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둥글둥글 지구촌 종교 이야기 ㅣ 함께 사는 세상 1
크리스티네 슐츠-라이스 지음, 임미오 옮김,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 그림 / 풀빛 / 2007년 2월
평점 :
<<종교을 알아가는 첫걸음이 될 책>>
작년 가을에 아이의 학교에 영어 원어민 선생님이 새로 오셨다. 키 크고 파란 눈의 미국 남자 선생님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오신 흑인 여자 선생님으로 바꼈다. 처음에 아이는 외모 등에서 무척이나 낯설어하였다. 나는 외국인은 무조건 미국이고 백인이라는 생각은 잘 못된 것이라며 짚어주었다. 그런 아이가 선생님이 이슬람교라서 라마단 기간에는 물은 물론 음식을 먹지 않는다면서 불쌍하다며 안쓰러워하였다. 나에게 항상 멀게만 느껴진 이슬람교인을 처음 만난 것도 신기하기만 할 뿐 그녀의 종교에 대해 관심은 가져지지 않았다.
올 3월부터 아이들과 함께 아침마다 신문을 본다. 요즘은 논술이 워낙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지라 신문을 함께 보자며 아이에게 권하였다. 어린이신문을 보고 있지만 아무래도 어른 신문을 보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라고 제목만이라도 ?어보도록 하였다. 그렇게 아침밥을 먹고 나서 10분동안 아이들은 학교에 가기 전에 신문에 눈길을 주고 있다.
3월 5일 중앙일간지(중앙일보)에 난 제목을 보고 아이가 질문을 던졌다. 나는 "글쎄. 잘 모르겠는 걸."하면서 늦었다며 학교로 쫓아보냈다. 그때 난 제목은 이랬다.
"수니파 맏형 사우디-시아파 종주국 이란 이슬람 분열에 공동 대처"
사우디와 이란은 나라 이름이니까 알겠는데 수니파와 시아파는 무슨 파벌의 하나가 아닐까 짐작이 갔다. 이스라엘과도 영토분쟁이 끊임없고 같은 이슬람이면서도 서로 전쟁을 하니 분열에 대한 우려는 항상 있어왔다. 이슬람인들은 항상 호전적이고 자신의 종교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터라 수니, 시아라는 말은 많이 들어왔어도 그냥 흘러 넘겼다. 더구나 아이가 시아는 '시아준수'의 시아인가하고 물어볼 때는 그건 "절대 아니야!"라면서 웃었다.
신앙심이 강한 종교인은 자신이 가진 종교가 최고라고 믿는 편이다. 그러기에 세상을 보는 판단이나 기준은 항상 자신과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자신과 다른 종교에 대한 관심도 없는데다 배타적이 되면 더욱 타종교에 대한 이해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 또한 종교인으로 모두를 사랑하고 포용한다고 하지만 마음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배타적 마음은 어쩔 수 없는 나의 신앙의 힘이라고 위로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풀빛에서 펴낸 <둥글둥글 지구촌 종교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나는 당장 아이의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시아파는 최소한 동방신기랑은 상관이 없단다."
정답은 150쪽에 잘 나와 있었다. 마호메트가 죽고 난 후 후계자인 칼리프(칼리프의 지배 지침서가 수나)를 뽑아 따르는 이들이 "수니파"이며 이슬람교의 90%가 속한다고 한다. 마호메트의 조카인 알리를 집안의 후계자로 내세워 이어가는 '알리의 시아'를 시아파로 부른다고 한다. 그럼 이란은 시아파를 따르는 나라이고 사이디아라비아는 수니파를 따르는 나라였다. 그렇지만 그들 또한 한 뿌리에서 자라난 형제이기에 결국 분열보다는 통합을 선택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 근원이 알라라는 이름의 하느님을 따르는 종교이니 어찌 기독교와 가톨릭과 적이라 할 수 있나싶었다. 알면 알수록 그들의 두터운 신앙심에 머리가 숙여졌다. 그들도 코란에 살인을 명백하게 금지하고 있는데 오직 소수의 사람들이 왜곡하여 테러를 일삼는 행위는 올바른 종교인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책은 크게 다섯 개의 종교-힌두교, 불교,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바타놀이'가 바로 힌두교에서 신이 세상에 내려오기 위해 모습을 바꾸는 것을 말하는 "아바타"라는 종교 용어인지는 모르고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어림으로 짐작했지 정확히 몰랐다.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인도를 여행가고 싶어하였다. 우리와는 다른 끌림이 있다는 것인데 아마도 물질보다는 정신적 안식을 위한 곳으로 인도를 찾고 있는 것 같다. 요가 열풍도 이런 영향으로 몸과 마음의 안정을 위해 나도 즐겨하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대부분 불교 유전자가 각인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탐방이나 관광지에서 빠지지 않은 불교 유물이나 절을 보고 다니면서도 잘 알지 못였다. 대부분 한자라서 어렵다고 생각하고 이해를 하지 않았다. 학창시절엔 참힘들게 외웠던 팔정도 등이 이 책을 읽으면서 쉽게 이해하였다. 한 인간이 자신의 부귀영화를 버리고 완전한 만족인 니르바나 상태를 체험하여 깨달은 사람인 붓다가 되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 또한 붓다가 될 수 있다고 가르쳐준다. 소승불교와 대승불교의 설명을 자동차와 버스로 쉽게 설명해 줄 정도로 이 책은 종교를 알고 싶어하는 초보자에게 가장 쉽게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은 아이들이 실제로 생활 속에서 느끼는 것이나 궁금한 것을 한 예로 시작하여 이야기를 풀어낸다. 마치 TV에서 생활 속의 문제를 법적으로 알아보면서 배심원과 변호사가 알려주는 프로그램처럼 생활에서 아이들이 직접 알고 있는 것에서 출발하여 종교를 재미있게알려준다.
또한 각각의 종교에 대해 많은 지식을 알려주면서도 치우침없이 객관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아이들에게 편견을 가질 그늘이 없다. 모든 종교들이 결국은 사랑과 평화라는 공통분모를 위해 사람을 고통에서 구해 줄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하고 있다.
지구촌은 정말 둥글고 빠르다. 우리 이웃에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만큼 다양한 종교인을 만나고 있다. 내가 다니고 있는 성당에도 필리핀, 일본에서 온 신자를 만나고 있다. 그리고 이웃에는 이슬람인, 불교인들과 함께 웃으며 인사하고 잘 지내고 있다.
종교를 안다는 것은 나와 함께하는 이웃을 이해는 첫번째 지름길이다. 세상을 돌아다닐 우리의 아이들은 종교 이야기를 통하여 많은 정보를 알았다. <둥글둥글 지구촌 종교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이웃을 만들어 주고 함께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어 줄 주춧돌 같은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