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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 물욕 ㅣ 먼슬리에세이 1
신예희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5월
평점 :
황선우 작가의 프리뷰 처럼 나도 정확하게 쓴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뚜렷한 관점으로 사실을
직시하며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표현한 글을 읽을 때 나는 희열을 느낀다. 신예희 작가가 '지속
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에서 보여준 글이 그랬다. 낭비 없는 동작으로 목표물을 조준하고
가성비와 타협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쏟아 낸다. 그런 그가 없는 것이 많고 필요한 것은
널려 있고 사고 싶은 것은 부지기순데라고 말하며 돈지랄에 대해 말한다. 그 기쁨과 슬픔에 대해.
돈지랄.
우리에게 이 말은 좋은 의미 보다는 착한 소비나 현명한 소비의 반대되는 말 정도의 부정적 의미로
사용 됐다. 저자는 출발부터 다르다. 돈을 쓴다는 것은 마음을 쓰는 것이고 돈지랄은 '가난한 내 기분을
돌보는 일'이라는 타당성 마저 들이댄다. 그래서 자신의 헛 돈지랄을 넘어서 제대로 된 현명한
돈지랄을 시작한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솔직하게 말한다. '보여주고 싶고
티내고 싶고 자랑하고 싶다.'
'아끼면 똥 된다' 나의 지론이기도 하다. 정말 그렇다. 괜히 이건 좋은거니까 나중에 라든지 이건 맛있는
거니까 나중에 라는 어설픈 쟁여두기로 버리고 망치고 손해 본게 한 두번이 아니다. 그냥 괜히 아끼다
똥이 되어 버리면 버릴 때 두 배의 아픔이 찾아 온다. 사실 아낄 물건은 아끼고 후딱 써야 할 물건은 얼른
써야 하는데 우린 정 반대로 할 때가 많다. 지금이 제일 맛있고 지금이 제일 예쁜데 아껴서 똥을 만든다.
물론 똥을 폄하 하거나 똥의 기능과 효용 가치를 절하 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냥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져
버린다는 의미다. 언제 올지 모르는 나중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자는
말이다.
저자와 나는 여행 패턴이 비슷하다. 20대에 잠만 자는 숙소 비용이 아까와 유스호스텔이나 난장도
불사했던것도, 30대엔 그나마 조금은 사람 사는(?) 공간 같은 저렴한 호텔을 사용했던 것도, 40이
넘은 후론 독립적이고 편안한 집과 같은 레지던시나 아파트 같은 곳을 찾게 되는 것도 그렇다. 커피를
유난히 좋아 하는 나도 여행지 숙소의 선택 고려 사항 중 하나가 '스타벅스'가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와
숙소 주변에 맛있는 커피집이 있느냐다. 맛있는 커피 한 잔이 주는 행복감은 하루의 컨디션을
좌우하기에 더욱 그렇다. 내가 여행에서 누리는 최고의 사치는 아마도 '커피'일 것이다.
세상에 '절대'는 없다. 절대하지 않을거야라고 했던 말들 중 과연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세상은 변하고 나의 기준도 변한다. 결코 절대는 없다. 취향이란게 유행이라는게
원래 돌고 도는 것이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그냥 변하는 것에 맞춰 순응하면 된다.
억지로 벗어나려고 발버둥칠 필요도 몸부림칠 이유도 없다. 그래봐야 본인만 힘들고 지친다. 그냥
그 흐름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즐기면 된다. 저자의 마지막 말이 참 기분 좋다.
'오늘도 내일도 좋은 것을 욕심내며, 기쁘게 지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