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 클럽
척 팔라닉 지음, 최필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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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바탕에 피가 뭍은 주먹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것 같은 강렬한 인상을 주는 표지. 이 책은 그 표지에 걸맞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로도 보았던 이 책은 희미한 기억속의 영화가 안겨준 내용과는 사뭇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로서도 훌륭한 작품이었지만, 이 책은 겉으로 드러나는 액션과 미스터리의 표피 밑에 많은 것을 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떄문이다.

 

사람들이 모여서 싸우는 클럽이 있다. 사교클럽, 당구틀럽, 댄스클럽, 포커클럽처럼 말이다. 싸우기 위해서 모이는 클럽. 개인적인 감정이나 원한 같은 것, 혹은 신체적인 단련이나 육체의 수련같은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그저 싸움 그 자체를 위해서 모이는 클럽. 어쩐지 B급 영화같은데서 본것 같은 스토리이면서도,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 힘든 매력적인 소재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나는 싸움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허구헌날 책만 읽는 일개 서생에도 미치지 못하는 창백한 얼굴의 먹물일 뿐이다. 그러나 그런 먹물들의 억눌린 콤플렉스를 풀어주는 시원한 폭로성 발언이 바로 이런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셔츠도 신발도 벗고, 아무런 룰도 없이, 상대편이 완전히 뻗을때까지, 아무런 이유없이 그저 싸우기 위해 싸우고, 그 싸움이 끝나고 나면 이긴자와 진자가 나란이 부둥켜 않고 격려와 위로는 나누는 그런 생활.

 

당연히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디오니소스적인 환상이다. 이 세상에서 문화니 문명이니, 지식이니, 창의성이니 하는 것들로 무장하여, 자신의 신체적 나약함과 정신적인 의지의 박약함을 감추고 살아가는 오늘날의 기득권자인 소위 먹물들에게 보라는 듯이 생생하게 펄펄 살아 숨쉬며 끓어 넘치는 피와 살의 냄새를 안겨주는 책. 이 책을 그렇게 부르면 안됄까...

 

이 책은 원래는 7페이지 분량의 아주 짧은 단편을 늘린 책이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이 책에 소개되는 수많은 소재들이 첨가된 것이라고 에필로그가 말을 한다. 나는 거꾸로 생각을 한다. 이 책에서 너무 짧은 분량을 커버하기 위해 덧붙여진 것들을 제외한 나머지 7페이지에 들어 있었던 진짜 내용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오늘날 문단에서 문학작품이라고 인정을 받을수 있을만한 형식을 갖추기 위해 억지로 끼워넣은 틀을 해체하고 작가가 진정으로 세상에다 말하고 싶었던 싱싱한 육성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소설적인 요소, 문학적인 기교, 우아함, 세련됨, 기승전결의 형식을 해체하고도 남는 이 책의 진짜 메시지는 무엇일까...

 

나는 생각해보다.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우리들 속에 내재하는 또 하나의 본성. 나를 비롯한 이 사회의 기득권층들이 깃대어 살고 있는 소위 문화라는 것을 벗겨낸 삶의 또 다른 모습. 야수성. 바로 저자는 그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지식과 문명의 찬란한 발전이라는 모습뒤에 초라한 그림자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 몸부림치는 인간의 또 하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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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미국여행지34
권기왕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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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내가 기다리던 그런 책이 나왔다. 이 책은 미국의 다양한 모습들을 실감나게 눈앞에 펼쳐주는 그런 책이다. 미국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고 싶어하는 나에겐 딱맞는 그런 책이다. 미국발 경제위기로 전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제 세계를 좌지우지하던 미국의 패권이 막을 누릴때가 되었다고 하는 소리들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국은 충분히 매력적인 나라임에 틀림없다.


미국을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하면 무슨 단어가 떠오를까. 미국은 마치 양파와 같은 나라이다. 그 외양은 잘 알고 있는듯이 느껴지지만, 껍질을 한겹씩 벗길때마다 새로운 모습들이 숨어 있는 나라. 광활한 영토, 다양한 자연, 수많은 인종들이 서식하는 큰 나라이다. 그래서 미국은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더욱 어려운 나라이다. 그것이 미국을 잘 아는 듯하면서도 실상은 미국에 대해서 알기 어렵게 만드는 장벽이고, 동시에 한나라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매력을 더욱 깊게 해주는 장점이기도 하다. 


