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대학생, 비록 1년 반의 시간을
집에서 뭉개며 대학교 과정을 밟았을지라도
어쨌든 대학 Senior 가 될 아들에게
법대 대학원 지원을 앞두고 LSAT 시험공부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잔소리"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임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날이 게을러지고 밤낮마저 완전히 바뀌어서
한 집에 살면서도 얼굴 보기가 어려워진 순간,
도대체 계획이라는 게 있고 거기에 맞춰 뭔가를 하고 있는건지
"꼭" 알아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조급증과 염려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자전거 타고 학교 다니던 일상에
꼬박꼬박 학교 Gym 에서 운동하고 힘들게 배 (조정) 까지 저어서
몸짱으로 집에 돌아왔었는데
스무살/스물 한 살, 아무리 한창 때라도 게으름의 늪에 빠져
밥만 많이 먹고, 운동 게을리하고, 잠만 퍼자면
1년 반만에 근육 다 빠진다는 걸, 그리고 그 근육의 빈 자리가
온통 가공할만한 "살무더기" 로 채워진다는 걸,
우리 아들내미가 몸소 증명하셨다.
아무리 집에 운동 기구가 갖춰져 있고 Bench Press 가 있어도
어지간한 의지와 결단력과 부지런함의 화신이 아니고서야,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건 어려우니까, 그래, 내가 이해한다.
그러나 스물 한 살, 인생 처음으로 두둥 온몸에 군살 달라붙고
엄마 닮아서 어쩔 수 없는 통통한 볼살까지 다시 돌아와
아니, 오히려 더 탱탱해져서 그나마 크게 미소 지으면
흔적기관처럼 보이던 보조개마저 완전 실종되었다.
학교 돌아가면 다시 배라도 저어야,
저 넘쳐나는 살무더기가 다 빠지려나.
이미 주체못할 내 살 걱정에
이젠 저 넘의 살까지 신경써야 한다니, 부들부들.
그나마 먹는 재미로 버티는 것 같은데
밥 안 주며 굶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법대 대학원은 비슷한 GPA 와 LSAT Score 일지라도
Application 을 빨리 보낼수록
Admission 에 유리한 걸로 알고 있는데.
도통 LSAT 시험공부하는 기미도 안 보이고
하다못해 Prep Course 라도 택하라니까
어차피 다 Online 으로 하는 건데 엄청 비싸기만 한 돈낭비!라며
아주 엄마 쌈지돈 아껴주는 척까지 한다.
도대체 언제쯤 시험을 볼건지 미적거리는 꼴이
설마 자신을 LSAT, One Seating 으로 끝낼 수 있는 능력자! 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확인해야만 했다.
아니나 다를까.
Recommendation Letter 하나 받았고 두 번째는 일단 학교로 돌아가
교수님 직접 뵙고 여쭤본 뒤에 받을 예정이라
어차피 10월에 원서 보내는 건 불가능.
그냥 12월 초까지 한꺼번에 다 Wrap-up 해서 Apply 해야 할 것 같고
그러니까 "넉넉하게" 10월과 11월,
2번 정도 LSAT 시험보는 걸로 끝낼 생각이라며
아주 "태연하게" 대답하신다.
왜 8월과 9월에는 시험 안 보는 건데?
8월 시험은 본인이 준비가 "덜" 된것 같아서 이미 Pass, (뭐라고!!!)
9월은 LSAT 시험, 아예 없단다.
이 넘이 여름내내 공부 안 하고
우울하다, 무기력하다, 땅굴파며 빈둥거리더니
Campus 로 돌아가 학교 수업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LSAT 끝내 버리고 그냥 맘 편하게 학교 공부에만 집중하면 좋을텐데
저렇게 질질 시간만 끌며 성질 급한 엄마의 복창을 뒤집어 놓는다.
자기는 학교로 돌아가서 Structured & Organized Schedule 로
공부하는 게 더 능률이 오른다나, 뭐라나.
얘한텐 씨도 안 먹힐 한국의 "고시원" 얘기까지 설명해주면서
LSAT 처럼, 옛날 시험지 무궁무진하게 넘쳐나는 시험공부는
그저 Drill, Drill, Drill.
시험문제 미친 것처럼 풀고, 오답 분석하고, 연습 시험 무한 반복하는,
공부 기간 딱 정한 뒤 초집중해서 Clear! 해버리는,
시간과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했더니.
그렇지 않아도 큰 눈, 화등잔만해지면서 (이게 놀랄 일이니?)
어떻게 LSAT 시험 공부를 날마다 8시간+씩이나 하고
4시간 정도 걸리는 LSAT 시험 보는 걸,
계속 연습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LSAT Practice Test 는 진짜 시험보는 것처럼
사흘에 한 번 꼴로 연습하고 있긴 한데
자기는 그것도 너무 힘들다나, 뭐라나.
