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기는 애쓰기다 - 당신의 삶은 이미 책 한 권이다
유영만 지음 / 나무생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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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앞 자리에 앉아 이야기하는 느낌이 들 만큼 편하고 쉬운 글을 쓰는 저자를 이 책에서

다시 만난다. 저자의 책은 겉멋이 들지 않아 읽기 편하고 좋다. 전작인 '생각지도 못한

생각지도'에서 만난 저자는 그랬다. 옆 자리 사람에게 툭 던지듯 이야기를 꺼내고 슬그머니

이야기를 닫는다. 명쾌하게 정답을 제시하려고 억지를 부리지 않아서 좋다. 이번 책에서도

저자 특유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번 책에서는 책쓰기를 주제로 살기, 읽기, 짓기, 쓰기를

이야기 하는데 전작이 자꾸 오버랩 되는것은 아마도 익숙함 때문일것이다.

특별히 경험을 이야기하는 글이 좋다. 불우한 사람들은 낯선 체험을 못하고 낯선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는 지적은 가슴이 멍해진다. 그렇다. 그들은 그런 사회적 제한과 문화적 단절 속에서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살아간다. 낯선 또는 경계 너머의 지적 자극을 받지 않기에 늘 정체되어

있다. 빠르게 변화되는 세대 속 정체는 도태다. 도태는 결국 사회적 이탈을 의미한다. 어쩌면

시작부터 출발선이 다르다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상이 사실이 되는 순간이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기 위해 모두가 부단한 노력을 하지만 현실은 늘 가진자들의 편이다. 세상은 뱁새의

가랭이가 찟어 지든 말든 관심이 없다. 가랭이 찟어진 뱁새만 억울하다.

저자가 말하는 '살다'는 지금까지가 아닌 살아가야 하는 지금과 앞으로를 이야기한다. 우리의

'다르게' 병은 우리를 궁지로 몰아 넣는다. 쥐도 빠져 나갈 구멍을 만들어 주고 몰아 가는데

이 상황은 구멍도 없다. 그래서 더 힘겹다. 그런 날들 하루하루가 쌓여 가는 것 그것이 '살다'이다.

이렇게 치열하게 부딪치는 삶의 편린들이 모아지는 것이 글쓰기다. 그래서 쓰기는 고통스럽다.

자신의 삶이 혹은 누군가의 삶이 그대로 드러나기에 그렇다. 누구에게는 기쁨과 감격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슬픔과 고통의 조각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쓰기는 이런 조각들을 모으는

작업이다. 이렇게 모아진 쓰기가 '짓기'가 된다. 한땀 한땀이 이어지고 모아져서 작품이 만들어지듯

삶의 조각과 흔적들은 그렇게 모아져 글이 된다. 이렇게 글이 이어지려면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데

가장 효과적인 경험의 방법은 '읽기'이다. 읽기를 통해 다른 세상과 만나고 소통한다. 다른 사람의

삶이 도전이 되고 지혜가 되어 나의 삶에 또 다른 흔적을 만든다. 물론 체험이 다양하고 생각이

풍부해도 쓰기를 통해 겉으로 표출하지 않으면 정리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글쓰기는 기법의

문제이기 이전에 삶을 글감에 녹여내는 '자유하기'이다. 이 나유하기가 가능케 되는시작이 읽기이다.

'세상에 오리지널은 없다. 모든 창작은 뒤섞은 것이다'라는 T.S.앨리엇의 글이 생각난다.

신영복 교수의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라는 글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뭐든

해보는 것이 좋다. 머물러서 정체되기 보다 움직여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삶이고 글쓰기이다.

그래서 이 책 '글 쓰기는 애쓰기다'는 글 쓰기에 대한 책이기도 하지만 삶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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