물론 미국에 관한 많은 책들이 나와 있다. 미국의 유학을 안내하는, 미국으로의 이민을 안내하는, 미국으로의 여행을 안내하는, 미국으로 가보지 않아도 미국을 알수 있게 하는 책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책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기에 좋은 책이다. 큼직한 판형의 책에 시원한 모양과 알록달록한 강렬한 색감의 사진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34가지 풍경을 담고 있는 사진들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여러가지 도시들. 사실 뉴욕과 LA,  조금 더 이야기 하면, 마이에미나,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등을 제외하고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는 미국의 도시가 몇군데나 되는가. 늘 틀에 박힌 미국 동부, 서부 여행코스를 제외하고 우리들에게 제대로 미국을 알 수 있는 여행상품은 또 얼마나 되는가. 미국을 배낭여행하는 사람들이 밟고 돌아온 미국의 도시들은 또 얼마나 될까. 이 책은 바로 그런 한계를 뛰어 넘게 하는 책이다.

그곳이 도시이건 공원이건, 멋있는 매력을 간직한 자그마한 마을이건, 이 책은 그들 각각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그곳에 담긴 역사, 그곳이 다른 곳에 차별이 되는 이유등에 관한 상큼한 설명이 붙어 있으면서, 그곳을 안내하는 장황하지 않는 tip 들, 그라고 나머지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속이 시원하게 하는 큼직한 사진들로 된 구성이 참 좋다.

미국을 마치 우리나라의 도시들에 관한 설명처럼 알려주는 책. 솔트레이크 시티, 산타페, 데스벨리등 이름만 유명하지 그곳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부족하던 것들을 제대로 알려주는 책. 그래서 참 마음에 드는 책이다. 인생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다. 미국의 34곳을 다 가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밤 이 책에 나타난 한 곳의 모습을 품에 안고 잠에 빠져들 것이다. 그리고 내일은 어디를 품에 않을지에 관한 행복한 고민을 계속해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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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파워] 서평단 설문 & 리뷰를 올려주세요
이코노파워 - 나와 세상을 구하는 경제학의 힘
마크 스쿠젠 지음, 안진환 옮김, 김인철 / 크레듀(credu)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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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경제는 우리가 가계부를 쓰는데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또한 경제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인것처럼 재태크나 경기 순환을 위해서만 필요한 학문도 아니다. 최근 경제를 일반인과 친숙하게 하려는 시도들을 하는 경제학 책들이 많이 나왔다. 그런 책들의 대부분은 우리들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들의 일상사에 미치는 경제현상들을 재미있게 풀어주는 책이다.

이 책도 그런 부류에 포함시킬수 있겠다. 저명한 경제학자가 쓴 책이면서, 경제학에 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보다 진지한 책이다. 진지하다고해서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규정하는 원리들 속에 숨어 있는 경제학적 원리들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러니 보다 큰 범주를 다루되 쉽게 설명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저자는 유명한 경제학자에고 소위 시카코 사단이라고 불리는 경제학자들에 포함된다. 최근 수십년간 엄청난 노벨경제학상을 휩쓴 그 유명한 시카코 사단의 경제를 바라보는 입장을 잘 대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책에는 우리들의 귀에도 익숙한 용어들이 잘 등장한다. 예를 들면, 정부의 규제완화, 시장의 자율성 확대 같은 것들이다.

이 책은 경제적 원리가 저절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경제를 위해서, 또 경제가 큰 역활을 하는 사회적인 여러부분을 위해서 가장 좋다는 입장을 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의견에 대해서 반대하는 의견들이 많다는 것은 신문의 기사들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입장에 찬성을 하던, 반대를 하던 잘 정리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많은 곳에 경제원리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큰 힘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깨닿게 해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주식투자를 잘하는 방법에 관한 친근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지구의 환경문제, 식량문제, 의료보험과 교육문제, 심지어 사형제도에 관한 문제까지 경제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한다.

자신이 시카코학파의 경제관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던간에, 이 책은 세상을 보는 보다 넓은 시선을 제공해주는 좋은 책임에 틀림없다. 복잡한 경제적인 이슈들중 우리들에게 민감한 문제들을 쉽고 알기편하게 정리해주는 일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책이 우리에게 안겨줄 인식의 확대에 대해 칭찬을 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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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메이커
마젠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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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삶은 여러갈래의 손에 의해 찢겨져서 수많은 국수갈래처럼 갈라진다. 사람들은 생명의 울음을 울면서 세상에 태어나지만, 그들을 맞이하는 세상은 복잡하기 그지 없다. 수천가지의 국수가락처럼 그들을 둘러싸는 운명도 환경도 억압도 여건도, 또 그런 주변의 상황에 대한 사람들의 대응도 사람들의 운명을 다르게 한다. 그것이 사람의 삶이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들 한다. 이 책은 말한다. 가장 중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인것이라고. 조자인 마첸은 천안문 사태의 아픔을 생생히 기억하는 소위 반체제 작가이다. 이 작품속에서도 그런 주제의식은 다양한 변용을 통해 서로 다른 목소리로 변주된다. 때로는 직접적으로 때로는 간접적으로.

