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주든 말든 - 나는 본질을 본다
소노 아야코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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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주든말든#나는본질을본다#에세이추천#책읽는고양이

[책읽는 고양이]는 동물병원 안에 있는 작은 출판사로서, 무심한 듯 우아하게 나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같은 책을 펴내는 곳이다. 동물병원과 출판사를 오가는 고양이들은 종종 책 위에서 휴식을 청하곤한다. 귀여운 표지그림에 짧막한 제목이지만 알찬 내용들이 묵직한 울림을 전해주는 에세이다.

<알아주든 말든>​소노아야코 에세이

"나는 본질을 본다."
이 문장 하나에 책의 내용이 궁금해져서 신청하게 된 책이다.
본질이란 무엇일까? 나는 과연 누가 알아주든 말든 상관없이 본질을 지키며 살고있는가?
나의 삶을 둘러싸고 영위하고 있는 겹겹이 에워싼 것들에 대한 본질을 들여다 보는 일을 해본 적이 있던가? 관계의 본질, 사랑의 본질, 인간의 본질, 삶의 본질, 운명의 본질 등에 대한 작가의 차분한 생각들이 길지않은 문장으로 나열되어 있어 그것들은 읽으면서 함께 사려깊은 생각 속으로 이끌려간다.

인간 관계란 원래 내 몸에 맞지않는 옷을 입는 것처럼 어색한 것이다. 서로의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며, 오해의 소지가 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인간관계란

사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일생을 두고 반복되는 것은 '인식의 오차를 확인하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이다.
-오차를 확인하는 일

살아오면서 어떤 일이나 관계에 대해 명확히 경계를 세우지 않고 막연하고 두루뭉술하게 지내왔던 적이 있다. 그들을 이해한다거나 친절함과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해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내 몸에 맞지않는 불편한 인간 관계에 얽매여 나의 자유를 오히려 옭아매는 일은 없었는지. 혹은 반대로 나의 친절과 이해가 호의로 포장한 호신술은 아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남에게든 자신에게든 일관성있는 나 자체의 삶의 본질에 대해서나 사랑과 행복에 대한 정의를 나름대로 갖고 산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남의 생각들만 받아들이고 끄덕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명제를 내 생각과 견주어보는 일도 해보고싶다.

일이 잘되면 잘 되는 대로 괜찮지만, 안 좋으면 또 안좋은 대로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나름의 의미

인간은 알게되서 만족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지만, 모르고 지냄으로써 빛나는 자유의 맛을 느낄 수도 있다.
-몰라도 괜찮다.

인간은 슬픔 속에서 본질을 만난다. 인간이 신과 조우하는 것도 많은 경우 그럴 때이다. 인간은 슬픔 속에서야말로 본성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슬픔과 외로움의 극한까지 추락해보아야만 할지도 모른다.
-슬픔 속에서 본질을 만나다

결코 똑같은 인생이란 없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다만 아무리 나쁘게 보이는 인생일지라도 그것은 신이 당신을 믿고, 감당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당신에게 특별히 선사한 것이다.
-특별한 선물이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은 한 순간의 미래도 보장이 없다. 오로지 딱 하나 분명한 것이 있다. 바로 죽음이다. 감동적일 정도로 신기한 일이지만, 무엇 하나 확실한 것 없는 이 세상에 죽음만은 확실하다.
-죽음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죽음은 몇 십년이든 기다리면 확실히, 내가 보장하건데, 반드시 찾아온다. 그러니 우리들은 최소한 겸허하게 그 때를 기다려야 한다.
-반드시 찾아온다

작가는 나이듦과 죽음에 대해 자연스러운 통찰을 담아내고 있다. 1972년에 작품을 발표한 이래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소설가답게 뜨끔해지는 생각의 오류들을 지적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나 역시 어느 정도의 성실함과 그와 엇비슷한 정도로 약간의 불성실함으로..하지만 대부분 성실함과 진실함으로 사람들을 만나왔다. 대부분의 인간관계란 그 이상 기대할 것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할 것 같다. 나의 성실함이 상대에게 반드시 만족을 준다는 보장은 없으므로...
작가의 말대로 자유라는 것은 진리 이외에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나만의 참된 본질을 찾아가는 인생을 살다가 준비된 운명같은 그 시간을 맞이하게 되기를 겸허한 자세로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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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 시절 소설Q
금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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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진행되는 서평이벤트를 신청했는데 정호승님의 신간시집에 이어 소설까지 연달아 당첨되어 오랜만에 돌고래 비명을 발사했다. 창비 출판에서 내일을 향한 질문, 젊은 문학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슬로건으로 <소설Q> 시리즈를 기획한 것같다. 네번째로 이름을 올린 금희 작가의 소설을 만나는 행운을 잡았다.

