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 많이 바를수록 노화를 부르는
구희연.이은주 지음 / 거름 / 2009년 4월
평점 :
한류붐을 타고 동남아에서 한국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무척 높다고 한다. 중국 동남아를 타깃으로 우리의 화장품들도 드디어 수출상품이 되었다. 한국의 성형외과의 기술은 세계적으로 성가가 자자하다. 환율이 낮아진 틈을 타서 중국과 일본에서 성형여행을 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이 이젠 이런 고부가가치의 소프트한 제품들로 수익을 올리는 시대가 된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꿈이 모래위에 세워진 누각과 같은 것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이 모두 사실이라면(아마도 모두 사실일것 같다) 대단한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이고, 그 센세이션은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시대에 우리나라의 화장품을 선망하면서 동시에 질투해온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역효과를 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기술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한국상품 약진의 비결에는 디자인과 홍보가 큰 역활을 한다. 브랜드와 이미지에 눈을 뜬 한국기업들이 꾸준히 공을 들인 결과이다. 그러나 눈쏙임 디자인만으로는 결코 충성적인 고객을 장기적으로 확보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 화장품에 실제로 큰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나라 화장품을 사용하는 수많은 한국인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갈 큰 축 중에서 하나가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만의 독특한 화장품 판매와 사용문화가, 한국만의 독특한 화장품 제품라인들을 만들었다. 한국에서 화장품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고, 한국화장품 회사들이 모럴 해자드에 빠져있는 동안 외형적으로 성장을 거듭해온 한국화장품은, 승승장구하던 미국월가가 세계경제를 망친 주역으로 지탄을 받듯이, 한국화장품 회사들도 한국인과 아시아인들의 피부와 건강을 망친 주역으로 지탄을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작년에 '과자' '식품첨가물' 이라는 책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경험이 있다. 물론 우리는 오늘도 여전히 과자를 사먹고, 과자회사의 주가는 밀가루 가격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큰 영향이 없다. 화장품시장도 마찬가지일까. 한동안 시끄럽겠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여전히 한국 소비자들은 과거의 화장습관을 고치지 않을 것인가. 한국화장품 업계가 스스로 자정노력에 나설것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생각일 것이다. 소비자의 직접적인 소비행태의 개선이 없이는 공급자의 태도변화를 유발할 수가 없다.
그러나 과자가 여전히 팔린다고 해서 우리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일꺠워준 '과자'라는 책의 가치가 윤색되지는 않는다. 이 책으로 대한민국의 화장품이 뼈를 깍는 각오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해서, 이 책의 가치가 평가절하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올바른 내용을 담은 용기있는 저서. 그 책의 역사적 의미는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며, 일부 현명한 소비자들은 이 책의 내용을 외우면서 앞으로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나같이 스킨 로션 한번 바르지 않는 남자에게도 이 책은 흥미롭다. 내가 화장을 하지 않더라도 화장은 내가 살아가는 이 나라의 중요한 관심사항이며 문화이고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 (남자라서 더욱 몰랐던) 화장품 세계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웠고, 더욱 경악스러웠다. 좋은 가르침과 꺠우침을 준 무척 좋은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