그러나 이 책은 반체제 이상의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이 반체제를 담고 있다면, 그것은 저자가 살아온 삶의 궤적이 그 시대의 그 공간을 통과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서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이 지나온 과정의 수많은 오솔길들을 되돌아보는 자이다. 창백한 얼굴을 하고 밤늦게 불면과 어울리며 인생을 반추하는 사람이다.

세상에 태어나 한 일이라고는 자신의 혈액형의 피를 끊임없이 생산한 것밖에 없는 사람과, 세상에 태어나서 한 일이라고는 사람의 삶에 관한 수많은 공상들 밖에 없는 두 사람이 구성하는 복잡하고 혼잡하고, 그러나 책의 끝에가면 교묘하게 맞추어지는 복잡다단한 퍼즐로 만들어진 것이 이 책이다. 책은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되고, 자칫 뒤죽박죽 희황찬란한 이미지의 향연처럼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서로 분리된 에피소드들이 서로 결합하면서 사람의 삶이란 것에 대한 저자의 시선을 전하는 책이다. 그가 살았던 시대의 아픔에 대해. 인간으로서 이 세상을 산다는 것에 관해서, 공산주의나 마오이즘, 혹은 문화혁명이라는 것에 관해서, 사람이 사람에게 가하는 잔인함과 폭력에 대해, 그리고 끊임없이 펼쳐지는 생명력에 대한 갈망과 서서히 낡아가는 삶에 관해서.

이 책은 부척 편안한 문체로, 너무 자극적인 단어들이 난무하지 않은 비교적 젊잖은 문체로, 너무 우아하게 보이려고 애쓰지 않는 문체로, 다양한 상상력과 새로운 창의력으로 무장한 문체로, 그리고 매우 진솔하고 솔직한 글 쓰임으로 우리들을 그의 사고의 세계로 인도하는 책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와 함께 그가 삶에서 관찰한 것에 대해 같이 음미하고 같이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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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J.M.G. 르 클레지오 지음, 홍상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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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천천히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어려워서가 아니다. 책의 리듬감이 무척 느리기 때문이다. 빨리 읽어도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데 아무런 지장은 없겠지만, 이 책이 함유하고 있는 풍부한 자양분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할 우려가 있기 떄문이다.

 

좋은 책들이 항상 그렇듯이 이 책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또한 읽는 도중에 읽은 과정을 즐겁게 해준다. 무척 편안한 문장으로 쉽게 해주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따라서 천천히 눈앞에 떠오르는 광경을 보면 때로는 아름다움이 때로는 슬픔이 느껴진다.

 

이 책은 아름다움과 슬픔, 비장함과 우아함, 광폭함과 그 모든 것을 이기는 꿈이라는 것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어쩌면 이 책은 위에 열거한 그 모든 단어들이 표현하는 것의 합이거나, 그 모든 단어들로 제약을 받기를 거부하는 책일 수도 있다.

 

그렇다. 사막이란 책은 이 책을 느린 호흡으로 읽기를 마음을 먹는 사람에게 그 책을 읽는 사람만의 다양한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제공할 수 있는 책이다.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구수한 옛이야기는 할머니의 해소 섞인 호흡의 결을 따라가야 제대로 그 맛을 느낄수가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눈을 똥그랗게 뜨고 이 책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의 맛을 음미하는 것이 좋을것 같다.

 

도식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야성과 문명의 대립, 원초적 자연과 문명의 충돌, 과거와 현실의 교차, 오늘날 사람들이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비판... 그런 단어들로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흔한 주제들을 말하는 단어로는 이 책이 주는 감동의 유니크함을 다 포괄할 수가 없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요소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그런 요소들을 초월하는 하나의 큰 감동의 덩어리. 바로 그런 것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듯하다. 작가도 그런 흔한 대립을 감추려고 여러가지 설정을 한 흔적들이 보인다. 대립을 넘어선 상생. 그렇게 이야기 하기에도 무언가 표현이 부족한 내 언어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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