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라진 것들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평점 :
“그때의 우리가 어떻게 알았겠어? 그 모든 게 변한다는 것을, 그런 우리가 영원할 순 없다는 것을, 첫 아이가 태어나면 담배가 영원히 사라지고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 와인과 심야의 여유도 사라진다는 것을. 이제 우리가 함께하는 인생은 더욱 풍부해지고, 사랑과 선의는 두 배가 되고, 집안에는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웃음과 더 많은 재미가 있겠지만 결국 우리는 줄어들겠지.”
저자의 글은 스산하고 으스스하고 뭔가 일어날 것 같은 불안함이 느껴진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어떠한 자극적인 사건이 없는데도 나는 그렇게 느끼면서 끝나지 않길 바랬다.
너무 아까워서 조금씩 읽었다. 책장이 줄어드는게 이렇게 아까울 일인가? 심지어 1장짜리 초단편에서도 어떤 여운을 느꼈다. 이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느낌.
이번 작품은 중년의 불안함을 써냈다. 제목 그대로 단편들에서 주인공은 사라진 어떤 것들은 언급한다. 그것은 사람이, 물건이, 세월이 될 수도 있었다. 이제 30대 초반인 나도 어느 새 아이를 낳아 기르다보니 많은 부분을 공감하며 읽었다.
내가 외면했던 현실의 불안감을 읽은 것 같다.
내가 아이를 낳고 나서 잃었던 것들을 생각하면, 주위에 미혼인 친구들, 아직 아이가 없는 부부인 친구들을 보면 내가 잃어버린 ‘나’를 얼마나 그리워 하는지 느껴진다. 그래도 지금의 삶이 좋은 것은 아이들이 너무 이뻐서, 매일 매일 웃음을 주고 감동을 주고 사랑을 느끼게 해줘서 삶이 더 풍족해졌다.
사라진 것들 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다. 미래가 불안하고, 아이들을 생각하면 많은 것이 두렵고 걱정되지만 남편과 함께 헤쳐나가야지!!
-그래서 다음 작품은 언제 나오려나? 기대된다 증말
“나는 항상 책과 와인 한 잔, 때로는 칵테일 한 잔을 들고 그 방 에 앉아 있는 시간을 즐겼다. 그것이 요즈음 내 인생의 단순 한 즐거움이었다 -퇴근하고 돌아와 아이들이 잠든 뒤 저녁 두세 시간을 그렇게 보내는 것. 내가 더 거창한 것을 원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