"나는 그 곳을 생각보다 쉽게
사랑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제목 <천진시절>을 보고는 천진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일까 궁금했는데 공간적 배경이 중국의 천진이었다.^^
금희 작가는 중국 길림성에서 태어난 조선족 작가답게 그곳을 중심으로 서사를 자연스레 꾸려냈다. 경제발전을 일궈 나가던 시절의 중국 천진에서의 직장생활이 조금은 생경했지만 요즘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드라마를 가끔 봐서 그런지 중국의 천진이라는 곳의 그림이 쉽게 그려졌다. 중국 연변 쪽이면 북한과 가깝거나 비슷한 어느 언저리쯤이 아닐까~^^;;;
우리나라도 경제가 발달하기 이전의 시대에는 취직을 하기위해 고향을 떠나는 젊은이들이나 객지에서의 삶을 소재로 한 작품들도 많았었다. 최근에 읽은 소설 중에서 추억을 곱씹게 만드는 잔잔하면서 첫사랑의 상처와 연민 그리고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궁금증과 막연한 그리움들이 적절하게 잘 버무려진 소설이었다.

"정작 그 시절이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정어리떼처럼 반짝반짝 들뛰기 시작하자 나는 깜짝 놀랐다. 무의식이라는 창고 속에서 진작 한 줌의 재로 사그라졌을 거라 여겼던 기억이기 때문이었다."
잊고 살았던 기억의 파편이 어느 순간 떠오를 때가 있다. 깊이 가라앉은 기억의 바닥에서 떠오를 때의 느낌을 표현한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망각이라는 창고 속에 갇혀있던 것들이 나올 때 설레기도 하고 슬퍼지기도한다. 잊어서 아쉬웠던 기억에는 희열로 화답하게되지만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될 기억이 떠오를 땐 아직도 아물지않은 상처가 더 아파온다.
주인공이 오랜만에 정숙언니를 만나 과거를 회상하듯이 나도 중학교 절친을 대학졸업이후 만나지 못했다가 20여년 만에 연락이 닿아 설레던 기억이 났다. 지금도 만나는 친구와 여러 시절을 함께하게 되는 추억의 공유의 힘은 의외로 막강한 관계를 형성시켜준다.
주인공 '상아'는 어린 시절부터 보아왔던 '무군'이라는 청년과 흐지부지 약혼까지 하게되고 취직을 핑계삼아 얼떨결에 고향을 떠나 천진에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무군을 오빠처럼 듬직하게 믿어온 상아의 모습이 나온다. 사랑이라는 확신은 없지만 포근했던 유년의 기억들로 인해 오래 이어진 소중한 인연으로 가약을 맺게된 것이다. 어릴 때 사랑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사랑인지 아닌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떠밀려오게 된 시간을 함께 지내다가 불현듯 사랑에 대한 확신이 사라진다. 사랑이 깨어지는 순간, 콩꺼풀이 벗겨지는 순간에는 같은 사람이 갑자기 생판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사람의 마음이 변하게 될 때에는 어떤 감정이 작용하게 되는 것일까.

"여전히 포장칸에서 박스와 씨름하는 무군, 아주머니가 소리치기 바쁘게 식당으로 달려가 고등어찜을 맛있게 먹는 무군, 휴일이면 희철이랑 공을 차고, 출출하면 나 몰래 사비로 고기를 사서 굽고, 저녁이면 소파에 길게 누워 발가락을 꼬물거리며 리모컨을 손에 쥔 채 키득키득 웃는 무군. 덕광에 출근한지도 1년 반이 되어가는데 무군은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이 상태라면 그에게서 더 무슨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나의 약혼자가 저런 사람이었던가. 내가 저런 사람이랑 결혼하려고 여태 이렇게 살아왔단 말인가하는 생각이 갈마들때마다 나는 맛도 없는 음식을 허겁지겁 먹다가 체한 사람마냥 속이 더부룩했다."

