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할 권리 책고래숲 8
최준영 지음 / 책고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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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책추천♡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가난할 권리>
결핍이 쏘아올린 기적의 인문학


사람이 사는 것은 자기 자신 때문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고, 스스로를 위하여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마음곁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음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사람들 사이에 사랑과 정을 나누지 못하고 산다면 삶의 의미를 잃고 사는 것이 된다.


<가난할 권리>최준영의 낮은 곳의 인문학
결국은 사람이다. 사람이 남는다


최준영 작가의 별명은 '거지교수'부터 시작해서 '거리의 인문학자'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핍으로 시작했지만 꿈과 희망을 품었기에 <가난할 권리>에서 마음껏 쏟아낸 숱한 사연들이 생겼으리라.


이 책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빌어 '사람 최준영'의 녹진한 사람냄새를 풍긴다.
그야말로 결핍이 쏘아올린 기적의 인문학이 폭죽처럼 빛을 발하는 중이다


궁핍함 속에서 더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을 모른척 할 수 없는 선한 심지때문에 홀로 감당해야 했던 그의 삶, 남들이 가지 않는 진흙같은 길에 발을 성큼 담그는 성정 때문에 겪었을 경제적인 고통, 지름길도 있었겠으나 언제나 사람이 있는 곳을 돌고 도는 에움길의 고요함, 수많은 외로움의 시간들이 진솔하고 뭉근하게 다가온다.


열심히 일하던 가장들이 일자리를 잃고 가정을 등지고 거리에 나서 노숙인이 되거나, 성숙하지 못한 청춘의 덫에 걸려 사회로 나오는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탈선 청소년, 미혼모들에게 인문학을 오랜시간 전해 온 최준영 작가님.

<가난할 권리> 이야기들은 지금도 어디선가 일어나는, 누군가 겪고있는 현재진행형의 사연들이다.
아픈 속내를 작가님 특유의 눙치는 말로 풀어냈지만 소외된 이들에게 마음 곁을 기꺼이 내어주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보기 드물게 반짝이는 눈물처럼 소중한 사람의 손길이기에 낮은 곳의 인문학<가난할 권리> 이야기들이 따스한 동화처럼 다가오는 것일까.


말로 꺼낼 수 없는 내면의 슬픔과, 고통받는 사회로부터 마음의 문을 닫은 사람들과의 소통은 쉽지 않다. 학교에 부적응하고 힘을 얻지못하는 학생들과 문제있는 아이들을 모아놓은 곳에서 강의를 하면서 겪은 이야기, 사회에 부적응하고 마음을 닫은 아이들을 다독인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기에 더욱 어렵다.

버텼다.버티고 버텨야만했다. 집나간 아이가집으로 돌아오길 기다리는 부모의 심정으로, 한껏 싸우고 토라진 아이들이 마음 돌릴 때까지 참아주는 삼촌의 마음으로, 마음 터놓을 수 있는 친구의 마음으로_<가난할 권리> 중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는 나만 아프고 힘든게 아니었다는 안도감이 위로가 되기도하고 상처를 쉽게 꺼내지 못하고 두려운 사람들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들어주는 귀가 되어주는 것 또한 인문학의 실천이었다


5~6년전 북수원 도서관 인문학 강의에서 최준영 작가님을 처음 만났다. 드러내고 힘들다고 말할 수 없는 처지에 홀로 딸아이를 키우면서 버텨낼 힘이 바닥을 치고 있을 즈음, 작가님의 강의를 통해 내가 접해보지 못한 책에서 나오는 방대한 지식의 향연이 나를 사로 잡았다.
도서관 밴드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 댓글로 첨삭해 주시면서 인연이 시작되어 <책고집>을 설립하는 일에 동참하게 된 것은 나를 지금까지 단단하게 성장시킨 키워드이다


[책고집]은 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 작가님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수원 북문 행궁동에 만든 작은 도서관이자 인문공동체로서, 나에게는 인문학의 둥지와 같은 곳이다
언제나 그 곳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분이 최고집, 바로 최준영 작가님이다.

