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국 부자들>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미국의 한국 부자들 - The Good Rich
송승우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부자들에 관한 책이라면 애증이 솔직히 서린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서 부자, 혹은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긴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그렇게 삶의 다른 가능성을 모조리 희생하는 삶은 나도 원치 않는다. 그러나 부자의 달콤한 유혹은 너무나 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한국은 (다른 나라의 사정은 모르지만) 너도 나도 재테크의 광풍에 휩싸여 있다. 몸바쳐 일하기는 싫고, 돈은 벌고 싶으니까. 그 답은 재테크 밖에 없지 않을까. 그것이 한국 부자관의 실체인 것 같다.

 

미국의 한국부자들이란 책을 접하면서 묘한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부자들이라면 한국적인 습성과 종족적 특성을 공유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부자가 된 한국사람들이라... 음... 뭐가 얼마나 다르고 어떤 점이 얼마나 동일할까. 사실 한국에서 재테크 외의 방법으로 부를 일군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요즘 한국 사정은 중소기업이나 개인 자영업자가 새로이 부자의 반열에 오르기가 무척 힘들어 졌지만, 어쨋거나 부단한 노력을 통해서 자수성가한 부자가 될 수도 있다는(재테크가 아닌 방법으로도) 신화는 내 어릴적에는 유효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은 우리나라에서(적에도 내 주위에서는) 사라져 버린듯한 그런 부자관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책에 등장하는 미국의 한국부자들은 모두 made in korea 이다. 종자만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한국땅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이다. 대부분이 한푼도 가져간 것이 없이 말 그대로 맨손으로 시작한 사람들이다. 언어에서 부터... 당연히 인맥이 있을리가 없다. 특혜도 없고. 지연도. 그들의 성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들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들도 인맥을 만들기는 한다. 그러나 그 인맥은 우리들처럼 특정한 대학에 갔다는 것으로, 특정한 가문에 태어난 우연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끊임 없이 노력하고 성실하게 살아감으로써 한 사람 두사람 노랗고 땅딸막한 코리아 사람들의 친구로 만들어간 덕분에 그들의 성공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만들어간 것이다. 부자들 옆에는 항상 사람들이 있다. 사람장사가 최고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들도 성공을 위해서는 좋은 사람들을 옆에 두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그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옳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정말 맞다... 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사업을 잘 하는 사람은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우리나라의 중소기업과 자영업 환경이 전보다 열악하다고 하지만, 이 책에 나온 이 사람들만큼만 열심히 산다면, 아마도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부를 일궈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이들이 그토록 고생하는 언어문제는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의문이 남는다. 무엇하러 그렇게까지 부자가 되려고 노력을 한단 말인가. 그저 먹고 살기에 어려움이 없고, 노후대책이 되고, 자녀들 뒷바라지 하기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면, 적당한 문화생활을 하면서 살기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만 된다면... 그런데 이렇게 하기만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돈은 적당히 노력을 해서는 벌리지 않는다. 항상 최선의 각오로 노력해야 하고, 항상 위기가 올것을 예상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의 안락한 삶을 유지하는 울타리를 칠수가 있고, 그러다 보면 예상외로 더 많은 수익을 올려 뜻하지 않게 부자가 될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최선을 다하는 곳에 길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위안이자 채찍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참  잘 된 소설을 읽었다. 왠지 여성 편향의 페미니즘 냄새가 솔솔 나는 듯한 소설인데, 거부감은 커녕 책의 재미에 끌려 읽는데 꼬박 3일이나 걸렸다. 나는 흥미로운 책은 무척 천천히 읽는다. 이 책을 읽는데 그만큼 긴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책이 무척이나 나에게 흥미로왔다는 뜻일 것이다.

 

책이 풍기는 여운이 무척 길다. 그 여운이 두께도 두껍다. 책의 구성도 탄탄하다. 빈틈이 별로 없다. 그러면서도 책의 문장 문장들이 무척 아름답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쓴 책일 것이다. 이런 문장들과 이런 구성의 글은 하루 아침에 접신들린 듯이 쓰여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숙성된 것이 틀림없다.

 

상당히 운명론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나 그 거친 운명에 맞서는 강한 여자들의 이야기가 맛깔난다. 폭풍이 몰아치고 비바람이 강타할때, 왠지 모르게 강하면 강할수록 좋다는 느낌이 드는 묘한 이상심리.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는 책이다. 책 속에 순진한 듯한 문장으로 숨어 있는 삶의 아픔이 진국이다.

 

이런 절절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작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한 것일까. 알 수없다. 책의 내용이 애매모호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책이 말하는 것이 단선적이지가 않아서이다. 너무 큰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한 두 문장으로 딱 잘라서, '이 책은 ... 에 대해서 ... 라고 말하는 책이다.' 라고 말할 수가 없는 탓이다.

