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1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재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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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재미가 이 정도라면 얼마나 많은 밤을 책을 읽으면서 지샐 수가 있을까. 학창시절. 빨리 잠을 자라는 부모님의 성화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랜턴 불빛으로 책을 읽던 시절의 책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는 경험을 안겨준 책이다. 당시에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나를 흥분시켰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다보면 나중에는 그 음식도 보통 음식이 되는 것처럼, 성인이 되고 나선 나를 잠을 못 자게 하면서 책을 읽게 만드는 책을 만나는 일이 점차 뜸해지기 시작했다.

황새. 그냥 새 이름을 단 이 책은 내가 먼저 읽은 저자의 ‘검은선’을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기에 읽게 된 책이다. 무슨 내용이 들었을까... 기대를 하며 읽었었다. 처음의 시작은 비교적 평범했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가면 갈수록 점차 강해지는 밀도가 나를 흥분시키기 시작했다.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큰 음모와 더 엄청난 잔인함. 책의 서두에 저자가 자신이 쓴 책 중 최고라고 밝히고 있긴 했지만, 사실 솔직히 이 정도로 흥미로울 줄은 몰랐었다.

사실 난 장르문학은 잘 읽지 않는다. 이런 계통으로 내가 읽어본 책은 그리 많지 않다. 나는 비교적 진지한? 책을 읽는 타입의 고루한 사람이다. 그러나 가끔 외도를 하고 싶을때가 있고, 맛보지 않은 독서의 즐거움을 맛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우연히 만나게 된 이 책이 나의 그 기대를 200%쯤 충족시켜 주었다고 할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재미와 흥미까지도 느끼게 되었으니 말이다.

저자는 작가 생활을 시작하기 이전에 오랫동안 기자로 생활을 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검은 선에서는 말레이사아, 캄보디아, 태국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들이 들어 있었다. 이번 책에는 불가리아의 집시, 중앙 아프리카의 밀림, 인도의 캘커타에 관한 내용들이 자세하게 나타난다. 특히 중앙 아프리카의 밀림에 관해서는 다른 어떤 소개서를 읽는 것보다 더 그곳의 사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장르문학인 이 책이 처음 발간되었을 때, 독서계보다는 평단에서 더 큰 찬사를 보내었다고 한다. 고지식하기로 소문난 프랑스의 평단이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은, 모험과 비밀을 찾아가는 이 책의 내용을 통해서 아프리카 흑인들의 아픔과, 고향을 잃고 뿔뿔이 흩어져서 지내는 집시들의 문제에 대한 사회성 짙은 내용이 배경으로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인물연구도 이 책의 품격을 높이는 이유가 될 것이다.

한권의 책으로 흥미 진지한 모험과 스릴, 복잡하고 감추어진 비밀을 파헤치는 두뇌게임,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의 현실을 잘 알 수 있는 생생한 경험을 느낄수 있는 것은 그리 흔치 않는 경험이다. 게다가 두권 분량의 600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은 무척 스피디하게 읽힌다. 내용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매끄럽고 감각적인 문장이 가지는 힘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황새의 여정을 따라서 멋진 여행을 떠나가 보는 것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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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
클레르 카스티용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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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분야를 한동안 잊고 지낸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내가 생활에 바빠서 한동안 좋아하던 문학책을 멀리하고 지낸 것이 십 여년. 그 사이에 우리 독서계는 참 많이 변한 것 같다. 나로서는 생소한 이름의 작가들도 많고, 그 세월동안 우리 독서인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들을 하나씩 섭렵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클레르 카스티용. 내가 문학에 관심을 두지 않는 세월동안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작가인 모양이다. 그럴만하다. 날카롭다고 평단에서 일컬어지는 그녀의 문체는 독특하다. 우아하면서도 날카롭고, 특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무척 시니컬하다. 특히 사랑에 대해서...

