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도미노
온다 리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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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카가 가와조에 겐타로의 뒤통수를 향해 그렇게 말한 순간, 눈부신 섬광이 하늘을 갈랐다. 
그때, 세계가 색을 잃고 모든 것이 흑백으로 변했다. 그 흑백의 순간에 그때까지 의미 없이 제각기 흩어져 있던 뭔가가 딱 하는 소리와 함께 하나로 이어진 것 같았다.
그 순간, 흑백 화면으로 변한 역의 중앙광장에서 동시에 사람들이 갑자기 여러 생각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것이 순간, 그들을 강하게 연결시켰다.”



첫 장부터 겁을 먹게 만드는 28명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한마디. 사실 나는 어느 책이든 등장인물 소개를 미리 읽지 않고 작품에 들어가서 소개되는 사람들이 나오면 그 때 처음으로 돌아가 찾아읽는다.

‘그런데 28명은 좀 심한거 아니야?’ 하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사실 등장인물이 많아서 초반에는 흐름을 타려고 좀 많이 집중했었지만 한 번 흐름을 타다보니 등장인물들의 개성도 눈에 보인다.

1억엔 짜리 계약서를 마감시간까지 본사에 전달해야하는 간토생명 직원들의 우여곡절, 또 다른 곳에선 아동 뮤지컬 <에미>의 오디션을 기다리는 아유카와 마리카가 설사약을 탄 음료수를 마시며 난항을 겪게 된다. 생애 처음 도쿄에 올라온 할아버지가 도쿄역에서 길을 잃고 도쿄역을 폭발시키려는 태러범들까지…



전혀 연관없는 사람들이 자기들의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결국 제목의 ‘도미노’처럼 서로 만나게 되버렸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등장시켜놓고 부드러운 만남을 써버린 작가님, 정말 대단하다.

온다 리쿠의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작품이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 었다. 이 책을 읽었을 때의 충격, 아직도 잊을 수 없고 내용은 기억안나도 작가의 이름을 뚜렷히 기억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이후 <밤의 피크닉>은 왠일인지 읽다 포기했던 기억이…)

그런 미스터리 작품만 쓰는 줄 알았는데 10년도 더 전에 이런 좌충우돌 우당탕탕 작품을 썼다니… 작가님을 새롭게 보게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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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에르난 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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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는 1920년대 미국 월 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한 앤드루 베벨에 대한 이야기에 관한 책이다. 정확히는 베벨에 대한 네 사람의 시선이 소설, 자서전, 회고록, 일기의 형식으로 표현되었다.

이 책을 아무 정보 없이 읽는 사람이라면 ’이게 무슨 내용인가?‘ 하고 황당했을 것 같다. 각 챕터마다 다른 형식으로 심지어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품고 있으며 측히 첫 번째 챕터에선 베벨을 벤저민으로 각색했기에 더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세 번째 부터 이게 뭔가 싶더니 머지먹 챕터에 팡!!! 소름… 와우!


제목은 ‘트러스트’는 신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이 책을 읽으며 대체 누구의 글을 믿어야 되는지에 관해 나온 제목이라 알았는데 금융적 용어에서도 다른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월 스트리스를 배경으로 했기에 경제, 금융, 돈에 따라오는 권력 등의 우리가 익히 알고 불편해하는 문제들을 이야기 한다.


다양한 인물들의 시각으로 주인공을 바라보니 뭔가 옴니버스식의 드라마 한 편을 본 느낌.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연작 소설이라 한 껏 집중하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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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산다 - 저마다 생긴 대로, 열심대충 곤충 라이프
주에키타로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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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개그랑 참 잘 맞는거 같다, 나. 너무 웃기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곤충들의 의인화가 기가막히다. 특히 앞서 말했듯 개그코드가 너무 재밌어! 작가님과 맞는건가?


각 곤충들이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해댄다’ 여름이면 우는 매미, 개미를 잡아먹으려는 개미지옥, 여왕개미를 위해 일하는 일개미, 공이 되어 곤충 체육대회에 열심히 쓰임받는 콩벌레 등 우리 일상과 다를 것 없이 일하는 곤충들의 아둥바둥을 보며 공감한다.


그리고 ‘대충’ ‘느긋’하게 사는 그들의 인생을 보며 위로 받는다. 오늘 하루도 꾸역꾸역 일하고 열심히 퇴근해서 집안일하고 아이들 돌보고 누우면 벌써 10시. 내 시간은 고작 1-2시간 뿐이지만 작가님 책을 읽으며 웃고 잠깐의 피로를 풀어본다.