많은 작가들을 만나 경험하지 못한 삶의 여정을 함께 했고, 은유작가의 첫 강의를 듣고나서 글쓰기를 위한 꿈을 위한 도전으로 곧바로 블로그를 개설했으니, 책고집 최고집 최준영 작가님에게 조금은 인문학의 빚을 진 사람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누구나 어릴 때 잠시나마 간직했던 소중한 꿈이 있다. 사느라 바빠서 펼쳐보지 못한 꿈, '사랑한다'는 고백을 꺼내놓고 기뻐하는 사람들,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던 사람들, 글을 마주하고 인문학을 들으면서 자신의 삶을 마주하는 일은 두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가난하기에 찾아내야 할 것들, 잃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스며들게 하는 것은 한결같이 변함없는 진심이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 아파본 사람, 울어본 사람, 삶의 바닥에서 무너진 사람, 그들과 함께 견져 올리는 행복과 희망의 소리를 듣고 나누는 글이 빼곡하게 살아있다.
결핍이 쏘아올린 기적의 인문학이 <가난할 권리>가 아닐까.


"세상에는 욕망할 권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살아가야 할 권리가 있다. 가난할 권리다"_ <가난할 권리>중에서


밥을 지어도 뜸이 들어야 깊은 맛을 낸다.
최준영 작가<가난할 권리>에서 읽었듯이 밥은 이미 차고 넘치도록 지었다.
오랜 시간만큼 뜸도 충분히 들였다
이제 맛나게 뜸 들인 밥으로 사람이 고픈이들의 배를 채우고 마음의 허기와 생각을 풍성하게 채워질 일만 남았다.


공부하는 노동자, 최준영 작가는 고집있게 지켜온 인문학 강의를 통해 세번째 꿈을 이루고 싶어한다
교도소 대학 설립이 그가 이루고 싶은 또 하나의 희망이다.

최준영 작가님의 결핍이 쏘아올린 기적의 인문학, 사람의 손을 잡는 연대가 점차 거리를 지나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길까지 번져나가기를 응원한다.


"노동이 곧 공부이고, 공부가 다시 노동이 되는 삶, 지나온 나의 삶이 그러했고 앞으로의 삶 또한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_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가난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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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안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정지아 외 지음, 문실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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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교육에서 여러가지 테마소설 시리즈를 내놓고 있는 중이다, 우정을 테마로 한 단편 소설 7편을 엮은 <함께 걷는 소설> 백수린, 이유리, 강석희, 김지연, 천선란, 김사과, 김혜진 작가 7인이 들려주는 우정과 친구에 대한 이야기다.
단편 소설을 읽는 동안 내가 지나온 학창시절과 친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친구의 범주를 '나이가 비슷하거나 동갑인 사람'으로 좁게 보는 경우가 있지만,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우정을 엽소하게 생각하게 된다.

<함께 걷는 소설>속의 작품에서 청소년들의 고민과 방황, 추억과 친구, 인종차별적인 환경에서 연대와 성장, 친구를 향한 그리움, 함께 일하는 사람들 간의 동료애 등 다양한 우정을 그려내고 있다.

**백수린<고요한 사건>

서울의 소금고개라는 곳으로 이사온 날들의 기억을 더듬으며 친구 해지와 무호와 이야기를 나즈막히 들려준다.
재개발이 되면 아파트가 들어서고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기 위해 무작정 판자촌 소금고개로 이사온 나의 가족들,
무더위보다 더 무서운 악취와 싸우면서 공부를 하는 나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 해지와의 학교생활,
그 외의 소소한 일상과 재개발을 찬성과 반대하는 어른들의 분쟁 속에서 길고양이들의 죽음을 보게된다.

어떤 이익이 오고 가는 현실과 가장의 결단에 따라야 하는 아이들의 고단함이 안스럽게 다가왔다
그런 현실을 견딜 수 있거나, 잠시나마 도피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가까운 친구와의 우정이다.
우리는 그렇게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또 누군가와 맺는 관계를 이어가면서 살아간다

소식이 끊어진 학창시절의 친구들이 보고싶고 궁금해지는 상큼한 우정테마소설이 미소짓게 만든다.


<함께 걷는 소설>이 우정을 테마로 한 소설이었다면 <끌어안는 소설>은 오늘을 살아가면서 각자의 온도로 서로를 끌어안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엮었다.

정지아, 손보미, 황정은, 김유담, 윤성희, 김강, 김애란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번에 읽을 수 있다. 각자의 시선에서 다양한 가족의 삶을 그려내며 서로를 끌어안는 마음을 전한다.