사랑이 현실이 되는 순간 욕망과 꿈의 저울질에서 사랑과 사람을 자신만의 엄격한 잣대로 선택하고 수없이 속으로 헤어린다.
상아는 그제서야 무군의 곁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지금의 남편과 무뚝뚝한 대화는 현실적이기도 하다. 아마 이럴 때 다른 사람을 떠올리듯이 문득문득 무군의 시선을 느낀다.

"나는 그에게 오늘의 일정을 대충 적어 보냈다.
-오늘 오후는 상황묘, 예원갔다가 저녁에 동방명주랑 외탄본대.
-어.​
-내일은 금성이가 훈이 데리고 디즈니랜드 가겠다네.
-어.​
-엄니 아부지 내일 푹 쉬라하고, 우리 모레 다 같이 집으로 갈거야.
-알았어.​
-자기, 거기도 많이 덥지? 요즘 일 힘들어?
-더워.​
대화의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 남편의 문자 앞에서 나는 노력을 그만 멈췄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그래도 그는 우리가 '한팀'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경기가 어려우면 잠깐씩 알바를 해서라도 생활비를 보냈고 이번 금성의 결혼식에도 부줏돈을 넉넉히 통장으로 넣었다. 핸드폰을 잠그고 창밖을 내다보며 나는 느닷없이 어떤 상상을 해보았다.
무군이라면 어땠을까?​
혹은 무군은 지금 아내에게 어떤 남편으로 살아갈까. 무군을 추억하기 전에는 한번도 해보지 않은 상상이었다."

"나아지지않는 친정집의 형편, 치료비가 없어 방치하는 동안 점점 악화되어가는 남동생의 사정, 그 모든 것에 대한 부담감과 조급함, 게다가 오직 사랑밖에 모르는 너무도 단순한 남자친구. 정숙은 그들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려는데 다다랐고 희철은 일이 그렇게 될 때까지 아무런 변화의 조짐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항상 그게 문제지. 상대방은 순간순간 흔들리고 생각이 변하는데, 그동안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남자라는 족속은 시작이 바로 결과라고 유추하는, 현실에 대해 총체적으로 방심하는 한심한 군체였다. 희철이 그랬고 무군이 그랬다."

무군은 남다르게 성실하며 상아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간직한 사람이지만, 상아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적극적인 삶을 개척하려는 포부가 없는 그를 초라하고 답답하게 여기게 된다. 어쩌면 무군과 계속 함께하는 삶은 그녀가 누릴 수 있는 신분상승의 기회를 놓친다고 생각했을까? 누군가를 경유하지 않고는 도시의 취직이나 접근이 어려웠던 시절임을 생각해 볼 때 상아의 선택은 여성이 주체적인 삶을 개척하기 어려운 상황을 드러내 안타깝다. 현재의 삶을 살면서 과거의 기억은 강물처럼 흐르다가 돌연 수면 위로 떠오른다.
어떤 기억이 우리를 급습하게 될까? 아련한 사랑의 추억 한켠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었다. 순진무구했던 무군의 사랑이 오랜 잔상으로 남는다. 비록 추억과 사랑이 나의 생각과 다르게 기억된다해도 퇴색되지않을 만큼 소중하게 떠오를 수 있기를 바라게된다. 지난 사랑에 대한 예의를 진실하게 표현한다는 건 무얼까? 상대를 존중하는 사랑으로 완성됨을 알게 되려면 어떤 시간을 견뎌내야 가능해지는 감정일까. 떠나온 사람과 남겨진 사랑들에 뭉클해지는 부분이 따스하고 애틋해서 겨울에 읽기 좋은 소설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시선 속에 잡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걸으면 그 시선도 따라왔고, 내가 멈춰 돌아보면 시선은 숨어버렸다. 나는 종시 그 시선과 마주할 수 없었다.
그는 위협적이지도, 악의나 분노, 조소같은 것을 품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은밀한 곳에서 나와 함께 걷고 싶어할 뿐인것 같았다. 그것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친절함과 따스함이었다. 누군가의 심장이 툭툭 뛰고 있다는 것만 느껴졌다. 그것은 끝난 사랑에 대한 예의를 표하는 진실한 고백이었다. 한번도 사랑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나는 이제 안다. 무군, 그만큼 사랑을 잘하는 사람은 사실 흔치않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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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빗 -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
웬디 우드 지음, 김윤재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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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빗#습관의힘#웬디우드#다산북스
심리학과 뇌과학을 넘나드는
30년간 인간 행동 연구의 결정체

