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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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
기타노 다케시 지음, 김영희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터프하다. 러프하다(거칠다)고 말할수도 있겠고, 저자가 영화감독인 점을 감안하면 일부러 노이즈가 많은 화면을 만들어 놓은 것 같기도 하다. 울퉁불퉁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내용. 그래서 놀랍기도 하면서 또 수긍이 가기도 하고, 이런 것이 일본인들의 사고방식인가 생각을 하기도 한다. 여하튼 관객(독자)들의 몰입도를 엄청 높이는 힘을 가진 책이다. 과연 기타노 다케시답다.
기타노 다케시는 내가 좋아하는 감독이다. 그의 영화는 아주 독특한 컬트적인 것은 아니지만, 일상적인 영화의 문법을 살짝 비틀어 놓은 것 같다. 너무 앞서 나가지 않고, 너무 일반적이지 않은 영화. 그래서 그의 영화는 이해하기가 쉬운 것 같다. 그는 또 자신의 영화에 출연하기를 즐겨한다. 그런 특성들이 그에 대한 많은 일화를 만들어 냈었다.
그런데 이 책의 프로필을 보니 그는 경력이 다채롭다. 만담가로부터 시작해 배우생활도 하고, 그러다 결국 영화감독으로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다양한 삶의 편력만큼이나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올라가기 까지 많은 노력도 했을 것이다. 이 책에는 사회전반에 대한 그의 다양한 견해들이 가득차 있다. 물론 일본사회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이 일본학일 것이다.
그런데 왜 위험한 일본학일까? 이 책의 내용이 터프하고 거칠기 때문이다. 고위급 정치인들을 실명을 거론하며 대놓고 욕을 하기도 하고, 북한이란 나라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해버리라든지, 일본에 밀입국한 김정일을 억류하고 납북된 일본인과 맞교환하라고 주장한다든지. 여하튼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기발한 생각들이 가득히 찬 책을 만들었다.
답답한 일상을 살아가는 일본인들이 읽기에 정말 통쾌한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물론 진지하게 주변정세나 일본의 사회, 일본의 미래를 생각하는 일본인들이 읽기에는 극히 우려가 되는 내용들이 많이 있겠지만, 어쩌면 그들에게도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아이디어가 가득한 브레인 스토밍을 하는 기회가 될 책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튀는 문체로 볼때 이 책의 내용이 실제 일본 사회의 모습을 얼마나 정확하게 담고 있는지 갸늠하기 힘들다. 그러나 적어도 일부는 실제로 일본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려주고 있을 것이고, 또 적어도 일부의 일본인들은 그가 하는 생각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진짜 일본에 대해서 아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일본에 대한 지식에 목말라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일본에 관한 책들은, 우리들의 정서에 맞게 걸러진 것들만 나오기 때문이다.
이 위험한 책의 매력은 바로 그런 필터링이 없이, 어쩌면 실제의 일본인들의 생각보다 더 과격할지도 모르는 내용이 걸러지지 않고 나온다는 것이다. 읽는 사람에 따라서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화장을 하지 않은 일본인의 '생얼'을 볼수 있는 흔하지 않은 기회라는 점에서 무척 좋은 독서거리라고 생각이 든다.
1.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사람 : 진짜 일본을 알고 싶은 사람
2. 이 책이 좋은 이유 : 일본의 '생얼'을 볼 수 있기에
3. 이 책과 비슷한 책 : 이규형의 일본이야기들...
4. 기억에 남는 내용 : "아버지의 부재가 문제라는 건 미국영화난 홈드라마의 영향탓이다. 미국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자란 세대들이 화면속의 모습을 '이상적 가정'이라고 믿어버리는 것이다. 주말에는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여름휴가때는 온가족이 함께 멀리 떠난다. 텐트를 치고 고기나 야채를 사서 바비큐를 하는 것이 뭐가 재미있다는 말인가." page 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