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주스의 비밀 - 신선함이 조작된
앨리사 해밀턴 지음, 신승미 옮김 / 거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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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주스의 비밀

- 몸에 좋은 먹을 거리 라고 생각했던 오렌지 주스의 실체  -

 

   사람이 살아가면서  기본이 되는 의식주에 관한 것은 언제나  관심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음식이 의식주 중에서도 직접 몸 속으로  영양분을  넣어주는 행위로  누구나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갈수록  여러가지  비밀들이 밝혀지고 있고,  수시로 터지는  먹지 못할 음식들에 대한 정보들을 만날 때마다,  정말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된다.  과거에 비해 음식은 넘쳐 나고 그로 인한 영양과잉으로  비만이나 새로운 질병등이  늘어가고 있지만,  정말  제대로  먹고 사는 일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슬로우 푸드라는 것에 서 의미를 찾고,  유기농 먹을 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돈을 주고라도  좋은 음식을 찾고자  노력하지만,  아직도 너무도 많은 음식들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고,  그 위협 속에는 음식이 산업적으로 발전하면  할수록 이윤을 추구하는  구조로 인한 더 많은  생산과  이익을 위해  숨은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  책을 처음 접하면서 표지에  주사기 바늘로 무언가를 주입하는 오렌지의 심상치 않은 색과  '신선함을 조작한 오렌지 주스의 비밀'이라는  제목이  충격적이었다. 

 

    매스컴을 통해 음식물에 대한  논란을 수시로 겪어 오고 있지만,  그나마  오렌지 주스에 대해서는  나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패스트푸드 점에 들러서도  그나마  음료수만은  오렌지주스를 골라주기도 하고,  되도록  탄산음료보다  과일주스를 구입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곤 했다.  그렇게 몸에 좋을거라 생각했고,  그저  오렌지를 짜내서  달콤함을 위해  과당등을 첨가하는 것이 다라고 생각했던 오렌지주스였다.   가격을 조금 더 주더라도  되도록 무가당 오렌지 주스를 구입하려고  했기에  오렌지주스에 대한 나름의 신뢰가 있었다.

 

   식품연구원인  저자의  폭로와 같은 내용의 책을 읽으면서  오렌지주스에 숨은 이런 저런 사실들 앞에서  다시  고민이 앞선다.  그저  과일을 짜서  먹기 편하도록  만들었을 거라는  시판 과일주스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산업화된 오렌지의 생산과정부터  신선함을 위해  갓 짜낸 오렌지주스의 맛을 위해 과학자가 동원되어야 하는 이유, 이윤을 쫓는  식품회사들의  판매전략 등을  알 수 있었다.  선키스트, 미닛메이드 등  많은 제품들은  이미 쉽게 우리나라의  마트 등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고, 나 역시도 늘  구입하곤 하던  것이다.   하지만  책은 오렌지주스의 비밀을 통해 우리가  선택하는 많은 식품들의 숨은 비밀들을 함께 의미하고 있다. 

 

  주부이면서  가족들에게 늘  먹을 거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모든 것 만족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늘 몸에 좋을거라 생각하고 특히 아이들에게 더 신경써서  챙겨 먹이던 오렌지주스의 이런 저런 비밀들을 알아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정말 더 부지런하게 되도록  만들어 먹도록 노력하겠지만,  기본적인  식 재료 역시  유전자조작, 저장과정,  약품사용등  끝도 없이 새롭게 비밀들이 밝혀지고 있는 현실에서  어떤 것이 정말 좋은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먹는 것 대해  모든 사람들이 다시  한 번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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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이 품은 한국사 두 번째 이야기 지명이 품은 한국사 2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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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이 품은 한국사

-  익숙했던 지명에 담긴 수많은 역사를 만났다- 

 

 

   예전에는  별 의미를 갖지 않고 지냈던 모든 것들에  대해   점점 더 소중함을 느끼고,  애정이 생기는 것은  세월에 따라 한 살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더 깊어지는 이유일 것이다.  즉흥적이고  단순명료한 것들이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면 지금은  오래 묵은  것들에서  더 진지한 삶의 모습과 애환등을 발견한다.  사는 곳도  이제  편리해서  좋아했던 아파트보다  한옥이나  주택의 푸근함이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더 가치있음을 알아가고 있다.  사는 곳, 먹는 것,  입는 것은 물론  소설이나 에세이를 즐기던 내가 지금은  역사나 오래 전  고전문학작품이 주는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읽은 '지명이 품은 한국사' 역시 너무 흥미로운  내용이어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책을 읽었다. 