습관에 대한 연구와 보고서를 토대로 한 책들은 이미 충분하다. 읽고 난 후에 행동의 변화를 느끼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새해가 되면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안좋은 습관은 끊으려고 누구나 도전을 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로 성취감에 사로잡혀 멈추지말자. 시작은 그냥 시작일 뿐이다. 습관이 자리 잡는 데에는 시작이 중요하기보다 지속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습관은 결코 애쓰지 않는다!
해빗 HABIT
-웬디 우드

우리의 인생은 이미 습관에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다. 습관은 가장 단순하고 성실한 삶의 일부이며, 우리는 이것을 활용할 수 있다 .
자신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구나 삶은 팍팍하고 고달프다. 시도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무의미한 행동부터 운동해야겠다는 마음 뿐 침대에 누워있는 버릇처럼 우리 삶의 안 좋은 습관을 몰아낼 수 있는 방법들을 인간의 내면과 뇌과학에 접근한 연구를 토대로 안내해준다.
인간의 의지력이란 한계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내면에 간직하고 있는 습관의 힘을 끌어내는 습관의 과학에 대한 설명이 흥미로웠다.

올바른 습관을 들이려면 먼저 습관이 우리가 좌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의식이 깨어있는 시간 중 거의 절반 동안 인간의 뇌는 이른바 '습관 시스템'에 의존한다.
우리는 곧 '시작'보다 '지속'이, '탁월함'보다 '꾸준함'이 인간의 삶을 더 생산적이고 가치있게 만든다는 사실을 까달을 것이다.

변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끝까지 지속하는 사람은 왜 적을까?
습관은 언제나 조용하게 내가 의식하지 못한 채로 이루어지기에 눈에 띄지 않는다.
좋은 습관은 우리의 행동을 지배한다. 습관은 이미 뿌리를 내린 행동으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일이기에 쉽게 지속할 수 있다. 따라서 입력하지 않은 일들이 저절로 나오듯 원하는 습관을 올바르게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를 해놓고 그것이 습관화될 때까지 나의 일부로 만든다. 물론 여기까지가 어렵다. ^^;;
적당한 보상을 바로 해주며 재미와 함께 고취시킨다. 어떠한 보상없이도 작동한다면 그 행동은 습관화된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습관은 선악을 구분하지 않는다. 인생을 구원하는 습관도 파멸시키는 습관도 모두 우리의 선택에서 비롯한다. 평소 좋은 태도를 유지하고 몸에 각인시킨 사람이라면 급박한 상황에서도 언제나 올바른 행동을 반복할 수 있다. 습관은 마음대로 재단할 수 있거나 창의적이지는 않지만, 결국에는 우리를 목적지까지 인도한다. 좋은 습관은 늘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나역시 몇 년동안 수영하는 습관을 들이기까지 힘들었다. 아침마다 내 의지와의 전쟁이 있었지만 이기고 다녀오면 역시 운동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반대로 수영을 빼먹고 조금 더 집에서 쉬고난 날에는 하루를 허탕친 기분에 개운치가 않았다. 무조건 강습을 빠지지않는 것으로 루틴을 잡아 습관으로 이루니 날씨나 기분에 상관없이 월수금 10시에는 수영장으로 갔다.
다른 운동을 시작하면서 생활 패턴을 잠시 바꾸는 동안 수영을 쉬게되니 자유수영조차 가는 일이 쉽지않다. 습관은 정말 무섭다.ㅎㅎ 내가 다시 수영하는 습관을 잡기까지는 아마도 몇 주가 걸릴듯하다.^^;;; 평범한 우리가 나쁜 습관과 작별하고 좋은 습관을 길러 좀 더 알찬 삶을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지식과 의지력이 해결책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효과가 있다는 것일까?

지난치게 큰 목표를 세우지 않는 것,
이것이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쿠르트 레빈

나의 습관들을 생각해 보았다. 고치고 싶은 습관과 다시 시도해보고 싶은 습관들.
애쓰지 않고도 자동화하기위해 해야 할 시간들과 그 이후의 변화 그리고 내가 얻게 되는 것들을 상상해보니 흡족해진다. 아직 시작을 한 것도 아닌데 ...
좋은 습관만들기 프로젝트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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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찾아서 창비시선 438
정호승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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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찾아서#정호승신간시집#정호승미발표시집#창비시선
나는 글로 읽어내는 사람의 마음이 너무 좋다. 그 중에서도 노래가사처럼 감정이 드러나는 시를 으뜸으로 좋아한다. 오랜만에 창비에서 정호승 시인의 시집을 발간한다는 소식에 서슴지않고 응모했는데 당첨되었다. 그 어떤 책들보다 기쁘게 받아 읽었다.