이 책에는 여성의 입장에서 사랑을 논하는 단편들이 많이 실려 있다. 그러나 페미니즘을 운운하는 내용은 아닌 것 같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부질없음에 대해서.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는 사랑을 둘러싼 행위들에 대해서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고 바라보는 관점이 무척 흥미롭다.

그렇다고 그녀의 책이 사회 비평의 사명을 띤 선구자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글은 위트로 가득하다.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단편들이 처음에는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을 듯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개의 경우 마지막 페이지의 몇 구절에서 반전이 일어나며 이제껏 진행되어온 일들과, 대화들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었는지를 깨닿게 한다.

내용이 흥미롭다. 단편들이 진행되어 가면서 클레르 카스티용의 어법에 익숙해진 나는, 이제 처음부터 느린 호흡으로 찬찬히 읽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그러나 결코 끝 부분을 읽지 않고서는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몇 페이지의 짧은 지적도전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마침내 책이 끝나고 많은 수의 단편들을 다 읽고 날 즈음에 나는 클레르 카스티용이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을 알게 된다. 그녀의 세상은 결코 우중충하거나 우울한 것은 아니다. 사랑의 덧없음과, 그런 사랑에 매달이는 인간군상의 바보스러우면서도 애처러운 모습을 펼쳐 보이면서도 그녀는 비아냥거리지 않는다. 그저 이것이 안타까운 인간의 모습이라는 것을 진지하게 보여줄 뿐이다.


그녀의 관점에서 볼 때 사랑은 부질없는 짓이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이름하여 부르는 것들은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과 얼마나 가까운 것일까. 관념의 사랑과 현실의 사랑의 괴리감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그녀는 그것을 위선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것에 매달리며 그것을 놓지 못하고 살아가는 아픔이 바로 인간의 삶이라고 말할뿐이다.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 제목처럼 저자는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사랑이 아무리 덧없고 부질없는 것이라도, 사랑이라고 불리는 것이 사실은 당사자가 서로 다른 언어로 제각기 자신의 말만 지껄이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래도 사람들은 사랑을 필요로 하고, 그것에 매달리면서 살아간다. 그래. 그래도 사랑은 막을 수가 없다. 저자는 우리 시대의 삶의 모습을 그렇게 보여주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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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국민화 - 독일 대중은 어떻게 히틀러의 국민이 되었는가?
소나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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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군국주의 일본의 망령에 치를 떤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려는 발언이 우리들의 마음을 괴롭힐때마다 독일은 그렇지 않은데... 하는 생각을 한다. 과연 독일은 과거의 자신들의 역사로부터의 단절을 철저하게 하고 있다. 틈만 있으면 유대인에 대한 과오를 떠올리며 반성과 사과를 되풀이하고 있다.
히틀러. 전유럽과 나아가 전 세계를 2차대전으로 몰아넣은 사람이었다. 그러고 나찌 독일은 광기에 휩싸인 전쟁집단으로 생각되어왔다. 그러나 기록영화나 나치에 대한 기록물을 보는 틈틈히 느껴지는 것은 나찌독일의 문화가 어떤 것이었나 하는 의문이었다. 물론 그것에 관한 자세한 자료를 접할 수가 없어서 그저 나 스스로 추측을 해본 것 뿐이었다.

이 책은 바로 내가 가지고 있던 의문을 시원하게 풀어준 그런 책이다. 나찌와 히틀러에 대한 찬양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독일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갔는가의 과정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는 이 책은 바로 나찌가 행한 문화운동에 촛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남성합찬단에서부터, 바그너의 음악과, 미술품... 등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을 분석하고 있다.

대중과 국민은 같은 내용이면서도 사뭇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나찌가 어떻게 대중을 국민으로 전환시켰는가. 그리고 국민이라는 개념은 어떤 것인지. 문화가 하는 역활이란 무엇인지에 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해볼만한 책이고, 모르고 있던 많은 것들을 알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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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 비행기와 커피와 사랑에 관한 기억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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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오영욱이라는 이름을 가진 건축가이다. 그 이전에 나는 오기사라는 야릇한 정체불명의 이름을 가진 사람의 책을 열심히 읽었었다. 그가 만들어 낸 책은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삐뚤삐뚤한 선들로 이루어진 건물, 이상한 모양의 오기사의 모습, 그리고 그림에 곁들여진 사진과 글들이 주는 묘한 매력....

