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주든 말든 - 나는 본질을 본다
소노 아야코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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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고양이]는 동물병원 안에 있는 작은 출판사로서, 무심한 듯 우아하게 나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같은 책을 펴내는 곳이다. 동물병원과 출판사를 오가는 고양이들은 종종 책 위에서 휴식을 청하곤한다. 귀여운 표지그림에 짧막한 제목이지만 알찬 내용들이 묵직한 울림을 전해주는 에세이다.

<알아주든 말든>​소노아야코 에세이

"나는 본질을 본다."
이 문장 하나에 책의 내용이 궁금해져서 신청하게 된 책이다.
본질이란 무엇일까? 나는 과연 누가 알아주든 말든 상관없이 본질을 지키며 살고있는가?
나의 삶을 둘러싸고 영위하고 있는 겹겹이 에워싼 것들에 대한 본질을 들여다 보는 일을 해본 적이 있던가? 관계의 본질, 사랑의 본질, 인간의 본질, 삶의 본질, 운명의 본질 등에 대한 작가의 차분한 생각들이 길지않은 문장으로 나열되어 있어 그것들은 읽으면서 함께 사려깊은 생각 속으로 이끌려간다.

인간 관계란 원래 내 몸에 맞지않는 옷을 입는 것처럼 어색한 것이다. 서로의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며, 오해의 소지가 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인간관계란

사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일생을 두고 반복되는 것은 '인식의 오차를 확인하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이다.
-오차를 확인하는 일

살아오면서 어떤 일이나 관계에 대해 명확히 경계를 세우지 않고 막연하고 두루뭉술하게 지내왔던 적이 있다. 그들을 이해한다거나 친절함과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해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내 몸에 맞지않는 불편한 인간 관계에 얽매여 나의 자유를 오히려 옭아매는 일은 없었는지. 혹은 반대로 나의 친절과 이해가 호의로 포장한 호신술은 아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남에게든 자신에게든 일관성있는 나 자체의 삶의 본질에 대해서나 사랑과 행복에 대한 정의를 나름대로 갖고 산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남의 생각들만 받아들이고 끄덕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명제를 내 생각과 견주어보는 일도 해보고싶다.

일이 잘되면 잘 되는 대로 괜찮지만, 안 좋으면 또 안좋은 대로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나름의 의미

인간은 알게되서 만족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지만, 모르고 지냄으로써 빛나는 자유의 맛을 느낄 수도 있다.
-몰라도 괜찮다.

인간은 슬픔 속에서 본질을 만난다. 인간이 신과 조우하는 것도 많은 경우 그럴 때이다. 인간은 슬픔 속에서야말로 본성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슬픔과 외로움의 극한까지 추락해보아야만 할지도 모른다.
-슬픔 속에서 본질을 만나다

결코 똑같은 인생이란 없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다만 아무리 나쁘게 보이는 인생일지라도 그것은 신이 당신을 믿고, 감당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당신에게 특별히 선사한 것이다.
-특별한 선물이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은 한 순간의 미래도 보장이 없다. 오로지 딱 하나 분명한 것이 있다. 바로 죽음이다. 감동적일 정도로 신기한 일이지만, 무엇 하나 확실한 것 없는 이 세상에 죽음만은 확실하다.
-죽음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죽음은 몇 십년이든 기다리면 확실히, 내가 보장하건데, 반드시 찾아온다. 그러니 우리들은 최소한 겸허하게 그 때를 기다려야 한다.
-반드시 찾아온다

작가는 나이듦과 죽음에 대해 자연스러운 통찰을 담아내고 있다. 1972년에 작품을 발표한 이래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소설가답게 뜨끔해지는 생각의 오류들을 지적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나 역시 어느 정도의 성실함과 그와 엇비슷한 정도로 약간의 불성실함으로..하지만 대부분 성실함과 진실함으로 사람들을 만나왔다. 대부분의 인간관계란 그 이상 기대할 것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할 것 같다. 나의 성실함이 상대에게 반드시 만족을 준다는 보장은 없으므로...
작가의 말대로 자유라는 것은 진리 이외에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나만의 참된 본질을 찾아가는 인생을 살다가 준비된 운명같은 그 시간을 맞이하게 되기를 겸허한 자세로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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