오늘날 가족이 내포하는 진실한 의미와 가족의 가치를 돌아볼 수 있는 소설이다

"당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사회가 급변하면서 가족의 모습 역시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가족이 그러하듯 저마다의 다른 이유로 고민하고 갈등하며 살아간다. 소설을 읽으면서 다양한 가족의 형태 속에서 희노애락과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고 드러나지 않는 인간의 본성도 깨닫게 된다. 가족의 갈등과 화해, 상실과 치유의 과정을 함께 나누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정지아<말의 온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 없는 집에서 허리안좋은 어머니가 걱정되어 큰오빠의 등쌀에 떠밀려 귀향을 하게 된 나는 어머니와 시간을 보낸다. 함께 밥을 해먹으면서 알게된 어머니의 식성은 내가 알던 엄마의 식성이 아니라 오로지 아버지의 입맛을 위한 식성이었음을 알게 된다.


_아버지가 가고 내가 모신 뒤로 속병이 사라진 걸 보면 식성에 맞지 않은 음식이 문제였다. 아버지 식성대로 맵고 짠 것만 먹고 살았으니 위장병을 달고 살 수 밖에.
잘해 먹여서 그런게 아니라 엄마 식성에 맞는 걸 먹어 그렇지. 엄마는 어떻게 아버지 입맛에 맞추고 살았어?

이혼한지 15년이 넘도록 아무도 모르게 쉬쉬하며 지내온 어머니의 속내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흉잡혀 구설수에 오르내릴 것을 염려한 모정이었다.


_재혼은 생각도 말그라. 애딸린 에미가 재혼은 무신! 새끼 팽개치고 남자 바꾸는 것이 워디 사램이다냐!
그리 야멸차게 굴었으면서 어머니는 내가 남자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자식 키우고 사는 게 안타깝고 안쓰러워 눈물로 날을 지새웠다.

아들은 아들로서, 딸은 딸로서의 인생을 살아가지만 엄마의 마음을 알아주는 자식은 달랐다. 딸인 내가 모르는 엄마가 젤 좋아하는 음식도 오빠는 알고 있었다.
어머니와 말을 하다가 목이 메이고 심장이 저려오는 대목에 공감이 되었다.




어머니도 우리의 엄마가 아니라, 외할머니의 귀한 딸로 살아가던 시절에는 마음껏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며 투정을 부렸을 것이다, 어머니가 딸이던 시절을 떠올리며 엄마와 나누는 따스한 말 속에서 봄을 맞는다.

꽃을 멀라고 나가서 볼 것이냐. 눈 앞에 젤로 이쁜 꽃이 있는디.
낼모레 환갑인 딸을 보며 어머니는 환하게 웃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모가 되어서야 부모님의 마음이 헤아려진다. 그렇게 늦게 철이 들어 정신차리면 곁에는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살아생전에 효도하라는 말이 그냥 있는 말이 아니듯 서로의 희생과 사랑으로 끌어안는 가족의 따사로움이 전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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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1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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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머릿 속을 들락거렸던 수많은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시절을 살아간 사람들의 삶과 사상을 오롯이 마주하며 자신을 면면히 이어가고 작품을 읽고 가슴이 요동친다.

현실인지 허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첨예한 정치적인 그의 필력은 우리 역사속에서 대립하고 은밀하게 거래하는 세계의 정보 전쟁과 핵무기 개발을 둘러싼 갈등과 음모를 실감나게 그려낸다.




김진명 작가의 30년 전 소설<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재출간했다. 읽는 재미와 깨닫는 기쁨을 함께 하는 베스트셀러 김진명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여전히 한반도의 정세와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적상황은 지금이나 그때나 변한 것이 없는 듯하면서도 급박하게 변했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와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없이 오히려 가상의 소설의 세계보다 더 예측하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이 책에서 굵직하게 던지고 있는 내용은 결국 평화로운 통일로 가기 위한 노력과 그 이후에 북한을 어떻게 할 것이냐하는 것이다. 또한 언제까지 미국의 등에 기대어 정치적인 세력을 보장받지 못하고 살것이며, 우리 민족만의 중요한 생각과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과 하나라는 사실을 잊고 불필요한 관계를 청산하고 우리만 잘 살고 싶은 이기적인 생각이 팽배해져 있는 세대이다. 오히려 통일이 되는 것을 꺼리고 세계 강국과의 충돌이나 외교적 불화를 두려워하는 안타까운 나라에 살고 있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처럼 작은 일에도 나라를 생각하며 내재된 통일에 대한 염원을 불태웠던 기억이 언제인지 가물거릴 정도로 잊혀지고 있는 실정이다.




