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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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많은 경험 가운데 기껏해야 하나만 이야기한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작품은 책 속에 또 다른 문학 작품을 등장시키는 액자식 구성으로 주인공인 그레고리우스는 정해진 틀에 맞춰 살던 삶에 회의를 느껴 충동적으로 말도 전혀 통하지 않는 리스본으로 여행을 떠난다. 정말 영화 같은 계기로 삶을 놓아버리고 한 인물을 알게 되고 그 인물의 전기를 알아보는 영화 같은 스토리이다.

‘아마데우 이나시우 드 알메이다 프라두’
환상 같은 이 인물의 삶을 쫓는다는 단순한 스토리지만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키고 아마데우라는 사람을 소신 있고 신의 있는, 신격화된 인물로 만들어 600여 페이지나 되는 어마어마한 분량을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대단했다.



내가 느낀 아마데우의 첫 이미지는 ‘신격화’였다. 중등학교의 첫 등장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조르즈’가 그에게서 빛을 보았다고 할 정도로 아마데우는 뛰어났다. 학업에 뛰어났으며 그가 하는 생각 자체가 훌륭했다.

완벽할 것만 같던 아마데우의 인생도 종전에는 그것이 아니었음이 밝혀진다. 부모의 통제에서 느낀 억압, 의사를 원했던 아버지와 많은 것을 소리 없이 기대한 어머니. 자신의 목숨을 구한 오빠를 신으로 모시며 수발을 돕는 여동생. 특히 아마데우가 ‘모’에게 부치는 편지는 아기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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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생을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은 얼마나 의미 있고 소중한 일인가.
그레고리우스는 기적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렇지만 그의 끈질긴 열정이 없었다면 몰랐을 시간이었다.
아마데우를 회상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고 그의 인품에 감탄하고 무엇보다 그를 사랑했다. 그런 아마데우의 생전을 쫓던 그레고리우스는 무엇을 느꼈을까?


한순간 그레고리우스가 떠나버린 것처럼 읽는 나도 순식간에 몰입되어 은둔하며 읽었던 작품. 몰입력은 정말 대단했고 영화로도 나온 작품이라 영화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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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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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19세기 말 일본의 젊은 청년 ‘유코’. 그는 일본 특유의 단시인 ‘하이쿠’를 연마하는 청년이다. 유코는 겨울에만 77편의 하이쿠를 쓰겠다는 다짐과 동시에 겨울 산에 들어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편 의 하이쿠를 완성해야만 하산하던 그가 시의 완벽을 위해 시인이자 화가인 소세키 선생을 찾아간다.

화가라고 소개받았던 소세키 선생이 아이러니하게도 장님이었고 유코에게 눈을 감고 떠오른 이미지를 설명하라 한다. 유코가 소세키 선생을 찾아올 때 넘었던 설산에서 만난 ‘얼음 속 외국 여인’은 알고 보니 소세키 선생이 그리워하던 젊은 날의 부인이었고 그 여인을 사랑했지만 떠나보내기로 한다.


이 소설은 참 독특하다.
프랑스 작가가 일본을 배경으로 일본 문학인 하이쿠에 관한 작품을 썼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 작품은 시 같은 소설이다. 문장 자체가 아주 간결하고 깔끔하고 작품의 내용도 길지 않다.

총 3장으로 나누어진 작품이며 1장은 유코가 하이쿠를 연마하는 과정, 2장은 소세키 선생을 찾아가는 것, 3장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후이다.

특히 1장과 2장은 정말 기묘했다.
1장에서 승려인 아버지는 유코와 ‘시’에 관한 대립을 하며 유코가 눈(雪)만을 보며 시를 쓰는 것을 못마땅해 하지만 누구보다 유코의 작품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아들과 대립했지만 결국 아들을 사랑하고 인정하는 모습에서 부모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2장에선 장님인 소세키 선생이 세상을 바라보는 법이 인상적이었다. 그도 이전엔 세상을 볼 수 있었기에 나무가 초록색이고 하늘이 파랗다는 건 알 수 있다. 그러나 유코의 정확한 대답이 틀렸다고, 색을 제대로 입힐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아마 눈으로 보는 것 말고 온몸으로 느낀 감각을 보길 원한 것 같다. 유코가 눈을 감고 눈의 흰빛이 보인다고 표현했을 때 주위의 온도와 시간,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바탕으로 느낀 것을 말한 느낌이라…)


작품은 정말 추상적이다. 간결한 문장과 추상적 표현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게 했고 오롯이 독자의 해설로 읽을 수 밖에 없게 했다.
그게 작가가 의도한 것인가? 작품 자체를 독자가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

이 책은 글쓰기에 관한 것이다. 마지막까지 읽다 보면 소세키 선생은 ‘쓰기’란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해 준다.
“시인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시 쓰기라는 줄 위에 계속 머물러 있는 일일세. 삶의 매 순간을 꿈의 높이에서 사는 일, 상상의 줄에서 한순간도 내려오지 않는 일일세. 그런 언어의 곡예사가 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일세.˝
나는 이 문장이 결코 ‘글쓰기’에 한해서만 해석하지 않았다. 우리가 하는 모든 정신적, 육체적 활동으로 확대했다. 이 모든 활동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라고, 모두 힘들게 생각한다고, 그래서 위로받았고 힘을 얻었다.


