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놓아버려라
한장쉐 지음, 고예지 옮김 / 오늘의책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다 놓아버려라

 

    우연히 교육방송을 보다가  고전에 대한 강의를 듣게 되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예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생각에 고전 읽기를 한 권씩 시도해보리라 생각했다.   마흔이라는 나이가 사람을 조금은 철들게 하는 나이인지,  혹은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그나마 인생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건지,  조금씩  나를 돌아보곤 하던 시기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집 근처 도서관에서 [고전이해하기]라는 강좌가 있어  '논어 읽기'를  신청해 12주간 일주일에 하루, 하루 두 시간씩 수업을 들을 기회를 갖게 되었다.  사실 예전에 몇 번 고전 읽기를 해보려고 시도해 보기도 했지만,  그 속에 담긴 진리를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수업을  해주셨던 선생님은 따로 고전 강좌를  개인 학원을 운영해서 진행도 하시고 여러 곳에 강의도 많이 나가시는 분이셨는데,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논어]에 대해  잘 풀어주시면서  다가가기 쉬운 강의를 해주셨다.

 

   이후  짬을 내서 도서관에 드나들며 이런 저런 고전읽기를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그 중 유독 어렵다고 생각되었던  것이 [장자]였다.   물론 다른 책의 내용도 내 짧은 지식으로 그 깊은 의미를 모두 담을 수 없었지만,  장자가 말하는 '무위'라는 것이 어렵고도 어려웠다.  한번쯤 조금 쉬우면서  장자에 담긴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만나고 싶었다.   그러다가 이 번에  [다 놓아버려라]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고, 제목인 '다 놓아버려라' 라는 큰 글씨보다,  표지의 '현실에서 자유로워지는 [장자] 최고의 지혜'라는  작은 글씨에 더 눈길이   갔다. 

 

  가끔 다른 책을 읽다가도 장자의 사상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도대체 그가 말하는 '무위' 나 '자유' 라는 것의 참 의미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한 장씩 책장을 넘기면서 장자의 여러 편에 담긴 내용과  함께 그 내용 속에 담긴 의미를  알아가면서  정말 제목이 왜 '다 놓아버려라'라고 했는지  깊이 와 닿았다.   장자 외편 [마제편]의 내용으로 시작하는 본문은  '진흙 속에  살더라도 자유로운 삶을 택하리라'라는 제목이다.  천리마의 능력과 말의 진가를 알아본  '백락' .   그는 스스로 말을 감정하는 일에 뛰어난 사람이라고 말한다.   '백락'이라는 사람에 의해  명마로  발탁된 말은  이전과 달리 사람들에게  지금과는 다른 대접을 받는다.  명마를 홀대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말굽에 편자를 달기도 하고,  달군 인두로 소유를 표시하고,  재갈을 물려  마구간에 묶어둔다.  말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일까? 말은 푸른 초원을 마음껏 달리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하지만  백락에게 명마라고 선택되는 순간부터 말은 더 이상 즐겁거나 행복하지 않다.

 

  장자가 말하는 자유란 말이  누군가에게 귀하게 대접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본성대로 마음껏 달리는 것이다. 그것이 말에게는 가장 행복한 일이다.  저자는  백락의 천리마를 예로 들면서,  장자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지혜를  여러가지 예를 들어가며  알려준다.  '어쩌면 우리는 살면서 각양각색의 백락에게 둘러싸이거나  마주칠 수 있고,  혹은 자신이 누군가의 백락이 될지도 모른다' 것이다.  나는 지금 진정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내가 바라는 삶은 무엇인지?  늘 우리는 쫓기면서 매일의 일상을 당연한 듯이 살아간다.  갈수록  어디서부터인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장자가 말하는 진정한 자유는 내가 진정 원하는 삶,  가치있는 삶에 대해 말하고 있다.  머물지 말고 나를 그냥 두지 말고, 그것에서 벗어나 새로워지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원숭이에게 도토리를 나누어주는 '조삼모사'에 대한 내용도  [장자]의  '제물론편'에서 나왔음을  알게 되었고,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의미와는 많이 다른 해석을  배우고 이해할 수 있었다.   장자는 아내의 죽음이나 자신의 죽음 앞에서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 우리 현대인들에게  장자가 말하는 놓아버리라는 의미가  이토록 깊게  공감이  간다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고,  느끼면서 새롭게 고전에 대한 지혜를  알아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감정, 삶, 죽음은 본래 모두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들이다.  깊이 사랑한다면 그 열렬한 사랑의 감정을 즐기면 되고,  ... 생로병사나 만남과 헤어짐, 이런 일들을 자연현상처럼  대해 보라. 감정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는다면,  이 모든 일이 즐겁지 않을까.'  ( 본문 184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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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자집 2012-05-26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