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에니매이션을 부르는 일본식 용어가 아니매이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영어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사용하기를 좋아한다.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건너온 애니메이션을 일본인은 일본인들의 방식으로 변형해서 생산했다. 지금 일본은 미국과 함께 전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을 양분하는 애니매이션 대국이 되었다. 사실 일본인들의 만화에 대한 전국민적인 사랑은 대단하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을 만들고 소비한다. 그 방대한 만화시장의 존재와 1억을 넘는 인구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받쳐주고 발전하게 하는 토대가 된다. 수요가 있으므로 끊임없이 창작이 이루어지고, 수많은 창작속에서 특출한 아니매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아니매들이 전세계 시장으로 번져서 그것을 시청하는 전세계인들의 의식과 무의식속에 일본적인 것을 심어놓는다. 그래서 아니매에 대해서 문화침탈이라고 하며 경계를 높이는 목소리들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적을 이기기 위해서는 적을 아는 것이 우선이다. 이 책은 아니매에 대한 애국적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는 책은 아니다. 이 책은 아니매에 대한 철저하고 정교한 분석을 통해서 일본을 이해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이 이 책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 책은 요즘 나오는 대중문화에 대한 책들 중에서 보기드물게 충실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 아니매를 흥미위주가 아니라 학문적인 진지함으로 접근하면서도, 읽는 사람을 위해 편하고 흥미로운 문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아보이는 책이지만, 책의 페이지는 결코 적지 않고, 아이들이나 좋아할 것 같은 아니매의 캐릭터들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책이지만 결코 아이들용 책이 아니다. 그러나 너무 진지한 책은 아니므로 부담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편안한 문장으로 논리적으로 풀어가는 글들을 읽으면서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던 아니매의 세계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겉으로 보이는 일본문화의 이면에 있는 진짜 일본을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의 각장들이 다 좋은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나에게 특히 감명깊었던 분야는 신도에 관한 것이다. 일본인들은 우리와 무척 비슷한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분야들이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본인들의 마음속에 있는 것. 특히 일본인들의 무의식속에 있는 것들은 여간해서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 책은 아니매를 일본인들의 무의식을 반영하는 산물로 접근한다. 그들이 소비하는 문화중에서 가장 원초적인 원형들이 많이 드러날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니매이기 떄문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우리가 무심코 보았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미처 깨닿지 못했던 것을 뒤늦게라도 알게 해주는 책이고, 아직 우리에게 소개되지 않았던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찾아서 보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날로 국제화되는 세계에서 중국과 함께 우리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강대국일본을 보다 잘 이해하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