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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J.M.G. 르 클레지오 지음, 홍상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천천히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어려워서가 아니다. 책의 리듬감이 무척 느리기 때문이다. 빨리 읽어도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데 아무런 지장은 없겠지만, 이 책이 함유하고 있는 풍부한 자양분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할 우려가 있기 떄문이다.
좋은 책들이 항상 그렇듯이 이 책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또한 읽는 도중에 읽은 과정을 즐겁게 해준다. 무척 편안한 문장으로 쉽게 해주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따라서 천천히 눈앞에 떠오르는 광경을 보면 때로는 아름다움이 때로는 슬픔이 느껴진다.
이 책은 아름다움과 슬픔, 비장함과 우아함, 광폭함과 그 모든 것을 이기는 꿈이라는 것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어쩌면 이 책은 위에 열거한 그 모든 단어들이 표현하는 것의 합이거나, 그 모든 단어들로 제약을 받기를 거부하는 책일 수도 있다.
그렇다. 사막이란 책은 이 책을 느린 호흡으로 읽기를 마음을 먹는 사람에게 그 책을 읽는 사람만의 다양한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제공할 수 있는 책이다.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구수한 옛이야기는 할머니의 해소 섞인 호흡의 결을 따라가야 제대로 그 맛을 느낄수가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눈을 똥그랗게 뜨고 이 책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의 맛을 음미하는 것이 좋을것 같다.
도식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야성과 문명의 대립, 원초적 자연과 문명의 충돌, 과거와 현실의 교차, 오늘날 사람들이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비판... 그런 단어들로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흔한 주제들을 말하는 단어로는 이 책이 주는 감동의 유니크함을 다 포괄할 수가 없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요소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그런 요소들을 초월하는 하나의 큰 감동의 덩어리. 바로 그런 것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듯하다. 작가도 그런 흔한 대립을 감추려고 여러가지 설정을 한 흔적들이 보인다. 대립을 넘어선 상생. 그렇게 이야기 하기에도 무언가 표현이 부족한 내 언어가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