 

아픈 삶을 견디고 이기는 방법에 대해서. 그 여린 사람들이 모여서 세상에 도전하는 멋진 모험에 대해서. 세상에는 여전히 우리가 이해하는 것보다 더 질기고 모진 어떤 것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는 것에 대해서. 긴 서사의 아픔도 중요하지만, 하루 하루의 웃음의 미학도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삶은 그래도 이어진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여전히 아픔이 가득하다는 것... 그런 것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빈후드 마케팅 - 기업전략에서 발견한 10가지 공익마케팅 법칙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총서 5
캐티야 안드레센 지음, 박세연 옮김 / 열음사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로빈후드는 도둑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도독질을 한 것이 아니었다. 백성들을 돌보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혈안이 된 당시 사회의 기득권자들의 재산을 훔쳐서(빌려서, 혹은 이용해서) 당시 사회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던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한 도둑이었다. 그래서 그는 당시의 사람들에게 도둑으로 비난을 받기는 커녕, 의적이라는 이름으로 칭송을 받았고 그 때문에 오늘까지 그의 이름이 전해져 오게 되었다.

 

오늘날 로빈후드의 역활을 하는 단체들이 있다. 세상이 돌보지 않는 아픔. 중요하지만 기득권자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안. 이익이 남지 않는 일이라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중요한 일들. 그런 일들을 찾아나서서 나서는 사람들, 그런 일을 자신의 소임이라는 듯 묵묵히 해내는 단체들이 있다. 칭찬받아 마땅한 사람들이고, 존경받을만한 단체들이다. 로빈훗이 의적이라는 영예를 얻듣이 그들에게도 세상의 그늘에서 참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명예가 돌아가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일을 하는 것이라면 '좀 더 효율적으로 할 방법이 없는가' 라는 문제의식이 생길수 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더 많은 것을 행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것일까. 좋은 일을 위해서 할때에도 '효율'의 문제는 존재한다. 우리들의 관념속에는 상충되는 것들이 있다. 세상의 기업들이 워낙 효율과 생산성을 강조하다보니, 그 기업의 횡포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효율과 생산성을 비인간적인 속성으로 생각하게 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공익을 위해서 일 하는 사람이나 단체일수록 같은 노력으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들의 사고에 자신들도 모르게 존재하는 그런 '사고 오류'를 수정하는데 좋은 역활을 할만한 책이 바로 이 '로빈후드 마케팅'이란 책이다. 로빈후두가 의적을 할때, 나쁜 사람들의 돈을 더 잘 털고,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부하들이 나타나지 않게 하고, 그 결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입도록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오늘날의 사회적 공익을 위해서 일하는 단체나 사람들에게도 그런 것이 필요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치열한 마케팅 경쟁은 첨예한 방식을 동원해서 깜짝 놀랄 정도로 효율적으로 사람들의 시간과 자원을 두고 경쟁을 한다. 기업들이 개발한 마케티에 사용되는 그런 전략들을 원용해서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위해서 응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기본 발상이다. 좋은 일을 하는 것은 단지 좋은 일을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여론의 환기를 불러 일으키고, 사회적으로 더 많은 자원이 배분되게 하고, 그것들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당위성을 인식시켜야 한다. 이 정신없이 바쁜 세상에서 그런 일들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면 보다 깊은 사유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왜 그런 것이 필요한가에서부터, 어떻게 그런 일들을 수행해야 하는가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이 평소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과제에 관해 많은 것을 시사해주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많은 가르침을 받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이달 2022-09-21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스티브잡스와 애플Inc. - 세상을 뒤집은 기업 애플의 30년 성장스토리
마이클 모리츠 지음, 김정수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얼마전 신문의 가십란 비슷한 곳에 2단짜리 조그마한 심심풀이 기사가 났었다. 애플의 초창기 창업자가 우리가 알고 있는 스티브 잡스와 워즈니악의 두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이 더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두사람이 회사를 차린지 얼마되지 않아 경리 업무를 도와주는 조건으로 지분을 받고 참여를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회계에만 능력이 있는 그로서는 애플이라는 회사를 이해할 수도, 그 회사의 비전을 공감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헐값에 애플이 주식을 전부 처분해 버렸었고, 그와 애플과의 관계는 그것으로 완전히 끝이 났다. 그래서 그의 이름은 오늘날 전세계인이 열광하는 애플의 창업자 명단에서 지워지고 가난한 노년을 쓸쓸히 보내고 있다는 기사였다.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IT분야의 새로운 역사를 몸소 만들어 갈뿐만 아니라, IT분야를 넘어 전체 기업의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애플의 경이로움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숫한 보도매체들이 거의 매일같이 스티브잡스와 애플에 관한 기사들을 쏫아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티브잡스의 입지전적인 성공과 애플의 놀라운 발전을 다루는 책들도 수도 없이 쏫아져 나오고 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명성은 요즘 어디로 갔는지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언론의 모든 관심이 애플과 애플의 성공을 견인해 낸 주역인 애플의 CEO 스티브잡스에만 쏫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기사들이 애플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사실 그 기사들은 서로 비슷비슷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애플에 대한 관심은 폭증하지만, 애플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사들은 이미 잘 알려진 것을 되풀이해서 다르거나. 새로운 애플의 전략에 대해서 추측성 보도를 하거나, 더 이상의 기사거리를 주지 않는 애플의 비밀주의에 대해 짜증스러운 보도를 하곤 한다. 칭찬과 놀라움 일색인 애플에 관한 보도중에서 유일하게 비난적인 목소리를 찾아볼수 있는 것이 바로 에애플의 지나치다고 할 정도의 비밀주의와 엄격하기로 유명한 보안에 관한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애플에서 신제품을 개발하는 부서에 들어갈려면 보안키가 있는 육중한 문을 몇개를 자나고, 창이 없는 방에서 감시카메라의 감시하에서 차단막 아래에서 작업을 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애플의 초창기는 이렇게 비밀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애플의 이미지. 미국의 대학생들이 가장 취직하고 싶어하는 자유분방한 애플의 이미지. 그보다 더 이전에 스티브 잡스와 워즈니악이 차고에서 시작한  초창기 애플의 이야기를 소개한 책은 그리 많지 않다. 그 내용들도 서로 비슷비슷하다. 왜냐하면 지금은 스티브 잡스의 일거수 일투족이 다 관심을 받고 있고 그 때문에 첨예하게 이미지 관리와 보안에 신경을 써야 하지만, 초창기의 애플은 당연히 별로 큰 관심을 받지 못했었고, 때문에 그 당시의 애플의 성장 모습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자료들만 있을뿐, 자세하게 기록된 내용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중요하고, 이 책의 내용이 애플의 초창기 성장사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충족시켜 줄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애플이 비교적 초창기에 해당하는 시절에 애플을 긴 시간동안 밀착취재했던, 지금은 은퇴한 벤쳐캐피탈리스트가 지은 책이다. 그는 타임즈 지에 취직했던 젊은 시절 우연히 당시 떠오르는 기업중 하나인 애플을 취재하게 되었고, 그는 운 좋게도 애플사의 내부에서, 애플의 문헌들을 직접 만지면서 애플의 성장 모습을 취재할 기회를 얻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 애플의 성장 모습을 보고 많은 감명을 받은 저자는 그 후 저자 자신이 벤처 기업들에 투자를 하면서, 굴지의 기업들의 성장에 참여하여 그자신이 대단한 벤처 투자자로서의 삶을 살아었다. 이 책은 그가 젊었던 시절에 애플과 함께 하면서 기록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젊은 시절에 발간한 책을 다시 증보하여 지어낸 책이다. 애플에 관한 정보에 목말라하는 요즘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좋을수 없는 희소성이 뛰어난 자료라고 할 수 있겠다.