 

   우리네 모두에게 이름이 있듯이, 우리가 사는  땅에도 모두 이름이 있고, 우리는  모두 그 중 어느 곳인가 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기 이전부터 벌써 오랜 세월 그 곳에서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지명 또한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함께 해왔음을 책을 읽으면서  실감할 수 있었다.  책은 제일 먼저 '지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지명의 개념부터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지명은  조상이 과거 문화 발달의 자취를 잘 남겨 놓은 귀중한 역사적 문화유산'이라고 말한다.  지명 속에는  그 지방의 삶의 모든 것이 담겨 있기에  과거의 모든 것을 담은  유물이며,  그 속에 무한히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학창시절에는 딱딱하고  암기양도  많아서 유독 싫어했던 역사공부가 갈수록 재미있어지고,  지금은  역사와 관련된 책이나   드라마 등을 통해  역사를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지  실감하고 있다.  하나씩  떨어져 있었던 의미들이  구슬이 엮이듯이  하나씩 연결되면서  서서히 역사의 모습이 윤곽이 잡혀가는 재미는 정말 좋다.  그런 의미에서  제 2부  '지명이 품은 한국사' 를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특히  내가 오랜 시간 살아왔던  고장의 지명의 의미를  알아가는 일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나의 경우는  어린 시절부터  몇 십 년을 살아온  경기도 인천 지역의 지명 유래에 관한 부분이었다.

 

   인천의 지명 유래 중에  강화군 살창리  '두 창이 한스런 죽임을 당한 곳'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억울했을 그들의 죽음과 함께, 한 번쯤 짬이 나면  책과 함께 꼭  찾고 싶어졌다.  저자가 지명의 역사를 따라 가는 여정은  모두 한 발씩  직접 찾아 나서서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만들어진다.  '살창리' 역시  기행 중에 우연히 만난  노파에 의해  '살챙이'라는 지방 사투리로 남아있는 것을 어렵사리  발견한 것으로  그 속에 담긴 역사이야기에도 많은  인물들과  사진등이 소개된다. 

 

   아이들과 함께 다녀왔던  강화군 전등사에 얽힌  역사는 다시 한 번  더  깊이있는  여행을 계획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고,  특히  대웅전 추녀에 나신상 이야기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찾아 보는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전등사에 대해  그저 대충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들을  책을 통해 더  자세하게 알아가면서  그 의미 또한 새로웠다.  책은 서울, 인천, 수원, 성남, 고양등 경기도 일대와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에 이르는  우리나라 곳곳의 지명에   얽힌  유래와  역사를 함께 담고 있다.  단순하게 생각했던  지명에 대해  더  싶은 의미를 알아가면서  우리의  역사를 다시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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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인생
지현곤 지음 / 생각의나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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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인생

-  그가 그린 한 장의 카툰에 담긴 인생이야기  -

 

함부로 남을 불행한 사람으로 만들지 말것.

전혀 불행하지 않았던 그를 불행한 존재로 못박아버리는 건 너무 잔인하니까.

-본문 155쪽-

 

    사실 난  책을  만나기 전까지 그의 작품도 처음이었고, 그의 이름 또한 한 번도 듣지 못했다.  그러다가 만난 이 책은   정말 감동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척추결핵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그는  마산에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작은 문구점을 하는  누나네서 산다.  팔을 뻗으면 닿을정도로 작은 골방이 그의 작업실이자  그와 함께 40년  모든  순간을  함께 하는  공간이다.  책은 그의 잔잔한 일상과 함께  그동안 그가 그렸던 여러가지  작품들을 담고 있다. 

 

   카툰이라는 세계.  정말 만화와 회화의 중간쯤이라는 그의 말처럼 한 장 한 장 그의 작품에는  무수한 얘기와 함께,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볼 작품이 아닌 정말  그의  작품에 대한  노력이  한 장의 카툰 작품에  모두 담겨 있다.   2년전  뉴욕에서 그의 전시회가 열렸고  전시기간동안  전시회에  내놓은 모든 작품이 팔리는 기록을 세웠으며,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도 그의 작품이  실렸다고 하니  정말  내가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로  세상 밖으로 나가는 일도 그리 쉽지 않고,  매일을 작은 공간 속에서 좋아하는 달을 실컷 볼 수 있는 높은 곳으로  이사 가고 싶은 꿈을 안고 있는 그.  하지만 그는  '이미 불행한 사람은 없다'라고 말한다.  함부로  잘못된 눈 높이 가지고  누군가는 불행한 사람이라고 만들지 말라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나 역시도  많이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다. 감히  누가 누구에게 불행하다, 아니다 말할 수 있겠는가.

