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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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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참  잘 된 소설을 읽었다. 왠지 여성 편향의 페미니즘 냄새가 솔솔 나는 듯한 소설인데, 거부감은 커녕 책의 재미에 끌려 읽는데 꼬박 3일이나 걸렸다. 나는 흥미로운 책은 무척 천천히 읽는다. 이 책을 읽는데 그만큼 긴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책이 무척이나 나에게 흥미로왔다는 뜻일 것이다.

 

책이 풍기는 여운이 무척 길다. 그 여운이 두께도 두껍다. 책의 구성도 탄탄하다. 빈틈이 별로 없다. 그러면서도 책의 문장 문장들이 무척 아름답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쓴 책일 것이다. 이런 문장들과 이런 구성의 글은 하루 아침에 접신들린 듯이 쓰여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숙성된 것이 틀림없다.

 

상당히 운명론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나 그 거친 운명에 맞서는 강한 여자들의 이야기가 맛깔난다. 폭풍이 몰아치고 비바람이 강타할때, 왠지 모르게 강하면 강할수록 좋다는 느낌이 드는 묘한 이상심리.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는 책이다. 책 속에 순진한 듯한 문장으로 숨어 있는 삶의 아픔이 진국이다.

 

이런 절절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작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한 것일까. 알 수없다. 책의 내용이 애매모호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책이 말하는 것이 단선적이지가 않아서이다. 너무 큰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한 두 문장으로 딱 잘라서, '이 책은 ... 에 대해서 ... 라고 말하는 책이다.' 라고 말할 수가 없는 탓이다.

 

아픈 삶을 견디고 이기는 방법에 대해서. 그 여린 사람들이 모여서 세상에 도전하는 멋진 모험에 대해서. 세상에는 여전히 우리가 이해하는 것보다 더 질기고 모진 어떤 것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는 것에 대해서. 긴 서사의 아픔도 중요하지만, 하루 하루의 웃음의 미학도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삶은 그래도 이어진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여전히 아픔이 가득하다는 것... 그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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