 

오늘날 최고의 성가를 올리는 지금의 애플의 모습이 아니라, 초창기 애플이 만들어지고 성장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들이 생생하게 잘 나타있는 한 위대한 기업의 성장기에 관한 자료를 얻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무척 큰 도움이 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구 - 그때 우릴 미치게 했던 야구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구(熱求). 뜨거운 공. 뜨겁게 활활 타오르는 열정이 어디 야구선수들에게만 있는 것이겠는가. 운동선수가 아니라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청춘들에게는 열구만큼이나 뜨거운 것이 가슴속 어딘가에 들어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운동선수를 떠나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킬수 있을 것이다.

 

뜨거운 열정으로 앞만보고 달리던 고교야구 선수들. 그 선수들이 20년의 세월을 넘어서 다시 한 자리에 모여서 과거를 회고하면서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재발견하는 '자아찾기'에 관한 소설이다. 부드럽게 읽히는 매끈한 문체와 미묘한 심리묘사를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이 무척 뛰어나다. 과거와 현재를 병치시키면서 심리전개의 깊이를 더욱 치밀하게 한다.

 

저자는 말한다. 삶은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뒤에 남겨두어야 할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추억, 기억, 친구, 고향... 같은 것들 말이다. 앞으로 나아간다고 뒤에 남겨지는 것들을 모두 버리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남겨진 것들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같은 사건에 대한 나의 기억과 친구의 기억이 달라지고, 내가 알던 고향과 나이가 들어서 다시 찾은 고향이 다르다. 사랑을 나누던 가족이지만 서로에 대한 기대나 이해의 수준이 다르다.  아무리 친했던 친구이지만 친구가 친구를 대하는 어법이나 접근 방법이 서로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인생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가고, 우리는 어쩔수 없이 뒤에 남겨지는 것들을 아쉬워한다.

 

뜨거운 열정은 청춘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나이가 훌쩍 들어서 어른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된 사람들에게도 열정의 잔존물들이 남겨져 있다. 그 시절만큼 앞뒤를 가리지 않고 그저 순수하게만 들뜰수는 없겠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무엇에 대한 뜨거운 마음들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실수를 하고, 사람들은 타인이 보기에 뻔해보이는 손익계산을 잘 못 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떡하겠는가. 삶은 우리를 앞으로 내몰고 있고, 우리들도 기꺼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과거의 추억에만 잠겨 있는 것은 진정한 삶이 아니다. 과거의 추억이 뜨거웠을 수록, 앞으로의 삶을 더욱 진지하게, 그래서 먼 훗날에 오늘을 다시 되돌아 볼때, 그 시절에 나는 정말 뜨거웠었구나... 하는 회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답이 아닐까 한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우리들의 삶 또한 멈추지 않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