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행복 불감증'의 시대를 살고 있다. 기대치가 커서 일수도 있고, 행복의 조건이
아무것도 없어서 일수도 있고, 비교하고 판단하는데 너무 익숙해져서 항상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일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는 행복해서 점점 멀어지고 있고 행복의 기운을 점점 잃어가는
현실과 마주한다. 이에 치유의 사제인 안셀름 그륀 신부는 '오늘을 최고로 행복하게 사는 법'을
우리에게 알려주며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감사와 기쁨,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만족'이라는 단어는 진솔한 대화의 문을 열어 주는 마법의 열쇠이다. 서로 만족한다면 굳이
과장하거나, 거짓말하거나, 숨기거나, 떠벌릴 필요 없이 그냥 자연스러운 모습이 된다. 여전히
아쉽고, 어렵고, 부족한 무언가가 있는데도 자신에게 만족하고 타인에게 만족하면 그것으로
끝이고 마음이 편해진다. 마음이 편해지면 몸도 긴장을 풀고 편안해진다. 이처럼 만족은 자신과
상대방 모두를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물론 이기적인 삶의 방식에서 생기는 '과도한 만족'이라는
불편한 현실도 존재한다. 이것은 '욕심'에서 기인하는데 욕심은 '죄'와 연관되어 자신과 타인의 삶을
불편하게 만든다.
독일어로 만족(zu-friedenheit)이라는 단어에 나오는 'zu'라는 접두사는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므로 만족은 '평화를 향해 움직인다'는 의미이다. 또한 'zu'는 '평온한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처럼 '만족'은 마음이 평화로운 상태 혹은 평온한 상태를 말한다. 이 말은
상대방에게 과도한 관심과 친절을 폭력처럼 퍼부으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한탄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단어이다. 정말로 상대방이 평안한 상태에 있기를 바란다면 귀찮게
하지말고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제일 큰 배려인데도 말이다.
'만족'은 충분함을 아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충분함을 안다는 것은 '적당히'를 알기에 적은 것에
만족하며 그 안에서 즐거움과 기쁨을 발견한다.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을 충분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이 행복이다. 아쉬운것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 잡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남과 비교하는데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원인인데 이는 모두 현재의 자신이 부족하다는 두려움과 연관이 있다. 비교는 행복의
끝이자 불행의 시작이라는 키르케고르의 말처럼 비교는 우리의 평정심을 무너뜨리고 행복을
짓밟는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행복이 있고 만족이 있는데 이것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자신이 가진
행복과 만족마저도 망가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욕심을 부리고 '조금 더, 조금 더'하다 배가 터져
버린 엄마 개구리처럼 자신의 한계를 초과하는 욕심을 부리고 그 결과는 모두를 잃게 되는 것이다.
태양이 항상 빛나지 않듯이 우리의 삶엔 태양과 비, 폭풍우가 공존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완벽할 수도 없고, 모든일에 성공할 수도 없다. 항상 용감할 수도 어디서나 잘 적응할
수도 없으며, 매 순간 침착할 수도 없고 늘 자신감이 넘칠 수도 없다. 그러니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어도 된다. 온전한 자기 모습을 인정하고 허락한다면 삶 그 자체로 만족하게 될것이다.
단, 피상적 만족은 피해야 한다. 나른하고 의욕이 없는 만족인 이것은 내면의 참된 안식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포만한 만족'으로 움직임이나 변화가 거의 없이 외부의 자극에 지극히 폐쇄적이며 부
정적이다.
안셀름 그륀은 신부이다. 그래서 그의 글에서는 종교적인 색채가 짙게 드러나고 그것을 사용해서
자신의 글을 설명한다. 전작인 '어린왕자'에서도 그는 풍부한 지적 상상력과 재능으로 하나님을
끄집어 냈었는데 여기서도 그의 하나님을 등장시킨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에게 각각의 유일한
이미지를 주셨고 직접 만드신 후에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이런 이미지를
정확하게 묘사 할 수는 없지만 자기자신과 조화를 이루고 그것을 닮아 갈때 그 이미지와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분이 주신 무조건적인 사랑은 어떤 업적이나 선행을 대가로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거져 주어지는 것이다.
저자가 마지막에 말하는 '오늘만 행복하게'는 매일매일의 행복을 의미한다. 매일매일 행복하게
살기 위해 주어진 오늘에 만족하고, 오늘에 최선을 다하며 오늘을 즐기는 삶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고 이런 삶이 이미 '충분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