특히 나는 "오기사 바르셀로나로 떠나다."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다. 그 책의 매력에 심취한 사람은 나만이 아닌것 같다. 그 책이 상당히 오랫동안 베스트 셀러의 순위에 올라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인기에 힘입어서 다시 세번째 책인 이 책이 나온 것일 게다.

그의 책이 주는 매력은 일러스트와 오기사란 존재와, 그의 책에 담긴 묘한 매력을 주는 글들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의 글들은 약간의 우울과 약간의 낭만과 약간의 보헴이 섞인,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축축하지 않고, 삶에 대한 의지가 섞여 있는 것 같은, 그러나 경솔하지 않고, 지나치게 우울을 강조하지 않는 절묘한 조화가 읽는 이들의 가슴에 와 닿는 것 같다. 아마도 오기사의 책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울림을 준 것은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 오기사가 이번에는 스페인이라는 제한된 장소를 벗어나서, 유럽과 미국, 카리브해... 등의 각지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한 경험의 단상들을 모아서 책을 낸 것이다. 그 전의 책들에 비해 사진이 풍부하고, 그의 책의 매력인 독특한 일러스트 역시 풍부하다. 그리고 오기사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글들의 힘도 여전하다. 오기사의 팬들은 그의 글을 더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이 책을 통해서 얻을수 있을 것 같다.

약간 불안한 생각이든다. 오기사는 이제 방랑을 멈추고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일상이란 둥지에 몸을 담았기 때문이다. 이젠 더이상 오기사의 멋진 글들을 대할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기사가 스페인에서 공부를 하는 틈틈이 여행을 하면서 그 내용을 이번의 이 책으로 엮어내는 끊임없는 방랑하는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에 희망을 건다.

그는 아마도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의 지병인 보헴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변해간다고 하지만 그의 본성자체가 아주 변하지는 않는 법이다. 오기사가 여행을 멈춘다는 것, 혹은 더 이상 오기사스럽지 않은 삶을 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아마도 그는 한국에서도 그의 방황을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멀지 않아 우리는 다시 그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책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것일까를 기대하는 마음이 벌써부터 나를 흥분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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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스는 파라다이스에 산다 - 보보스는 어떻게 세계 경제.사회.문화 혁명을 이끌고 있는가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김소희 옮김 / 리더스북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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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스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정립한 저자가 쓴 책이다. 이 책은 미국의 중산층들의 삶을 해석하는 책이지만, 이 책에 나오는 미국의 중산층이 보보스란 개념과 상당히 겹치는 것으로 보아도 될 것 같다. 보보스라는 개념을 떠나서도 오늘날 미국 중산층의 삶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무척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일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미국의 중산층은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와 함께, 다른 미국인들(과거의, 그리고 현재의) 로 부터 스스로를 차별화하려는 욕망이 가득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룩한 능력을 과시하려고 하며, 자신들이 환경을 사랑하는 삶을 지향한다는 것을 표현하려 한다. 또 스스로가 자유로운 존재임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오늘날 미국에서 중산층들이 도심에서 벗어나 외곽지역에 거주하게 된 것은 이런 내적인 욕망과 그들이 당면하는 경제적 현실이 타협하며 빚어낸 결과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도심의 고급주택지는 그들이 거주하기에 너무 비싼 공간이며, 그들은 그곳에 거주하고픈 욕망을 새로운 대체욕망(그들이 남다른 가치관을 가진다는)것으로 상쇄하려는 것 같다.

미국은 호불호를 떠나서 여전히 객관적으로 세계의 강국이다. 미국의 중산층들은 세계를 이끌어가는 미국호의 중추역활을 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라이프 스타일에 깃들어 있는 그들의 욕망과 삶의 패턴을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고도 유쾌한 독서경험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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