당신을 찾아서-정호승

쉽사리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자연의 숨소리와 작은 움직임만으로 시를 지어내고 그 속에 인생을 담아 빚어내는 시들을 읽따라 읽으면 시인의 마음을 닮을 수 있을까. 이번 시집의 처음에 나오는 시들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같은 제목의 시 세편이 나란히 나온다. "새똥" 작은 새들의 움직임은 하늘에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새똥을 맞는 일이 흔치않다. 날아다니는 새의 배설물로 눈을 맑게 씻었다는 표현을 한참 생각해본다. 제부도에서 새우깡을 높이 들고 갈매기를 기다리다가 새똥을 맞은 적이 있었다. 눈에 떨어졌는데 안경을 끼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나도 새똥으로 내 눈을 씻었다면 맑은 세상을 보며 시를 한수 지었을까 싶은 생각에 웃음이 난다. 그 때는 뜨끈한 새똥을 대신 맞아준 안경이 얼마나 고맙던지 나는 아마도 안경에게 고맙다는 시를 지었을텐데.. 내가 좋아하는 별을 시로 적으셨다. 별을 바라보는 마음은 언제나 그립고 사랑스럽다. 그렇게 반짝이는 별 하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도 된다. 사랑을 하면 반짝이는 별빛으로 남고싶은데 때론 고독하게 외롭고 사무치게 그리워서 슬프고 어두운 별도 된다. 그 모습을 시인은 정확하게 시로 그려냈다. 하늘에서 보면 얼마나 작고 작은 먼지같은 존재들일까. 서로가 아름답게 빛나는 별이 되면 좋겠다.

슬퍼서 눈물이 나려고하면 하늘을 올려다본다. 늘 위로해 주는 별빛은 내 눈에서 쏟아져 내리기도 했었지. 밤하늘의 별빛을 오랜만에 보러 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표제작 "당신을 찾아서" 이 시는 왠지 구슬프고 애틋한 느낌이다. 당신은 도대체 어디에 있길래 평생을 찾아 다녔으나 찾지 못하고 만나고 싶었으나 평생 만나지 못했을까. 만나지 못했기에 더 아름다운 사랑으로 간직하며 더욱 간절하게 찾아다니며 영원히 쓰러져 잠이 들 수 있는 것일까. 이해하기에는 너무 마음이 아픈 당신이야기. 나이들수록 슬펀 드라마도 영화도 보기가 힘들어진다. 자꾸 눈이 여려져서 눈물이 흐르는게 이젠 버겁다. 한바탕 울고 웃을 수 있던 나이도 지나는 모양이다. 이젠 웃으며 행복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세상을 꿈꿔본다.
촛불​

어머니 아흔 다섯 생신날
내가 사들고 간
생일 케이크에 초를 하나만 꽂고
단 하나의 촛불을 켰다.
생명도 하나
인생도 단 한번이라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렇게 하는게
어머니가 더 아름다워 보였다
이번이 어머니의 마지막 생신이라는 생각에
눈물로 생신 축가를 불러 드리자
어머니가 마지막 토해낸 숨으로
촛불을 훅 끄시고
웃으셨다 쓸쓸히
촛불은 꺼질 때 다시 타오른다고
어머니 대신 내가 마음 속으로 말하고
촛불이 꺼진 어머니의 초를
내 가슴에 꽂았다

열세번의 시집을 내는 동안 창비에서는 열번째 시집이고, 이 시집에 실린 시 중에 100여편이 미발표되었던 신작시라고 하니 더욱 새롭게 읽혀진다. 당분간 여기에 실린 시들을 필사할 생각에 기분이 들뜬다. 연약한 인생이지만 낮은 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 가치있는 삶을 성찰하게 만들며 겸허한 삶의 자세를 배우게 해 주는 시들의 묶음을 읽으면 나도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는 위로를 받는다. 시를 써 오신 세월과 삶의 성찰의 모습이 고스란히 시인의 아름다운 인생의 회고록처럼 담겨진 시집이다.
시들의 언어를 앞으로도 계속 사랑하며 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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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을 잘라드립니다 - 하버드 교수가 사랑한 이발사의 행복학개론
탈 벤 샤하르 지음, 서유라 옮김 / 청림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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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을 잘라드립니다#심리학도서#심리학에세이#행봇학개론#탈 벤 샤하르
걱정은 자르고,
인생은 다듬고,
불행은 펴고,
우울은 씻겨 드립니다.

