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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5월
평점 :
책의 첫페이지부터 긴장감과 흥분에 휩싸이게 만든다. 잘짜여진 구조, 쉴틈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의 연결. 그러나 이 책은 흔한 장르소설 따위는 아니다. 책도둑의 작가가 쓴 책이 아닌가. 이 책은 우리에게 강한 임팩트를 주는 삶에 관한 성찰을 하게 하는 책이다. 무척 많은 것을. 삶의 의미와 내 삶을 어떻게 다시 규정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설득력 있게 하는 책이다. 강한 설득력을 가지는 책이 흔히 갖게 되는 거부감. 이 책에선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느나. 작가의 천부적인 재능이다. 책의 시작부터 한의 오차도 없이 철저하게 계산된 탄탄한 스토리 덕분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복선이고, 사소한 것이 결과로 이루어 가는 소재가 된다.
평범하다 못해 자신의 삶에 대한 비하를 할만한 불쌍한 청춘. 우리들 주위에 흔히들 보이지만, 아마 생각없는 것이 아니라 심각하게 자신의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 그러나 남들의 눈에는 그저 그러 사람들로만 보이는 삶. 그런 삶에 대해 저자는 예리한 관찰의 확대경을 가져다 댄다. 그리고 그런 삶이 않고 있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그런 삶을 빗나게 하기 위해 필요한 도움이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물론 설득력이 떨어질수도 있고, 삶이 그만한 것으로 바뀔수 있냐는 비아냥거림도 받을수 있다. 사회적 존재인 삶을 개인적인 차원으로 치환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회적 함의를 떠나서 문학으로서의 이 책은 무척 훌륭하다. 글의 느낌이 아주 좋다. 앞부분에 힘을 집중하다 두로 갈수록 맥이 빠지기 마련인 대부분의 책들의 공식이 이 책에선 적용되지 않는다. 짧고 신선한 글들이 두터운 책의 끝부분까지 글을 읽는 재미자체를 강하게 느끼게 해준다. 그렇다고 문장이 글의 내용을 가리는 것도 아니다. 문장과 글의 내용이 서로 합창을 하면서 우리들에게 마지막에 느껴질 감동을 만들어 나가는 보기 드문 책이다.
변두리의 삶. 오스트레일리아라는 나라. 그 잘 알지 못하는 나라의 평범한 젊은이들의 좌절. 로칼적인 것이면서 글로발한 문제들. 우리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그러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무척 흥미롭게 짜여진 구조. 그래서 이 책은 정말 재미있게 읽혀지는 책이다. 너무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읽다보니 그것이 단순한 추리가 아니라 삶의 근원적인 의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이었다는 것을 문득 깨닿게 되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