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코치를 통하여 배운 나>
이 책을 다 읽고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책을 일고 3일이 지나도 서평은 쓴다는 것을 하기가 싫어졌다. 사람에게 책 한 권이 주는 영향력을 알고는 있지만 세상에 깔려있는 게 책이 아닌가. 그리고 다양한 책을 통하여 우리의 삶을 더 성숙시키기도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 책은 감동으로 내 마음을 물결치게 한 책도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지금 이 책때문에 괴롭다. 너무나 적나라한 엄마인 내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대학에 입학을 하고나서 선배 한 분이 모름지기 사랑을 하려면 나에게 에히리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어보라고 권하였다. 나는 그 당시에 순진(?)했던 터라 이 책의 제목만으로 오해를 하고 선배를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하지만 호기심을 감당할 수 없어서 도서관에서 차마 빌리지 못할 책이라는 생각에 일부러 대형서점까지 가서 책을 부끄럽게 사왔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얼마나 왜곡된 시선을 가지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사랑에 대해 막연하게 선망하고 있던 나의 허상을 버리도록 만들어 준 책이었다.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사랑의 기술"에 대한 책을 읽었다.
부모교육이나 부부교육에서는 워낙 유명한 분이라서 평범한 나도 저자의 이름을 알고 있다. 교육은 배울수록 좋은 것이라 여기고 있는 나지만 항상 배울 때만 효력을 발휘하고 시간이 지나면 무용지물이 되는지라 자주 배우는 편이다. 나의 이런 이중적인 태도에 가장 괴로운 사람은 우리집 아이들일 것이다. 한동안 엄마가 천사처럼 보였다가 어느 순간에 악마로 돌변한 모습에 상처를 받았을 것 같았다. 나도 사람이기에 나의 고유 감정이 있다. 이 책은 나의 그런 본모습을 더 잘 알 수 있도록 하였다. 책의 내용은 전체적으로 아이에게 어떤 감정코치를 통하여 아이의 삶을 긍정적이고 행복하도록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감정코치를 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처음은 나의 양육방식을 "자가진단 테스트"를 통하여 나를 알았다. 그런데 나는 어느 성향에도 다 포함되는 듯하지만 축소전향형에다 감정코치형이 분포된 형태였다. 기본적인 성향에 교육의 효과가 가미된 형태라고 해야 하나? 그렇다고 감정코치형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가진 성향에서 좋은 점을 취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자아존중감을 주는 것이다. 감정코치형 부모의 가장 좋은 점은 (82쪽)" 아이에게 감정조절 방법과 적절한 분출구를 찾는 방법, 문제해결 방법"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이것이 책 표지의 맨 위에 나와 있는 "감정은 다 받아주고 행동은 잘 고쳐 주라."는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럼 감정코치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그 방법은 감정 코치의 핵심 5단계를 통하여 실천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으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스스로 표현하고 이를 통하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부모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만들면서 행동의 한계만 정해주면 된다.
나는 이 책이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아빠도 이 감정코치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많이 변하여 권위적인 아빠들이 줄었다고 하지만 우리집만 하더라도 대화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바쁜 아빠로서는 할일이 더 늘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런 감정코치를 통하여 아이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나서야한다. 남자답게 살도록 길들여진 아버지들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양육철학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허심탄회한 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나는 가끔 아이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아이에게 비난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이것이 아이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성장의 약이라 믿었다. 그러나 앞으론 좀 더 적극적인 사랑의 대화기술을 통하여 극복하려고 한다. 159쪽" 대화의 주된 목적은 합의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다."른 구절을 명심할 것이다.
엄마에게 두 개의 가면을 가지고 있다고 표현한 울 아이를 생각한다. 그 가면의 색깔은 흑백처럼 명확했다면 이젠 좀 더 달라져야겠다. 책을 읽고 내가 괴로운 이유는 현실적으로 내가 이런 사실을 너무 잘 콕콕 짚어냈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알았으면 실천을 해야하는데 끝까지 할 수 없다는 자신감부족이었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도전한다. 내 아이에게 나는 하나밖에 없는 엄마이므로 오로지 나만 이 사랑의 기술을 전수할 수 있다.
한국에서 진행된 젠가학습게임을 통하여 한국형 감정코치 부분도 흥미롭게 읽었다. 세계적인 책이 이렇게 우리 실정에 맞춰 다시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사실은 참 의미있다. 그리고 동영상은 많은 도움이 되지만 좀 더 풍부한 자료가 아니어서 아쉽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 미국의 버지니아 공대에서 총기살인에 대한 뉴스를 접했다. 물론 살인자가 한국인임을 떠나서 그 사람은 어디에서도 자신의 감정이 위로 받지도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코치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