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 비행기와 커피와 사랑에 관한 기억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오기사. 오영욱이라는 이름을 가진 건축가이다. 그 이전에 나는 오기사라는 야릇한 정체불명의 이름을 가진 사람의 책을 열심히 읽었었다. 그가 만들어 낸 책은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삐뚤삐뚤한 선들로 이루어진 건물, 이상한 모양의 오기사의 모습, 그리고 그림에 곁들여진 사진과 글들이 주는 묘한 매력....

특히 나는 "오기사 바르셀로나로 떠나다."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다. 그 책의 매력에 심취한 사람은 나만이 아닌것 같다. 그 책이 상당히 오랫동안 베스트 셀러의 순위에 올라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인기에 힘입어서 다시 세번째 책인 이 책이 나온 것일 게다.

그의 책이 주는 매력은 일러스트와 오기사란 존재와, 그의 책에 담긴 묘한 매력을 주는 글들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의 글들은 약간의 우울과 약간의 낭만과 약간의 보헴이 섞인,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축축하지 않고, 삶에 대한 의지가 섞여 있는 것 같은, 그러나 경솔하지 않고, 지나치게 우울을 강조하지 않는 절묘한 조화가 읽는 이들의 가슴에 와 닿는 것 같다. 아마도 오기사의 책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울림을 준 것은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 오기사가 이번에는 스페인이라는 제한된 장소를 벗어나서, 유럽과 미국, 카리브해... 등의 각지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한 경험의 단상들을 모아서 책을 낸 것이다. 그 전의 책들에 비해 사진이 풍부하고, 그의 책의 매력인 독특한 일러스트 역시 풍부하다. 그리고 오기사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글들의 힘도 여전하다. 오기사의 팬들은 그의 글을 더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이 책을 통해서 얻을수 있을 것 같다.

약간 불안한 생각이든다. 오기사는 이제 방랑을 멈추고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일상이란 둥지에 몸을 담았기 때문이다. 이젠 더이상 오기사의 멋진 글들을 대할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기사가 스페인에서 공부를 하는 틈틈이 여행을 하면서 그 내용을 이번의 이 책으로 엮어내는 끊임없는 방랑하는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에 희망을 건다.

그는 아마도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의 지병인 보헴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변해간다고 하지만 그의 본성자체가 아주 변하지는 않는 법이다. 오기사가 여행을 멈춘다는 것, 혹은 더 이상 오기사스럽지 않은 삶을 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아마도 그는 한국에서도 그의 방황을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멀지 않아 우리는 다시 그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책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것일까를 기대하는 마음이 벌써부터 나를 흥분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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