순범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말할 수 없는 울분이 솟아 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런 천재가 우리 땅에서 외국의 앞잡이들 손에 목숨을 잃도록 수수방관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는 미약한 민족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 그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을 정도였다면 우리는 무엇을 하면서 살아오고 있었던 것인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아끼지 않았던 천재 물리학자 이용후 박사와 대통령의 긴밀한 핵발명에 관련한 흥미진진한 이야기. 거대한 음모와 배후에 포진한 검은 세력 뒤엔 강대국과 손을 잡은 국가 정보기관이 있었고 그 하수인의 죽음을 캐던 권순범 형사 주변의 이야기들이 지루할 틈없이 긴박함을 더해간다.

힘이 없는 민족이기에 속에서 솟아나는 울분을 참기만 했고, 평화를 원하는 민족이지만 분명히 죄를 지은 상대에게는 죗값을 당당히 치르라고 요구하지 못했다. 죄지은 자들은 용서를 구하고 그에 합당한 일을 하도록 했어야 마땅하다. 숨겨서 되는 일이 아니었고 같은 민족의 아픔을 함께 나눠야 하는 일이었다. 힘이 없이 당했던 것은 민족으로서도 개인으로서도 힘든 역사이다.

억울하고 힘든 일을 당했을 때 쉽게 용서를 했더니 다른 곳에서 불안감을 조성하고 다니는 일을 보았다. 쉽게 용서해주는 것이 착하고 평화로운 처사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미치자 후회가 일어났다. 좀 더 강하게 사과를 요구하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책장을 덮고 조국을 생각하는 애국자가 단숨에 될 수는 없었지만 30년 전에 쓰여진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의 치밀한 구성과 현실적인 외교 문제들이 속시원하게 풀리고 있었다.




역사는 재해석되기도 하고 후대에 의해 평가받게 된다. 이 소설은 오랜 시간 속에 가리워진 역사를 통째로 갖다놓은 것처럼 지금의 현실과도 동떨어지지 않아 현실감이 넘쳤다.

소설처럼 그대로만 현실에서 이루어졌다면 우리는 강대국이 떨만큼 강한 나라가 될 수 있었을까?
평화로운 통일로 가는 길에 북한이 좀 더 적극적인 수용을 하고 우리가 그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노력을 했을까?


지난 역사 속의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는 앞으로 나라의 흥망성쇠를 위해 육중한 책임감과 선명한 윤곽을 잡아나갔으면 좋겠다.

과연 누가 이것을 이루어야하는 것일까?

역량있고 능력있는 사람을 시기하고 무너뜨리는 역사를 반복하지 말고 함께 가는 나라가 되어 아름다운 무궁화 꽃을 피우고 가꾸는 민족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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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 파더스 클럽 - 육아일기를 가장한 아빠들의 성장일기
강혁진 외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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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많이 변하고 있음을 여러가지 경험을 통해 알아간다. 아이를 키울 때 당연히 엄마 몫이라고 생각했던 시절, 돌봄과 양육이라는 역할을 부여받은 초보 엄마들은 모두 지쳤다. 함께하는 부모가 늘어가눈 지금의 시대가 참 보기좋다.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함께 돌좀과 공동육아를 응원한다.

일요일마다 아이를 키우는 아빠들의 육아일기를 모아 엮은 에세이 <썬데이 파더스 클럽>은 아이를 키운 부모라면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담겨있다.


거의 대부분 엄마들이 담당했던 육아와 돌봄을 서툴지만 진심을 다해 하고 싶어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다는 육아공동체에서 출발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가들이 함께 가족을 이루어가는 모습을 통해 사랑스러운 가족을 만나게 된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가 없는 가족이 많아지고 있으면서 육아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

아이를 가져야할까?
누군가 물어본다면 이 책을 건네고 싶다는 김소영 책발전소 대표의 추천처럼 육아휴직을 하고 나선 다섯아빠의 고군분투 육아일기는 눈물나게 현실적이고 사랑스럽다

누구나 처음겪는 부모, 육아와 양육의 세계에서 아빠들의 육아일기는 아빠들의 성장일기가 되어간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이제 성년이 되어 아쉬운 것은 아이의 동영상이 사라진 것이다.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동영상을 꼭 찍어두라'는 글에서 공감을 했다. 아이의 사진도 소중하지만 생생한 목소리까지 기억할 수 있는 동영상이 가장 큰 보물이되는 것이다.
촬영하는 그 순간의 마음가지 담긴다면 가장 큰 선물이 된다.

