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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인생
지현곤 지음 / 생각의나무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달달한 인생
- 그가 그린 한 장의 카툰에 담긴 인생이야기 -
함부로 남을 불행한 사람으로 만들지 말것.
전혀 불행하지 않았던 그를 불행한 존재로 못박아버리는 건 너무 잔인하니까.
-본문 155쪽-
사실 난 책을 만나기 전까지 그의 작품도 처음이었고, 그의 이름 또한 한 번도 듣지 못했다. 그러다가 만난 이 책은 정말 감동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척추결핵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그는 마산에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작은 문구점을 하는 누나네서 산다. 팔을 뻗으면 닿을정도로 작은 골방이 그의 작업실이자 그와 함께 40년 모든 순간을 함께 하는 공간이다. 책은 그의 잔잔한 일상과 함께 그동안 그가 그렸던 여러가지 작품들을 담고 있다.
카툰이라는 세계. 정말 만화와 회화의 중간쯤이라는 그의 말처럼 한 장 한 장 그의 작품에는 무수한 얘기와 함께,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볼 작품이 아닌 정말 그의 작품에 대한 노력이 한 장의 카툰 작품에 모두 담겨 있다. 2년전 뉴욕에서 그의 전시회가 열렸고 전시기간동안 전시회에 내놓은 모든 작품이 팔리는 기록을 세웠으며,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도 그의 작품이 실렸다고 하니 정말 내가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로 세상 밖으로 나가는 일도 그리 쉽지 않고, 매일을 작은 공간 속에서 좋아하는 달을 실컷 볼 수 있는 높은 곳으로 이사 가고 싶은 꿈을 안고 있는 그. 하지만 그는 '이미 불행한 사람은 없다'라고 말한다. 함부로 잘못된 눈 높이를 가지고 누군가는 불행한 사람이라고 만들지 말라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나 역시도 많이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다. 감히 누가 누구에게 불행하다, 아니다 말할 수 있겠는가.
한 번도 제대로 미술을 교육받지 못했고, 정규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그의 작품 속에는 세상을 보는 냉정한 눈이 담겨있다. 그저 서로 총부리를 겨루고 매일을 경쟁하듯 전쟁중인 우리 모두에게 삶에 대한 많은 메세지를 던진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나를 반성하게 되고, 지금의 우리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대부분 그의 작품들은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희망이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따뜻하다.
두고 두고 마음 다스림이 필요할 때 그의 그림들을 담은 이 책이 위안이 되고, 힘을 줄 것만 같다. 그의 바람대로 이제 정말 어디서든지 좋아하는 달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곳으로 이사할 수 있기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날을 맞을 수 있기를, 이제 더 이상 눈이 나빠지지 않고 더 근사한 작품으로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삶이 힘이든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이 '달달한 인생'을 권하고 싶어진다. 나 역시도 내 인생을 달달 하게 할 무언가를 찾고 싶다.
드라마 속에서나 볼 법한 그런 극적인 인생이 아닐지라도,
내 나름으로 내 인생의 기승전결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살아가 보는 거다.
내가 언제 계획하여 오늘날까지 살아왔던가.
- 본문 24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