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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인텔 - 과거의 성공, 현재의 딜레마, 미래의 성장전략
신용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무척 흥미로운 독서였다. 비즈니스 세계는 전쟁터와 같다. 전쟁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지한 이야기들을 읽을수 있었다.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과정, 두 거대 공룡의 상이함과 비슷함. 서로 다른 두 거대기업의 차세대를 위한 전략... 이 책의 장점은 이런 경쟁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두 기업에서 직접 고위직에 몸담고 일한 경험이 있는 저자가, 먼 안목으로 두 기업의 차세대 경쟁력에 대한 가능성을 비교하고, 차세대의 경쟁을 위한 목적과 방안 장단점까지 비교하는데에 있다. 보기 드물게 잘 쓰여진 수작이다.
시장을 장악하는 강자를 설명하는데 여러가지 모델이나 방법들이 사용된다. 유행처럼 사용되는 블루오션. 벤처기업과 벤처케피탈. 시장이 성숙하기를 기다렸다가 일부러 늦게 진입하는 패스트 세컨드 전략. 빠르고 작은기업전략. 전사적 네트워킹과 정보공유전략. 두뇌의 집함과 분산전략. 만명을 먹여살리는 천재확보전략, 차세대 수종사업. 샌드위치 위기... 이 다양한 개념들이 이 책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든 그 개념만 살짝 지나치고 스쳐가든... 그 모든 첨단 기획의 세계들이 일견 평범해 보이는 이 책의 행간에서 다 드러난다. 그러니 이 책은 어수룩한 애널리스트나 기업평론가, 예찬자가 쓴 글과는 차별이 될수 밖에 없는 책이다.
새로운 사업모델을 창출하며 시장을 열어간 기업 인텔. 빠른 후발자 전략을 구사하면서 단시간에 범용 메모리 시장의 강자로 부상한 삼성. 이 서로 다른 두기업의 장점은 이제까지 계속 성장을 구가하던 시장이 더 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기술적으로도 더 이상의 개발이 점차 어려워지고, 시장 자체가 더 우수한 제품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성숙기에 접어든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거대한 공룡이 정점을 지나, 침체와 쇠락의 길로 접어들수 있는 크리티컬 포인트에 다다른 것 같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지금도 언론을 통해서 두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을 내어 놓고, 경쟁사가 따라올수 없는 속도로 상용화에 성공해서 훨씬 많은 이익을 올리고, 치킨게임에서 승리할 것 같다는 보도를 계속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저자는 이런 것을 현재의 위치에서의 점진적 발달이라고 한다. 그러나 삼성이 선발주자를 따라잡아 선두가 되었듯이, 중국이 수년내 삼성을 따라잡지 말라는 법이 없다. 더 큰 위기는 더 이상의 첨단제품이 상용화되어도 이제는 수요가 거의 한게에 다달았다는 점이다. 선진국시장의 고가제품은 새로운 사업 모델의 창출이 어렵고, 수요가 폭주하는 후진국시장에서는 후발주자들의 가격공세를 버텨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저자는 점진적 발전이 아니라, 획기적인 신사업모델로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 두 회사모두의 위기라고 말한다. 윈도우 비스타가 인기를 얻지 못하듯이, 인텔의 더 빠른 마이크로 프로세서에 대한 필요성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낸드플레시 시장은 당분간 더 확대되겠지만 삼성의 메모리 시장도 더 이상의 고성능에 대한 필요가 점차 줄어들고, 기술적으로도 상용하를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해야하기에 전과 같은 많은 이익을 내기가 어렵다. 물론 새로운 이노베이션을 통해 원가절감을 이룰수 있겠지만 점진적 변화의 범주에 속하는 이노베이션이란 것은, 완전히 새로운 신사업을 창출하는 새로운 사업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
이건희 회장이 늘 말하는 '차세대 수종사업' '만명을 먹여살릴 한명의 천재'라는 것의 뜻이 이제야 절절하게 가슴에 와닫는 이야기이다. 저자가 실제로 삼성의 최고위층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그런 문제로 많은 토론을 했던 사람이니 말이다. 저자는 나노기술과 바이오기술과 IT기술의 융합에서 그 돌파구를 찾을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인텔과 삼성. 양 기업이 서로 비슷한 어려움을 가지고 서로 다른 접근법으로 그 시장을 여는데 접근할 것이라고 균형을 잡고 이야기하지만, 책을 읽는 나로서는 서로 상이한 두 기업문화에 비추어볼때, 인텔쪽이 지금은 한참은 더 유리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왜 일본과 유럽기업들이 반도체분야에서 꼬리를 내리고 있는지도 이해가 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