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예요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고종석 옮김 / 문학동네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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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항상 죽음을 마주보며 살아간다. 태어난다는 것 자체가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의 축복속에서 태어나서 이 세상을 살아가다, 사람들의 애도 속에서 사라져간다. 출산의 순간이 고통과 환희의 시간이듯이, 죽음의 시간도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그러나 죽음이 환희를 동반할수도 있다. 나는 잘 모른다. 나는 아직 죽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도 어렴풋이 나의 죽음을 예견하고 있고, 그것이 과거보다 훨씬 더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라는 걸출한 작가에게도 죽음과 삶의 의미는 마찬기지일 것이다. 사람들은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듯한 표정으로 세상을 살아가지만,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서서히 낡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는 죽음이라는 것이 자신의 차례라고 자신을 지명할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죽음에 대한 강박을 가지지 않고, 어떻게 언젠가 다가오고야 말 죽음에 대해서 그토록 대범하게 대처할 수가 있단 말인가. 나는 그들의 그 의연함이 부럽다.

 

작가라서 더욱 예민하게 그 두려움을 받아들이는 것인가. 작가라서 죽음의 두려움을 더욱 잘 극적으로 잘 표현해 내는 것인가. 이 짧고 얇은 책에는 죽음에 관한 생생한 언어들이 가득히 들어있다. 삶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무의미함. 사랑에 대한 갈망, 사랑이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체념. 그러면서 그 사랑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절절함. 자신을 잊어달라는 부탁. 죽음 뒤에는 아무것도 없으리라는 인식. 그리고 그 죽음이 빨리 찾아와서 자신을 풀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임박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런 것들이 아주 짧은 글들 속에서 매우 잘 느껴지는 책이다. 때로는 한줄 혹은 두줄짜리 페이지도 있고... 대부분의 페이지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글들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이 얇은 책 한권을 다 읽는 것은 마치 긴 대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죽음을 눈 앞에 둔 노 대가의 절절한 육성을 느끼기 때문일까. 아무런 기교나 가식도 없는 한 사람의 죽음의 기록. 자전을 한눈에 보기 때문일까.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죽음이라는 무서움을 대면하게 되는 그 엄청난 주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책이기 때문일까.

 

무척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 책은 어떻게 보면 무척 정교하게 짜여진 플롯을 따라 쓰여진 책 같기도 하다. 가장 훌륭한 책은 아무런 기교가 없는듯이 느껴지는 책이라고 하는 말들이 있듯이, 이 책은 병상의 일지처럼 늙어서 기력이 쇠한 사람이 가쁜 호흡으로 힘겹게 한줄 두줄 겨우 써내려간 마지막 호흡의 거친 숨결이 스쳐간 기록같기도 하고, 삶의 마지막을 대하는 대가가 자신의 최후의 역량을 발휘해서 만들어낸 문학의 금자탑같기도 하다. 무엇이 사실이든 중요한 것은 이 책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강하다는 것이다. 양식이 아니라 내용. 글이 아니라 사상. 기교가 아니라 본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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