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말린 날들 - HIV, 감염 그리고 질병과 함께 미래 짓기
서보경 지음 / 반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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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한 사람들이 겪어낸 모든 어려운 시간들이 내일의 소중한 기억이 될 수 있기를. 그러려면 생명의 공통성 속에서 서로 이어져 있는 우리가 함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HIV에게 다른 미래를 주어야 한다.“

에이즈라는 질병은 성관계가 문란한 사람들이 걸리는 불치병이고 감염자에게 손만 닿여도 옮는 무서운 병이라는 인식이 어떻게 심겨졌을까? 커가면서 HIV는 치료가 가능하며 접촉을 통한 감염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HIV/AIDS 질병, 감염자들과 그들을 부양하는 가족,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이 되어버린 사람들에 관한 책이다.


에이즈의 최초 발견은 미국에서 나타났다. 다수의 감염자 중 겹치는 한 사람이 전파를 시작했다고 보고 있으며 감염자들 모두 남성 동성애자들이었다. 이 발견을 계기로 에이즈는 동성애자 그리고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이 감염된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우리나라로 오면서 그 인식은 ‘낙인’이 되었다. 1982년 에이즈의 존재를 알게된 대한민국은 1985년 주한 외국인의 첫 에이즈 환자 발생을 계기로 주변 접촉자를 찾기 시작했다. 1987년에는 접객업소 종업원 모두 HIV정기 검사 대상자가 되었다.
감염자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에이즈 감염여부를 알게되고 사회로부터 에이즈 감염자라는 ‘낙인’과 동시에 암매장 당하게 된다.


이후 증상이 나타난 환자들도 병원에선 받아주질 않고 그나마 받아준다는 요양병원의 환경도 감옥이 따로 없다. 치료나 돌봄은 전혀 안되어 같이 입원해 있는 다른 감염자의 도움을 받는다. 가족들도 외면하거나 심지어 돌보는 가족들의 삶도 같이 무너진다.



사회적 인식이 이렇게 무섭다. 에이즈 감염인의 경우 면역수치가 일정 수준 이하이면 전파력도 낮다고 본다.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당뇨나 고혈압처럼 만성질환으로 분류되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어쩌겠어. 내가 나를 살려줘야지. 나는 나한테 용기 를 주는 것밖에 모르니까. only know encourage myself“


내 주변에 없어서 전혀 모르고 관심도 없던 감염자들의 삶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한 감염인의 발표처럼 이들은 ‘우리는 그저 앞줄에서 먼저 바이러스를 만난 것뿐’일 것이다. 언제 내 주변 사람의 일이, 나의 일이 될지 모른다. HIV에 대한 인식 변화가 국가뿐 아니라 한 개인으로 퍼져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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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로런 그로프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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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한 중세시대 여성의 이야기. 그 시절 여성들의 입지가 얼마나 처참한지… 특히 수녀원의 불결한 환경에 놀랐다. 이 모든 걸 개혁적으로 바꾼 주인공의 리더쉽이 놀랍다. 이태까지와는 다른 저자의 작품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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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로런 그로프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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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는 하얗고 따뜻한 방의 바닥에 누워 있고 싶다. 비참하고 질퍽거리고 악취 나는 이곳에 있느니 이 육신의 감옥을 떠나고 싶고, 죽어서 어머니에게 가고 싶고, 더이상 존재하지 않고 싶다.“




내 최애 작가 로런 그로프의 또 다른 장편 소설. 구매할 때도 그랬지만 내용은 모르겠고 일단 작가 이름만 보고 구매한 책인데, 이런 내용이었나..

12세기 수녀원을 배경으로 프랑스어로 최초의 시를 썼다고 알려진 마리 드 프랑스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왕의 사생아로 태어난 마리는 잉글랜드 한 가난한 수녀원으로 보내진다. 가난과 죽음이 도사리는 수녀원의 부원장으로 임명되어 그 사실을 직접 목격한 그녀는 수녀원을 살리기 위해 일하기 시작하고 그를 계기로 수녀원은 다시 살아난다.

수녀원 구성원들은 마리의 놀라운 리더쉽을 따르게 되고 세월이 흐르면서 수녀원은 부유하고 강대한 여성들의 공동체가 되는 내용이다.


사실 소설 초반은 전작들과 전혀 다른 구성 때문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제일 읽기 힘든 구성이 긴 문단 속에 대화가 섞여있는 구성인데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대화체가 없고 문단에 섞여있어서 힘들었다. 문단 자체가 길면 읽는 입장에선 부담스러운데 그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


그래도 어느 순간 집중한 내 모습을 발견해서 놀랐다. 역시 저자의 글은 사람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수녀원이란 내용 자체가 내가 선호하던 내용은 아니지만 ‘마리’라는 인물이 이룬 업적이 매우 놀라웠다. 강인한 여성의 강인한 리더쉽이 죽어가던 수녀원을 어떻게 바꾸고 그 많은 사람들을 이끌던 내용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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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푸르셰 지음, 김주경 옮김 / 비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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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속이 뻥 뚫리는 금지된 사랑과 그 결말. 안 될걸 알면서 하는, 결말이 뻔히 보이는 사랑을 하면 파멸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낀다. 있을 때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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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푸르셰 지음, 김주경 옮김 / 비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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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겨우 두 번 만났을 뿐인 남자에게 문자를 보낸다.
당신을 원해요.
너는 혼자 웃는다. 오랜 세월 쌓은 품위와 관습, 원칙, 규범, 지혜, 신중, 성찰, 여유, 존중, 재치, 정절•••··• 이 모든 걸 단 하나의 문장에 불태워버리다니. 남김없이 모두 태워버린 까닭에, 너에겐 그렇게 얻은 이 홀가분한 기분을 표현할 단어 하나 남지 않았다.”



가정이 있는 교수 로르가 곧 열릴 심포지움의 발언자로 초청할 클레망을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강렬한 성적 자극을 느끼면서, 동시에 독자들에게 앞으로의 이야기가 굉장히 자극적이고 금기된 사랑을 암시하는 것을 전달한다.

이 책은 로르와 클레망의 시점이 교차되며 각자의 입장을 읽을 수 있으면서 더 생동감있게 다가왔다. 또 각자에게서 놓쳤던 감정적인 부분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서로를 원하는 감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현실적인 부분이 서로에게 어떤 변화를 주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이 책은 제목과 마찬가지로 불같이 사랑하다 불처럼 사랑이 꺼져버린다. 책을 읽다보면 대부분의 독자들이 이 사랑의 결말을 눈치 챌 것이다. 로르와 클레망은 서로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서로의 몸을 탐닉한다. 이게 과연 사랑인가? 이런 만남이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

이 책에 두 주인공은 정반대되는 성격이다.
굉장히 적극적인 로르에 비해 소극적인 클레망의 자세가 읽는내내 답답했다. 연락도 없고 답장도 없고 만남도 피하는 클레망이 로르는 대체 왜 좋단 말인가… 이런 남자에게 빠져서 가정과 아이들을 소홀히 하는 로르가 한심하고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여성을 한사코 뿌리치는 클레망도 한심했다.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이 생각나지만 남자의 입장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좋았다.
작품으로 나왔으니 각자 입장을 읽어서 좋았다고 하지만 로르의 남편 입장도 있었다면 이건 그냥 파멸이다. 불륜은 잘못된 사랑이고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속을 뻥 뚫어주는 속시원한 결말도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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