빠직! 아, 이 근성 없는 넘! 같으니라고.
갑자기 기가 콱 막히면서 하마터면 다른 집 아들.딸내미 내지
(엄친아 들먹이고 싶었는데 아는 사람이 없어서, 통과!)
작년 Covid-19 사태 속에서도 Gap Year 없이
대학 4년 동안 모든 걸 다 준비해서
Medical School Admission 받아 의과 대학원 시작하며
"신의 아들" 로 등극한 쟤 사촌형 얘기 꺼내며
비교하려는 그런 금기를 범할 "뻔" 했다.
남들 뿐 아니라
형제.자매. 또래 사촌과의 쓸데없는
Competition이나 Tension 을 유발하는
어떤 비교나 암시성 발언도 하지않는 걸 전제로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 라는 태도를
아들 기르는 동안 늘 견지해왔고
원래 이런 식의 비교가 뭔지 도대체 개념이 없는건지,
아니면 전혀 상관하지 않는건지,
그야말로 덤덤하기 짝이 없는 아들의 성격을 알면서도
그 순간 불쑥 치밀어오른 화를 억누르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내가 괜히 "정리벽" 의 바람이 불어서
온 집안 책장 다 뒤집고 꺼내 책정리, 만화책 정리하고
부엌 살림 총정리까지 다시 한게 아니다.
얼마 남지 않은 아들의 학교 돌아가는 그 날까지
그냥 꾹 참아야하는데, 견뎌야하는데...
아차, 하는 순간 분노로 불뿜는 엄마용으로 흑화될까 봐,
그저 도 닦는 자세로 정리.정돈에 임했을 뿐.
10월 초에 LSAT 시험 끝내고 나선
두 번째 추천서도 약속 받았고,
Personal Statement 도 계속 다듬고 있으며,
학과 공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길래
시험 어떻게 봤는지, 보면서 느낌은 어쨌는지, 궁금했지만
어차피 결과가 나와 봐야 아는 것이지,
혼자 어림짐작하는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10월 시험 결과 나오기 전에 11월 시험 등록은 해야해서
계획한대로 그건 이미 했단다.
Everything is under control 이라니, 뭐, 믿어야지.
10월 LSAT 시험 결과가 나오고나서 전화가 왔는데
엄마를 깜짝, 기쁘게해줄 수 있을만큼
시험을 더 잘 봤다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다행히 지원하려는 대학원들의 Median 점수는 나와서인지
여러 법대로부터 Fee waive email invitations 을 많이 받았단다.
LSAT Score 발표되자마자 이런 email 들이 마구 날아와서
그나마 Application Fee 에서라도
엄마돈을 좀 Save 해주게 됐다나.
제법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하길
11월 초 시험까지 한 2 주 정도만 바짝 공부한다면
("Solidifying the basic tactics & touching up the details" )
비록 이 점수대에서 단 1-2 점이라도 올리는 게 쉽진 않을테지만
그래도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시험의 어느 Section을 어떤 식으로 공략할 건지
확실히 "감" 이 잡혔고 기본 점수 하나는 이미 확보해 놓았으니까
더 이상 마음이 불안하거나 조급하지는 않단다.
내 눈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제 딴에는 시험때문에 마음을 졸이긴 했었나보다.
전혀 나의 아들답지 않은 의욕과 감투정신을 보여주는 바람에
오, 얘가 드디어 정신을 차리려나 보다,
마침내 우리 집 자매들 특유의
Competitive gene이 발현되려나 보다, 내심 안도했다.
늘 어느 정도 했다 싶으면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 안타깝게스리
거기서 "딱" 멈춰버리고 절대 그 이상은 더 하려들지 않는,
느긋하다 못해 게으름의 화신같은 녀석이었는데
시험보는 돈 $200 아까워서라도
11월 LSAT 점수, 꼭 올려보겠다나.
그리고나서 뜬금없이 물어본다는 말이
"엄마, have you ever heard of Alice Munro?"
"Hmm, if she is the Canadian short story writer
& 2013 or 2014 Nobel Prize Winner for Literature,
then I think I know her. What about her?"
"Yep. Did you read any of her books?"
"I prefer novels to short stories, you know.
So I'd finished reading only one of her books so far, Dear Life."
"That's it! 엄마.
One of the Reading was about her short story, <Dear Life>.
That section was analyzing, comparing, and contrasting
two literary critiques about <Dear Life>, pretty interesting stuffs.
And while I was reading the passage,
I thought that you might have read it and had her books as well."



뭐, 대충 이런 식으로 전화상 대화가 오갔는데
10월의 LSAT Reading Comprehension Section 에
Alice Munro 의 단편 <Dear Life>에 대한
literary critique 가 지문으로 나왔고
아들은 도대체 어떤 분야가 나올지 모르는 광범위한 독해 영역에서
<문학작품>이 심도있게 다루어진 걸,
내게 이야기해주고 싶었나 보다.