세계 최고의 행복학 교수도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사실/^^

많은 사랑을 받은 하버드 강의와 베스트셀러 저서 등을 통해 전 세계 사람에게 행복을 찾는 법을 전해온 저자 탈밴 샤하르.(?)생소한 이름이지만 그가 주는 메세지는 친숙했다. 행복 전문가도 때로는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필요한데, 동료 심리학자가 아니라 동네의 단골 이발소에서 그 누군가를 찾아냈다. 머리를 깎아주며 오랜 세월 쌓아온 지혜를 아낌없이 베푸는 그의 이발사에게서..

걱정을 잘라드립니다
-탈 벤 샤하르

단골이 되면 머리를 자르거나 염색을 하거나 펌을 하는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된다. 오랫동안 이발하러 다니던 곳 역시 이웃에 사는 남녀노소 모든 이에게 머리 손질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재공하는 모임장소로 자리를 잡았다. 느긋한 태도와 따뜻한 환대, 빛나는 재치와 통찰력있는 지혜는 빠른 변화와 첨단 기술로 점철된 현대사회가 채워주지 못하는 가치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작은 공간에서 오가는 대화로 마음의 평안을 얻고 마음의 짐을 덜어낸다.

편안한 미용실에 가면 내 머리를 만지는 사람과 하물없는 대화를 한다. 서로 질문을 하기도 하고 별뜻없는 이야기라도 하면서 관계가 깊어진다.

부드러운 손길은 우리 몸의 고통을 줄이고 평온함을 유도하는 화학물질을 방출한다. 다른 사람과 손길을 주고 받을 때, 우리 몸에는 흔히 '사랑 호르몬'이라고 불리며 따스하고 편안한 기분을 이끌어내는 물질인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문득 커다란 손바닥으로 손주들의 팔과 등을 쓰다듬으며 '지금 사랑의 기운을 불어넣는 중'이라고 말하곤 했던 우리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이발소나 미용실에서 내 머리를 온전히 맡기고 있는 순간의 접촉이 우리에게 편안함을 준다. 그래서 머리를 만지다보면 스르르 잠이 오기도 하고 마음에 있던 말을 스스럼없이 꺼내놓기도 한다.

나 역시 한군데를 오래 다니는 편이라 그 곳에 가면 지난 번에 이어 원장님의 아들 이야기도 듣고 헤어스타일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로 퍼져나가기 마련이다. 아들로 인해 며칠 고민하고 힘들었는데 장애있는 아들을 키우는 친구가 바꿀래? 이 한마디에 자기 고민이 쏙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하던 원장님이 떠올랐다. 우리는 누구에게든지 자기의 생각을 말하고 털어낸다. 그리고 일상의 작은 것에서 배우는 지혜로운 삶의 가치를 안다.

자신의 존재와 감정의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가기란 쉽지않다. 여유를 가지고 속도를 늦춰야 하는데 그 장소가 어쩌면 이발소나 미용실이 될수 있다. 머리를 만지면서 의자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사각거리는 가위소리와 함께 마음 문을 열게 된다.
사람들이 직접 내뱉는 말 외에도 대화에는 너무나 많은 정보와 경험이 담겨있다.

이발사라는 직업의 큰 장점은 손님들을 더욱 멋지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그들에게 멋지다고 말해줄 수 있다는 점이에요.

머리 손질을 마치고나서 듣게되는 칭찬 한마디가 관계를 회복하고 잃어버린 자신감을 상승시키는 효과도 있다. 그리고 커피나 차를 대접받는다. 손님에게 직접 내다주는 음료는 단순히 커피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려는 작은 배려이다.

잔잔한 삽화들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세계적인 심리힉자조차 동네 이발사로부터 배울게 있다는 것을 드러내 준 일상의 따스함을 전해주는 책이었다.

나에게 아들이 있었다면 미용기술을 배울 작정이었다. 남자의 머리손질은 한달을 넘기먼 지저분해져서 자주 이발을 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가위를 들고 머리를 잘라주시던 부모님 생각도 나고, 가끔 딸아이의 머리를 손질해 주던 기억과 처음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던 기억들이 떠오르는 독특한 설정의 심리학 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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