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JOY 이번엔! 강원도 - 대한민국을 누비는 기분 좋은 여행 ENJOY 국내여행 시리즈 1
강석균 지음 / 넥서스BOOKS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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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원도에서 태어났다. 비록 인생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지냈지만 난 여전히 강원도 사람인게

좋다. 그래서 매년 아무런 연고도 없어진 강원도를 몇번씩 찾는다. 기분이 우울해도 가고, 기분이

좋아도 가고, 갑자기 옛 친구가 보고 싶어지면 가고, 때론 정말 그냥 간다. 그렇게 몇 십년을 다니다

보니 대충 어느 구석에 뭐가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은 나의 착각이다. 작년에 방문한

묵호(동해시의 옛 지명)의 산 밑 야트막한 동네는 실로 처음 보는 시골 마을이었다. 산 밑에 자리한

그 동네는 아직 도심의 유행에 물들지 않은 옛 것 그대로의 감성을 가지고 있는 그런 곳이었다.

동네를 거니는데 밥 짓는 냄새가 어찌나 좋은지 한참을 냄새를 맡고 있었던 기억과 야트막한

지붕과 처마가 너무 신기해 뚫어지게 쳐다 본 기억이 난다. 이런 나에게 '이번엔 강원도'는 숨은

그림 찾기이다.

이 책은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살거리, 축제로 구성되고 각 일정마다 숙박일수를 고려한

친절함까지 보인다. 기대했던 책인 만큼 단숨에 읽어냈다. 읽으면서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면 '여기

이런 곳이 있었구나'하는 탄성이 나오고 익숙한 곳이 나오면 '그렇지 여긴 나와야지'라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나와 조금 다른 입장(나에겐 별로 좋지 않은 곳인데 호평을 하거나 많이 달라진 곳인데

옛 이야기를 쓴 곳)이 나오면 미간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참 친절한

책이다. 이 책 한 권으로 충분히 여러번의 강원도 여행을 준비할 수 있을 만큼 세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여행서는 직접 발로 뛰고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보고 냄새를 맡아 본 사람이 쓰면 다르다.

이 책이 그런 책이다. 구석구속을 아는 사람이 쓸 수 있는 그런 책이다. 강릉 중앙시장에 있는 진한

닭 육수에 살코기가 정말 많이 들어간 닭국밥을 내주는 진주식당(이 집 깍두기는 마약이다)이나,

직접 주인이 홍두깨로 밀가루 반죽을 펴고 면을 썰어 칼국수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태백의

한서방 칼국수(여긴 백숙이 무려 15,000원이다), 밤새 끓인 돼지 뼈 육수에 숭덩숭덩 썰어 넣은

돼지 수육이 잔뜩 들은 국밥을 맛볼 수 있는 홍천의 풍년식당(여긴 들어가면 식당 가득 퍼진 돼지

고기 냄새를 맡을 수 있다)은 로컬 분들이 별로 안 알려졌으면 하는 집들이다.

그러나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기대가 너무 커서 그런것이겠지만 소개된 몇몇의 숙소와 식당들은

온라인 상에 불친절과 청결 문제와 음식맛(이 부분은 상당히 주관적이다)등으로 논란이 된 곳이고

실제 나도 경험이 있는 곳도 있어서 '왜'라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굳이 사족을 더 하자면 먹거리

부분이 조금 더 세심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강원도를 여행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좋은 참고가 될 좋은 책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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