오랜만에 웃엇담. 진짜 곤충들 표정도ㅋㅋㅋㅋ너무 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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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앰버슨가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0
부스 타킹턴 지음, 최민우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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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장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앰버슨 가문은 ’떼돈을 벌었고‘ 오래도록 부귀영화를 누렸다. 어디에나 폐급(?) 인물이 있듯 ‘위대한 앰버슨가’에도 그럴만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조지 앰버슨 미내퍼.
앰번슨 가문의 부와 명성만 믿고 세상을 발 아래 두고 마음대로 사는 망나니. 조지가 이렇게 큰 여러개의 이유는 앰버슨 가문의 부귀영화 그리고 어머니 이저벨이 아닌가 싶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그런 조지에게 나타난 운명의 사랑 ‘루시’. 그런데 조지는 루시와의 사랑보다 그녀의 아버지 유진이 더 신경쓰인다. 예전에 조지의 어머니 이저벨과 연인사이였고 파혼했으나 현재 다시 어머니에 끊임없는 청혼을 하는 유진. 자기 가문의 명예를 위해 유진과 어머니 사이를 방해하는데… (그런 신념이라면 조지 너의 행동부터 고쳐야 하는거 아니니? ㅋㅋㅋ) 어머니의 재혼이 가문의 명예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하는 조지.



퓰리처상 2회 이상 수상(위대한 앰버슨가, 앨리스 애덤스)의 영예를 안겨준 작품 중 하나인 해당 책은 연애 이야기라는 겉표지를 열고 들어가보면 인물간의 갈등이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있다.


한 가문의 흥망성쇠를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했던건 뭘까? 시대가 변화를 요구하는데 옛날 그 기억을 붙들고 요지부동을 외치는 한 사람의 몰락? 한 번 헤어진 사람과의 사랑이 정말 잘못된 것일까?

조지는 루시와의 사랑도 얻고 유진을 쫓아낼 수 있을까?
집안 묘사나 갈등이 자세하게 적혀있혀 상상하기 쉬웠던 작품. 뭔가 고전다운 면모를 볼 수 있었던 작품.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출판사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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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와 달빛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8
세르브 언털 지음, 김보국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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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사망, 사라짐, 없어짐이 아냐. 그런 게 아냐. 죽음은 사망에 이르는 행동이야. 불타는 듯한 살인의 황홀함을 즐기고자 하는 그 ‘저항할 수 없는 내적 강요‘ 때문에 지속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지. 터마시의 경우, 저항할 수 없는 그러한 내적 강요 가 자신의 죽음을 수행하도록, 그를 망아(忘我)의 희열로 이끈 거야.”


4개월 마다 하나의 테마인 시즌제로 세계문학을 출간하는 휴머니스트 출판사의 세계문학, 흄세 시리즈.
이번엔 4번째 시리즈, 테마는 ‘결정적 한순간’이다.



부끄러움 많던 미하이는 평소 땅을 휘젓는 소용돌이의 정체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중 울피우시 남매를 만나게 되고 안정을 찾으며 소용돌이의 존재도 사라지게된다. 울피우시 남매와 함께하는 시간도 많아지면서 소속감도 늘게 된다.

세상과 단정하며 매 삶을 ’연극‘으로 탈바꿈해 살아가던 울피우스 남매. 그 중 울피우스 터마시는 극기야 죽음을 연기하며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터마시에 완전히 매료된 미하이 역시 함께 자살을 시도 하던 중간에 포기하게 되고 그것이 터마시를 배신했다 생각한다.



어느 날 들려온 터마시의 죽음, 친구였던 에르빈이 성직자가 된 사연, 사랑했던 에버. 이 모든 이야기가 미하이가 신혼여행에서 옛 친구를 만나며 시작되었다.

결국 잘못 탄 기차는 둘을 갈라놓았다. 미하이는 에르지를 따라가지 않고 과거로의 여행을 지속하길 선택했다. 도무지 이해가질 않으면서도 에르지를 사랑하지 정말로 사랑하지 않았던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생각했던 스토리와는 전혀 다르고 새로운 전개로 흘러가는 이야기와 낯선 이국 땅의 배경이 ‘여행’이라는
설렘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여행이 얼마나 달콤했을지 아니면 씁쓸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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