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란 무엇인가>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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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란 무엇인가
루이지 조야 지음, 이은정 옮김 / 르네상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아버지라는 것의 존재적 의미에 관한 깊은 고찰을 담은 책이다. '이땅에서 아버지로 살아간다는 것' 같이 아버지란 존재로서의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책이기는 하되, 이 책이 추구하는 것은 그 의미가 한층 더 깊고, 그 범위가 한층 더 광범위하다. 무엇보다 융 심리학에 기반하여 인간의 무의식적인 존재속의 아버지상과 오늘날의 사회가 만들어내는 실질적인 아버지 상의 불협화음을 살피는 예리한 통찰력이 무척 돋보이는 책이다.
융은 프로이드와 함께 정신분석학계의 쌍벽을 이루고 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는 잘 모르지만 오늘날 프로이드에 비해서 그 명성이 많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사람들의 심리상태나 특정한 상황에 대한 특정한 반응이나 심지어 무의식적인 태도마저도, 뇌안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매개체들의 전달방식에 따른 결과물일 뿐이라는 것이 뇌과학의 발달로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물질이나, 그런 유전물질의 지배하에서 작용하는 화학적 반응을 살피지 않고, 오로지 연역적인 심리게임같은 정신분석으로도 우리 사회의 문화적 현상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세상의 수많은 문화적인 요소들은 프로이드적인, 혹은 융적인 사고방식으로 충분히 설명히 가능한 부분들이 많다. 단지 그런 문화적인 요소와 뇌에서 일어나는 화학적인 요소들을 충분히 열결짓는 연결고리가 완성되지 않았을 뿐이다.
사실 문화현상이나 속담이나 민담, 꿈, 문학에서 사용하는 원형비평등에는 프로이드적인 요소보다 융적인 요소들을 분석도구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한때 유행하던 '원형비평'이라는 것 자체가 바로 융적인 도구를 분석의 중요한 툴로 사용한 학문적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방식의 연장선 상에서 우리들 인간의 문화속에서 아버지라는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질문하는 책이다.
외 하필이면 어머니나 아들 딸이 아니라 아버지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수가 있다. 사람들의 집단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아버지라는 '아니무스'의 특질이 오늘날 급변하는 사회가 가져온 가부장적 이미자의 급속한 해체와 충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사회는 여성의 노동력을 필요로하고, 남성의 강한 육체적 특질과 그에 대한 보상으로 받게되는 가족내의 존경을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그런 현실적 아버지의 급속한 변화를 받아들이기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서 우리들의 집단적 무식식에 존재하는 아니무스의 이미지의 변화의 속도가 너무 느리기에 이 두가지의 부조화가 충돌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아버지의 무기력함이 더욱 더 강조되고, 아버지상이 가지고 있던 의미들의 급격한 몰락이 가져오는 부작용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사회에서 아버지라는 종은 참 힘든 삶을 살고 있다. 모든 특권은 박탈당하고, 기대치만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을 묵묵히 감수해야 하기 떄문이다. 그러한 변화를 인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성은 부적절한 존재로 취급을 당하고 마는 그런 세상. 그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예리한 분석이고 강한 메시지이다.
1. 이 책이 좋은 점 : 남성상의 사회적 의미에 대한 깊은 고찰을 가능하게 해준다.
2.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사람 : 이 땅에서 삶을 살아가는 고뇌하는 남자들.
3. 마음에 남는 구절 : "이러한 부성의 퇴보는 20세기에 무서운 아버지들이 일으킨 위기를 초래할만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성의 몰락은 아직까지 그 끝이 보이지 않게 진행중이며, 남성들에게 닥친 불행은 사회전체에 깊은 혼란을 주게될 것이다." page 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