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는 반드시 읽어야 할 작가이다. 그는 우리를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만들어 주는 예술가이다. ˝
- 수전 손택


˝체호프는 가장 위대한 단편소설 작가이다. ˝
- 레이먼드 카버


˝당신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읽고 나니 다른 사람의 작품은 모두 펜이 아닌 막대기로 쓴 것처럼 여겨집니다. ˝
-막심 고리끼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을 민음사에 이어 이번엔 열린책들의 선집으로 읽었는데 역시 체호프의 글은 담담한 듯 강렬했다. 몇몇 단편의 감상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니 이렇게 비슷한 내용이 되어버렸다.



하찮은 것 -

나에게 하찮은 것이 타인에게도 하찮을 리 없다.



쉿! -

현실의 볼륨을 아무리 줄인 들, 아무리 비장한 들, 좋은 글이 나올 리는 없다. 현실과 격리된 채 추구하는 그 무엇이 아닌, 주변의 하찮은 모든 것들이 삶의 진실이기 때문이다.



6호 병동 -

고통을 모르는, 고통을 경험하지 못 한 사람은 모든 것을 생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강박적으로 완고한 사람들은 자신의 완고함이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모른다. 생생한 감정을 만나면 생각 속으로 도피할 수 없다. 닿을 수 없는 이상이 아닌, 삶은 현실 속에 있기 때문에..



검은 수사 -

 

˝인생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그런 하찮거나 아주 평범한 이득을 위해 인생은 또 얼마나 많은 것을 강요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했다. 예를 들어, 나이 마흔이 다 되어 강좌를 얻기 위해, 평범한 교수가 되기 위해, 시들고 지루하고 따분한 언어로 평범한 그것도 남의 사상을 설명하기 위해, 한마디로 평범한 학자의 지위에 오르기 위해, 꼬브린은 15년을 연구해야 했고, 밤낮없이 공부해야 했고, 심각한 정신 질환을 앓아야 했고, 실패한 결혼 생활을 겪어야 했고, 기억하기도 싫은 온갖 어리석고 옳지 못한 행동을 저질러야 했다. 이제 꼬브린은 자기 자신이 아주 평범하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고 그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모습 그대로에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p162)



˝그런데 바다에서 가벼운 바람이 불어와 편지 조각들이 창턱에 흩어졌다. 다시 그에게 공포와 불안감이 엄습했고....., ˝ (p163)

 

 

 

소설 속 이상적인 삶은 한 번의 생각만으로도 긍정적이라 생각되는 방향으로 바뀌기도 하지만 체호프의 소설에선 이야기의 방향이 현실과 똑같이 흘러간다. 그렇게 마음먹기로 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게 실제의 삶이기 때문이다. 결국 현실과 괴리된 이상만을 추구했던 주인공은 자신과 주변의 실제 삶을 망가뜨린 채 이상 속에서 행복한 미치광이로 죽음을 맞이한다.



체호프가 소설에서 다루는 내용은 어려운 학문이나 철학적 이야기들이 아니다. 일상의 소박한 소재들로부터 삶의 정수를 파고들며 개개인의 삶과 정신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머릿속의 피상적 이야기가 아닌 현실의 진짜 이야기를 장황하지 않게, 정곡을 찌르는 단편의 미학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짧지만 강렬하고 깊다. 뜨끔하고, 슬프고, 허무하지만 상대적 진실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의 진실을 찾고 싶어진다. 빨리, 멀리는 못 가더라도 소박하게 한 걸음씩 움직이며 나의 모든 풍경을 바라보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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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8-13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편소설의 대가를 계보로 만든다면, ‘체호프-오 헨리-레이먼드 카버-앨리스 먼로’로 정하고 싶어요. 이야기가 어렵지 않아서 다시 읽고 싶게 만드는 작가들이에요.

물고기자리 2015-08-13 22:16   좋아요 0 | URL
오헨리 단편은 접해보질 않았는데 궁금하네요.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은 저도 좋아해요^^ 잔상이 꽤 오래가는 단편들이고 읽어도 읽어도 지겹지 않고요. 굳이 저도 순서를 꼽자면 앨리스 먼로보단 카버가 더 좋아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