나에게도 네 권의 육아일기가 있는데 정말 소중한 보물이다. 종종 딸아이가 내가 쓴 자기의 육아일기 책을 읽으며 미소지을 때처럼 나역시 무척 흐뭇하다


가족에 대해 생각할 때 사람이라는 글자가 둥글어지면 사랑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네모의 뾰족한 모서리가 동그랗게 마모되기까지 싸우고 화내고 울고 체념하는 고단한 마음을 상상한다. 그 시간을 생각하면 울퉁불퉁 못생긴 사랑의 동그라미를 귀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육아일기를 쓴다고 해서 가족이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차라리 글을 쓰는 시간에 아이와 더 놀아주는 것이 생활에 보탬일 수 있다. 지금은 아니라도 시간이 흘러서 일기를 적어내던 엄마 아빠의 마음을 상상하는 아이를 떠올린다면 행복이 솟아날 것이다

매일 새로운 아이의 시간을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엄마 그리고 썬데이파더스 클럽이라니 생각만해도 힘이 솟을 것 같다.
아빠들을 응원한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우리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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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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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소설과 다르게 구분된 청소년소설이나 성장소설의 시작은 가볍지만 읽을수록 깊이 빠져 문제의식에 스며든다. <꼬리와 파도> 역시 다르지 않았다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면서 읽게 된 열다섯, 열여섯의 학창시절, 친구들과 학교선생님들, 그리고 믿었던 주변 사람들에게 받게되는 상처들
어리고 약하기 때문에 당당하게 말할 곳이 없고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는 학생이지만, 철저히 혼자이기에 견딜 수 없는 상처때문에 숨죽이며 아파해야 하는 시간들이 주어진다.
피해자는 더 고통스럽고 가해자는 당당해지는 사회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누구든 듣고 싶던 말, 하고 싶던 말, 만나고 싶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조용히 들려오는 소설이다.
우리가 지켜주어야 하고 기다려주어야 할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긴 아이들의 성장이 봄날의 벚꽃처럼 아름답다.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아이들은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말하고 위로받을 곳이 없어서 방황한다. 안전하게 보호해 주어야 할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과연 얼마나 안전한 사람들이었을까?


소설 속의 무경과 지선, 현정과 미란, 예찬과 종률, 서연이의 사연들이 엮어져 생생한 소설
그들 곁에서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고 진심으로 귀기울여 주는 어른들이 있었고, 함께 나누는 친구들이 있었다.

누구나 겪는 청소년기에 생각은 했지만 말하지 못했던 말,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지 못한 채 일방적인 교육, 일관된 행정절차에 어떤 정의는 무시받던 시절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의 학교는, 지금의 사회는, 지금의 어른들은 얼마나 성숙해졌을까?


힘든 싸움을 견디는 사람들의 아픔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지만, 곁을 지키는 사람들과 친구들의 사랑때문에 살아갈 힘을 얻는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지만, 누군가의 목소리 덕분에 사회는 아주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친구의 아픔을 자신의 탓으로 여겨 자유롭지 못했던 무경이에게 전해진 지선의 편지는 약자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지선은 자신의 방식대로 일어서고 있었다. 그렇다면 무경이 자신도 스스로를 사랑하고 이겨내야 한다.

열다섯, 열여섯의 나이에 느끼는 삶의 무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기억이기도 하다. 어른의 힘과 압력에 의해 휩쓸려가는 시간에 자신의 목소리를 힘껏 내면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되는 사회적 약자의 모습이다.
그런 그들의 곁에 서로가 힘이 되어 용기를 내는 아이들의 모습에 힘을 실어주었다.


읽으면서 응원을 하게 되고,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하며 함께 분노하는 시점도 생겼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관행들, 없어져야 할 사회의 어두운 뿌리들을 뽑기 위한 노력들 덕분에 많은 것을 바꾸진 못했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건 아니었다


소설 속의 이야기는 그냥 없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주변 사람들을 지나갔던 수많은 물리적 정신적인 폭력의 시간이 쌓였다.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했을까
왜 그런 구타를 당해야 했을까
왜 그런 모욕을 겪어야 했을까

잘못은 우리에게 있지 않기에 떳떳해야 하지만 그렇게 살도록 사회는 두지 않는다. 피해자를 색출하고 샅샅이 공개되어 오해려 피해자를 더욱 피폐하게 만들고 조용해진다. 그 이후에 남겨진 피해자들은 더욱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가해자들에게 내려진 처벌은 너무도 미약할 뿐이다.

우리가 알면 알수록, 목소리를 내어 힘을 보탤수록 음지에 숨은 사람들이 용기를 낼 수 있다
작은 물결이 파도가 되어 세상의 상처를 덮어줄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다는 것, 희망을 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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