 

   한 번도 제대로  미술을 교육받지 못했고,  정규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그의  작품 속에는  세상을 보는  냉정한  눈이 담겨있다.  그저 서로  총부리를 겨루고 매일을 경쟁하듯 전쟁중인  우리 모두에게  삶에 대한 많은  메세지를 던진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나를 반성하게 되고,  지금의 우리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대부분 그의 작품들은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희망이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따뜻하다.

 

  두고 두고 마음 다스림이 필요할 때 그의  그림들을 담은 이 책이 위안이 되고, 힘을 줄 것만 같다.  그의 바람대로  이제 정말  어디서든지  좋아하는 달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곳으로  이사할 수 있기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날을 맞을 수 있기를,  이제 더 이상 눈이 나빠지지 않고  더  근사한 작품으로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삶이 힘이든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이  '달달한 인생'을 권하고 싶어진다.  나 역시도  내 인생을 달달 하게 할 무언가를  찾고 싶다.

 

    드라마 속에서나 볼 법한 그런 극적인 인생이 아닐지라도,

내 나름으로 내 인생의 기승전결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살아가 보는 거다. 

 내가 언제 계획하여 오늘날까지 살아왔던가. 

- 본문 249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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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자수와 아플리케
오오츠카 아야코 지음, 고정아 옮김 / 진선아트북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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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자수와 아플리케

- 따라하는 재미가 너무 좋은  수놓기 -  

 

    손으로  만드는  것들은 거의 다 해봤을 만큼  만들기에 관심이 많아  참 여러가지를 두루 배웠다.  바느질 역시  딸아이를 키우면서 퀼트를 시작으로   홈패션 학원도 다니고 재봉틀도 구입해   수시로 활용하고 있고,  이제 제법   집안 구석 구석  내가 만든  작품들이 쌓여가고 있다.   요즘은  홈패션이나 퀼트와 관련된 책을  따라 이것 저것 만들기를 즐기는데, 갈수록  가족들 이니셜이나 예쁘게 수를 놓은  나만의 작품들이 많은 편이었다.  바느질이나 퀼트등은  하나 하나  따로  학원을  다니면서  배웠기 때문에 자신이 있는데  가장  아쉬운  부분이  늘  자수 부분이어서  한 권쯤  자수와 관련된 책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곤 했다가 이 번에 딱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났다. 

 

    사실  너무 복잡하면 따라하기도 힘들고,  책이 있어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건 아닐까 살짝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책을 보는 순간 걱정했던 부분이   모두 해소될 만큼 아주 단순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표지의  '10가지 기본 스티치로 완성하는 150가지 실물 도안 수록'이라는 말처럼 정말  쉬운  자수를  가지고  다양한  본을  따라할 수 있어   특별히 자수를  따로 배울 필요가 없이 누구나 따라할 만한  수준이다. 

 

   그동안 아이 가방이나 앞치마,  그리고 지갑등  여러가지를  만들었는데  책을 보고   도안을 따라  여기저기  자수를 놓고 싶은 마음이 마구 든다.  아직  자수실을 구입하지 못해서  마음만 앞서고 있지만,  짬이 나는대로  실만 구입하면  정말  따라해 보고 싶은  도안들이 너무 많다.  나처럼 자수에 아무 지식이 없는 초보자도 충분히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자수의 기본 도구부터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는데,  특히  첫 부분에 나오는 '자수의 순서를 기억하자' 부분이  있어 아주 유용했다.

 

  책의 순서는  우선  한, 두 가지씩 기본적인 스티치 배우기 단계가 나오고, 그  스티치를 이용해서  활용할 수 있는  자수의 도안과 함께 바로  작품으로 따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의 내용을 다  파악할 필요 없이  자수 중 한 가지 스티치만  익히더라도 바로 그 한가지 방법으로   완성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형식이라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든다.  또한  요즘   여러 곳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 아플리케를 함께 다루고 있어  여러가지로   자수뿐 아니라  아플리케 작품도 함께 만들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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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록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3
혜경궁 홍씨 지음, 정병설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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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록

-  다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역사를 만났다  -

 

    <한중록>은  학창시절에  스치듯 배운 정도가 전부여서  그저 사도세자의  부인이자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산문집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다.  제대로 책을 읽은 적도 없어서  언젠가 한 번은 읽어보리라 결심을 하곤 했는데,  드디어  이 번에  문학동네에서  '한국고전문학전집'으로 나온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소감은 한마디로 너무  정성이 들어간 잘 만들어진 책이라는  생각이다.   예전부터 도서관에 들러 한중록을 빌려 읽어 볼 생각에  이것 저것  살펴본 적이 있었는데,  어린이 용으로 나온 한중록과  전문가가 아니면  보기 힘들만큼 원문으로 쓰여진 책을  접하고  읽기를 포기했었다. 

