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구 - 그때 우릴 미치게 했던 야구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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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구(熱求). 뜨거운 공. 뜨겁게 활활 타오르는 열정이 어디 야구선수들에게만 있는 것이겠는가. 운동선수가 아니라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청춘들에게는 열구만큼이나 뜨거운 것이 가슴속 어딘가에 들어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운동선수를 떠나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킬수 있을 것이다.

 

뜨거운 열정으로 앞만보고 달리던 고교야구 선수들. 그 선수들이 20년의 세월을 넘어서 다시 한 자리에 모여서 과거를 회고하면서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재발견하는 '자아찾기'에 관한 소설이다. 부드럽게 읽히는 매끈한 문체와 미묘한 심리묘사를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이 무척 뛰어나다. 과거와 현재를 병치시키면서 심리전개의 깊이를 더욱 치밀하게 한다.

 

저자는 말한다. 삶은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뒤에 남겨두어야 할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추억, 기억, 친구, 고향... 같은 것들 말이다. 앞으로 나아간다고 뒤에 남겨지는 것들을 모두 버리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남겨진 것들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같은 사건에 대한 나의 기억과 친구의 기억이 달라지고, 내가 알던 고향과 나이가 들어서 다시 찾은 고향이 다르다. 사랑을 나누던 가족이지만 서로에 대한 기대나 이해의 수준이 다르다.  아무리 친했던 친구이지만 친구가 친구를 대하는 어법이나 접근 방법이 서로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인생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가고, 우리는 어쩔수 없이 뒤에 남겨지는 것들을 아쉬워한다.

 

뜨거운 열정은 청춘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나이가 훌쩍 들어서 어른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된 사람들에게도 열정의 잔존물들이 남겨져 있다. 그 시절만큼 앞뒤를 가리지 않고 그저 순수하게만 들뜰수는 없겠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무엇에 대한 뜨거운 마음들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실수를 하고, 사람들은 타인이 보기에 뻔해보이는 손익계산을 잘 못 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떡하겠는가. 삶은 우리를 앞으로 내몰고 있고, 우리들도 기꺼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과거의 추억에만 잠겨 있는 것은 진정한 삶이 아니다. 과거의 추억이 뜨거웠을 수록, 앞으로의 삶을 더욱 진지하게, 그래서 먼 훗날에 오늘을 다시 되돌아 볼때, 그 시절에 나는 정말 뜨거웠었구나... 하는 회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답이 아닐까 한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우리들의 삶 또한 멈추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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