<작가의 말>이나 <작품 해설>을 읽어보고 싶다. 마지막에 실린 <역자의 말>까지 추상적이라 이 작품은 내게 추상적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색채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 해당 작품은 ‘눈’의 흰색으로 시작했지만 무지개색으로 끝났다. 여전히 작가가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으나 내 나름대로 얻어 가는 것은 분명히 있다.
길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어려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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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 2022 소설 보다
김병운.위수정.이주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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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시작은 김병운 작가 때문이다.
2022년이 지나면서 다양한 유튜버들의 책 추천을 보던 중 김병운 작가의 책을 추천받아 도서관에서 빌려놨다. 그리고 찾던 중 전에 구매한 #소설보다 시리즈에 작가의 작품이 실려읽기 시작했다.

가장 좋았던 작품은 이주혜 작가의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이다. 인터뷰까지 꼼꼼하게 읽은 작품이며 여운이 정말 짙게 남았고 저자의 다른 작품을 찾아 ‘읽을 목록’에 담아놨다.


경제력을 잃은 아버지와 경제력이 부족한 어머니를 도와 20살 어린나이에 가장이 된 주인공이 자궁근종 수술을 위해 수술대 위에 올랐다가 영혼이 분리되어 누워있는 자신을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하는 작품이다.

가장이 된 이유와 회사에 취직하여 생긴 일련의 사건들을 회상하며 담담하게 이어나가는 작품에서 나는 어떤 공감을 느꼈던걸까? 특히 인터뷰까지 읽고나니 작가의 작품이 더 좋다.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어버린 주인공에 대한 동정, 회사에서 넘겨짚어버인 오해에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린 외톨이 생활, 동경하던 동료언니에게 따지거나 변명도 없이 무력하게 관계를 놓아버린 주인공이 마음에 와 닿는다.


같은 제목의 단편집도 궁금하고 특히 산문집도 눈에 띈다. 이것도 같이 읽어봐야지.

아…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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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도어 프라이즈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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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 지금 내 삶에 만족하고 사는지 돌아보게 한다. 결과적으로 후회는 없고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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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도어 프라이즈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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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세계가 어떻게 이렇게 좁아터질 수가 있지? 세계를 넓히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세계를 터뜨려버리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디어필드란 작은 마을 식품점에 새로 들어온 요망한 기계, 입속을 면봉으로 훑어 기계안에 넣으면 면봉에 묻은 DNA를 이용해 검사자의 가능한 키, 몸무게, 자녀유무 그리고 ‘직업’을 알려준다고 한다.
그것도 단돈 2달러로.

작품은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진행된다.
나오는 등장인물은 ‘허버드 부부’ 그리고 형을 잃은 시장의 아들 ‘제이컵’이 중심이되는데 그들과 엮인 많은 등장인물들과의 갈등이 감정을 고조시키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더글라스 허버드의 부인 셰릴린 허버드를 오랜시간 흠모했던, 듀스 뉴먼 (브루스 뉴먼)이 더글라스를 자꾸 자극시키고 성가시게 한다. 셰릴린 또한 디엔에이믹스(DNAMIX)기계의 결과지를 보고 많이 혼란을 느꼈고 그 틈을 타서 듀스 뉴먼이 꼬리를 흔든다.

안타까운 사고로 형을 잃은 제이컵은 형의 여자친구였던 트리나가 형의 장례식날 자기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겨 골치가 아프다. 형은 사고로 죽은게 아니라며 사건에 가담한 ’모든 이‘에게 복수를 해야한다고…

그리고 주민들의 변화도 눈에 띄었다. 자기가 ‘될 수 있었던’ ‘어떤 것’에 꽂힌 사람들이 본업을 놓고 검사지의 결과를 따르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수영을 한 번도 해보지않은 사람에게 ‘다이빙’이 나와서 마당에 수영장을 만들기 시작했다거나 ‘카우보이’ ‘카사노바’ 같은 결과에 마을 사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더글라스와 제이컵의 결과는 어떨지 그리고 몰아닥치는 일련의 사건들과 그 끝에 숨겨진 반전이 끝나고나면 폭풍 후 고요처럼 앞의 스토리때문에 방망이치던 심장이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나선 궁극적인 의문이 일었다.
만약 나라면?

정말 우리 집 근처에 그런 기계가 있고 마을 사람들이 결과지에 동요하고 영향을 받는다면 나는 어떻게할까? 나는 내 삶에 만족하는데 이것보다 좋은 ‘어떤 것’이 나온다면 만족할지 후회할지, 이것과 같은 ‘어떤 것’이 나온다면 안도할지 억울할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삶을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돌아보게 해줬다. 원래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 좋은게 좋은거라 생각해서,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어서 어차피 알아도 머리만 아플 것 같아서 검사는 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한가지 원하는게 있다면 하루 독서보장시간이 생겼으면 싶은 것.ㅋㅋㅋㅋ이제 곧 복귀니까… 하루 4시간만 보장되었으면 좋겠다. 그게 내가 제일 원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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