그러게, 엄마가 늘 말했지. 책 열심히 읽으라고!!!
이것저것 많이 아는 건 힘!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살면서 마주치게 되는 여러 상황을
꽤나 수월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그래서 법대 대학원 진학하기 전의 여가 시간엔 여행 계획빼곤
빈둥거리지 않고 "정말로" 집에 있는 책들 읽으며
엄마의 절친 one-on-one Book Club Buddy 가 되어주겠단다.
자신이 생각해도 자기는 아주 많은 분야에서
너무 Ignoramus, 무지랭이라나.
원래는 엄마가 바라는대로 Personal Enrichment 를 위해서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과목도 가능한 한 많이 택하고
복수 전공에 더해 Spanish 도 Minor로 열심히 해보려 했는데
Covid-19 이후의 대학 공부와 수업은 자기 기대랑 너무 달라져서
그냥 최대한 빨리 대학교를 마치고 싶단다.
이미 각 Department Advisor 를 만나서 얘기를 끝낸 게
다음 Winter Quarter 에 수업 세 개만 더 택하면
Double-Major 로 졸업할 수 있고 그래도 어차피 내년 8월까지는
Apartment Lease 에 묶여 있으니
집에 그냥 돌아올 것이냐, 아니면
학교 근처에서 뭔가를 할 것이냐, 천천히 생각해보겠단다.
내심 GPA가 아까워서
summa cum laude 같은 honor title 이라도 따게
마지막 Winter Quarter에는
아니면 괜히 마지막 Spring Quarter Skip하며
일찍 졸업할 게 아니라 아예 남은 두 Quarters 동안
교수님과 Research Project 을 진행하면서
Honor Thesis 를 쓰는 게 좋지 않겠니?
물어보니 그런 건 "너무너무 귀찮아서" 하기 싫단다.
자긴 Research 같은 거 안 해도, Thesis 같은 거 안 써도,
그냥 GPA 하나만으로 절로 챙겨 주는 명목뿐인
그런 Department Honor 로 (그런 게 정말 있긴 한거니?)
매우 만족하고 행복하다나.
법대도 이런 EC 나 Softies 거의, 아니 전혀 없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그런 학교에
자신의 GPA 와 LSAT 점수만으로 승부해서 갈 거란다.
그러니까 법대 학비 다 내 줄 엄마한텐 미안하지만
T3나 T6는 언감생심 바라지도 말란다.
자기가 생각해도 자긴 정말 숫자말곤 내세울 게 너무 없다나.
뭐 나름 냉철하기 짝이 없는 <자기 객관화> 완성?
그러면 그렇지.
최소한의 노력 후 적당한 결과에 바로 <안분지족>해버리는
이 나태하고 게으른 넘이 바로 내 아들이지, 역시나!!!
뭔 내재된, DNA 에 각인된 Competitive gene 발현?
그저 나의 Wishful thinking 이었을 뿐.
밤 깊어 그만 자려는데 아들한테서 카톡이 왔다.
"If you can, pray for me in the morning tomorrow."
11월 LSAT Sign-up 한 날짜가 이 번 토요일이었구나.
Covid-19 Vaccine 3rd Booster Shot 맞고
며칠이나 몸져 눕는 바람에 그만 잊어버리고 있었다.
저 번에 아들이 시험 등록비 $200 까지 언급하며
11월 LSAT에서 몇 점이라도 더 올려보겠다고
웬일로 답지않게 "의욕" 을 불태우는 게
기특하면서도 좀 웃기기도 해서 그저 지나가는 말처럼
조선시대의 과거시험에 준하는 인생의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100일 치성>과 <108배 기도>를 드리는 것에 대해 얘기해주고
비록 거기에 견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엄마가 널 위해서
남은 기간동안 목욕재계하고 기도하는 정성이라도 보여야 할려나,
깔깔 웃으면서 농담을 했더니
그걸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 얘가 엄마의 농담을 그저 농담으로 응수한 거겠지?
설마, 갑자기 이 번 시험이 너무나 절실해진 건 아니겠지?
음, 얘가 나름 사차원적인 데가 있어서 진의를 잘 모르겠다.
뭐, 그게 어떤 경우가 되던지 시험 시작하기 전
그리고 네가 시험 치루는 시간내내
너를 생각하며 절대자, 그 누군가를 향해
간절히 <기도>하는 것 쯤이야 내겐 정말 아무 일도 아니지만
전지전능한 그 누군가가 생전 안 하던 짓을 갑자기 저지르는
이 엄마의 기도에 과연 귀 기울여줄런지,
그게 정녕 의문이란다.
11-13-21 (Sat) 1:25 am P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