 

     책은 1부 '내 남편 사도세자' , 2부 '나의 일생' , 3부 '친정을 위한 변명' 으로 이루어진  3가지 내용을 담고 있는데,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제  1부  내 남편 사도세자> 였다.  사도세자의  아버지 영조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세계 역사에  유례가 없는 아버지가  아들을  뒤주에 가두어  서서히 죽어가게 했던  사건까지  사도세자의 일생 모두를 담고 있다.  글을 쓰면서  자신의 입장에서 남편에게 닥친 일들에 대해  사건이 생길 수 밖에 없었던 전, 후 모든  의문들을  되도록 사실 그대로 써내고 있다.  때로는 담담하면서 따뜻하기도 하고,  때로는  피눈물을 흘려야 했던 아픔의 나날들까지  혜경궁 홍씨는 깊은 내면의  마음으로  처절하게  기록해냈다. 

 

   비록 남편이기는 하지만  광증이 깊어 주변 사람들을  죽이곤 하는  상황에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던  혜경궁은 때로는 남편의  극한 행동들을 보면서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그러니  솔직히  남편이  잠시  다른 곳으로  가는 것조차 다행스러웠다는 마음을  헤아리고 남을 듯하다.


'하늘 같은 남편이  아무리 중하다 해도, 나 역시 목숨이 언제 마칠지 모르니 너무도 망극하고 두려워서, 한마음으로 오로지 경모궁 뵙지 않기만을 원하였으니, 경모궁께서 온양 거둥하신 사이라도 뵙지 않음을 다행히 여기더라.' -  본문 97쪽 -


   결국  사도세자의 광증은 자신을 낳은 어머니  '선희궁'조차 남편인 영조에게  결단을 내려 처분을 해 달라 청한다. 

 "동궁의  병이 깊어 바랄 것이 없으니, 소인이 차마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이 정리에 못 할 일이나, 옥체를 보호하고 세손건져 종사를 편안히 하는 일이 옳사오니, 대처분을 하소서' 하시니라. 또

"설사 그리하신다 해도 부자의  정이 있고 병으로 그리된 것이니  병을 어찌  꾸짖으리이까. 처분은 하시나 은혜를 끼치시고 세손 모자를 평안하게 하소서." 하시니, 내 차마 그 아내로 이 일을 옳다고는 못 하나 어쩔 수 없는 일이라.  - 본문 126 쪽 -

   아!  읽는 동안  선희궁혜경궁, 사도세자(경모궁)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아도 정말이지 너무도 기막힐 노릇이었다.   사도세자는  "내 죽으려는가  보다.  그 어인  일인고."  하면서 마지막  죽음을 예견했고,  어머니는  아들을  처분해 달라 남편인 임금에게 청하고,  아내인 혜경궁  그 처분을  어쩌지 못하고,  아버지 영조는  아들을  뒤주에 넣어 죽음에 이르게  했다.  아내인 혜경궁의  기록 어느 부분도  가슴이 저리지 않은 부분이 없으니, 평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번뇌로 살아야 했을까 싶다. 

 

    벼르다가 읽게 된 한중록.  500여쪽에 달하는  다소 양이 많다 싶은  책이었지만,  정말 며칠동안 빠져들어서 책을  읽었다.  그동안 어려울거라 생각해서 지레 포기했던 한중록이었지만, 이 책은  지금 시대에 맞도록  글을  쉽게 풀어 써서  어렵다는 생각없이  편안하게 매끄럽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또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모두 40편에 이르는 < 한중록 깊이읽기 > 부분이었다.   한중록이  대중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 아니라  그저 혜경궁 홍씨가 노년에  기억을 더듬어  기록한 자신의 삶을 담은 책인 만큼  앞, 뒤  역사를  모르는 상태에서  읽다 보면  어떤 부분에서는 역사적인 지식이 부족해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조금 더  알고 싶다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바로  다음 쪽에 따로  '한중록 깊이 읽기' 에서 앞, 뒤 상황과 역사적인 배경지식등을  설명하고 있어서  더욱 쉽고 흥미롭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꼭 가려운 곳을 때 맞춰서 긁어주는 기분이었다.

 

   책에서는  뒤주를 누가 생각해 냈는가? 누가 뒤주를 가져오게 했는가? 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분분하다.  결국  세손이었던 아들인  '정조'가 임금이 되고,  다시 사도세자의 손자가 순조가 되니  혜경궁은  자신의  할아버지 일의 전, 후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을 손자를 위해 글을  남길 생각을 했던 것이다. 

 

'내 백발 노년에 이를 능히 써내니, 목숨의 끈질김이 어이 이러하리오.  

하늘을 불러 눈물 흘리며 운명을 한탄할 뿐이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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