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페이지터너스
마샤두 지 아시스 지음, 이광윤 옮김 / 빛소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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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는 날로 더해갔다. 이제는 누가 멀쩡하고 누가 정신병자인지 알 수 없었다.“


브라질에서 태어나 선천적으로 말더듬증과 간질병을 앓았던 저자. 사회적 차별을 받으며 열등감에 시달렸지만 인쇄소와 서점 등에 일하며 다양한 매체에 정기적으로 글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의 독창적인 문체가 수많은 브라질 작가들에 영감을 주었다고 하는데 국내에 번역된 작품으론 <정신과 의사>가 처음이다.



5개의 단편을 담고 있으며 특히 책 제목이기도 한 마지막 작품 <정신과 의사>가 인상적이다.



마을에 최초로 정신병원을 세우며 다양한 환자들을 입원시키는데 종래에서 누가 환자이고 아닌지 모를 정도로 엄청난 숫자가 입원하게된다.
광기 어린 의사의 실수인지 의학적 연구에 집착하는 전문가적 모습인지…
어느 쪽이 진짜 모습인지, 누가 환자이고 아닌지 헷갈리면서 우왕자왕하게 될 무렵 끝나는 작품이다.

거짓말을 퍼뜨리거나 그 거짓말을 지어내는 사람까지 입원시킬 정도였으니 마을 사람들이 겁을 먹는 것은 당연할 듯. 마지막엔 의사의 아내까지 입원시켰으니 진정 의사가 미친것인지 의학적 연구 이외의 의도는 없는 것을 나타내는지…



1800년대 후반에 쓰여진 작품이지만 현대사회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어 조금 놀라웠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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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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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다희를 보며 그녀는 입사 초기의 자기 모습을 떠올렸다. 회사 사람들에게 애써 최선을 다하려했던 자신의 모습을, 그뒤의 낙담을.”



여성에 관한 소설을 읽은지 오래된 것 같다, 의식적으로 피하기도 했고. 직장에서, 사회에서, 가족에게서 여성이 느낀 많은 실망감과 부조리함 그리고 정점을 찍었던 [답신]이란 단편.
사회적으로 많이 일어나는 가스라이팅. 가정폭력의 시작,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이렇게 시작하는지. 그걸 옆에서 지켜봤을 ‘나’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고통스러웠다.


그 뒤에 이어 나오는
[파종] [이모에게]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가족을 잃은 상실감과 상처로 서로 멀어지는 모녀, 가족을 위해 희생했지만 돌아오는건 매정함과 부당함, 식모살이를 통해 누구보다 그들의 삶은 이해하지만 매정하게 대하는 딸을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엄마.

<밝은 밤>의 감동과 여운이 너무 컸나, 그래서 기대가 너무 컸나. 현실과 너무 맞붙어서 더 답답했던 여성들에 관한 단편집, 부담스런 요리를 먹은 후 소화가 안 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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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최선
문진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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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단단함이 보이는 단편들. 여성들에 관한 내용이지만 전혀 의식하지 못했고 그래서 더 읽기 편했으며 뻔하지 않아서 좋았다. 앞으로의 작품들도 응원합니다. 신간 구독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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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최선
문진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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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홍수보다는 말의 빈곤이, 그보다는 침묵이 언제나 나았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 침묵했고 그 침묵에 만족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서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게 되었다.”




너무 좋았다! 진짜, 이렇게 좋을 수가.

생각해보니 9편의 단편 모두 화자가 여성인데 여성인걸 인식하지 못하고 읽었다. 보통 여성이 주인공이
되면 대부분 사회적 부조리, 성차별 등 읽기 불편하거나 뻔하거나 혹은 페미니즘인 듯한 느낌을 받아서 싫었는데 이 작품은 그런게 없다…!


이 작품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특히 제목인 ’최소한의 최선‘ 어쩜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뭔가 슬프면서도 예의바르고 가장 멋진 최선이 아닌가!

모든 단편이 다 좋았는데 꼭 꼽으라고 한다면 [변산에서] [너무 늦지 않은 어떤 때] [한낮의 빛] 이렇게 꼽겠다.
사실 모든 단편이 뻔하지 않고 불편하지 않고 단단했다. 그냥 내 마음에 더 와닿아서 세 편을 골랐다.


신선하다. 너무 편하게 읽었다.
읽고나서 여운이… 오늘 하루 정말 슬펐는데 다 읽고 덮으니 그 슬픔도 뭉글뭉글해진다.
전혀 다른 내용인데도 위로 받은 느낌. 단단한 내용들에 어떤 든든함(?)을 얻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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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가 날 짓눌렀다. 그것은 사방이 조용해서 생긴 고요가 아니었다. 내 자신의 고요였다.”




아이들이 자고 있는 집에서, 주방에서, 오븐에 머리를 집어넣어 가스 자살로 사망했다는 저자의 충격적인 내용을 어느 책에서 읽고 그녀가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영국의 유명한 시인이자 단편소설가.
내가 시를 읽고 이해하기는 어려울 듯 하여 자전적 소설이라는 작품 <벨 자>를 구매하게 되었다.



19살의 에스더 그린우드는 유명 잡지사의 공모전에 당선되 한 달간 뉴역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되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녀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메마르고 어두운 대도시를 경험했던 것 같다.

사실 작품 속 그녀의 우울이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에스더는 가파르게 떨어지고 추락했고 스스로를 놓아버렸다.
내가 겪었던 사회의 부조리함과 주위 사람들의 냉대와 냉정함을 에스더는 이겨내지 못 한 것 같았다. 그녀가 회복하지 못 할 정도로 차가웠겠지…
우울이 이렇게나 무서운 것이라 다시 느꼈다.



저자가 죽기 몇 주 전 가명으로 써낸 소설이라 그런지 작품 속 주인공을 자꾸 저자로 대입하고 ‘소설’ 보다 ‘자전적’ 이라는 말에 집중하게 되어서, 그저 그녀가 무너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어떤 것이 그녀를 회복시켰을지를 찾아보고 돌아보게 되었다. 그렇지만 결국 저자는 무너졌고 그 어떤 것도 그녀를 지탱하고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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