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제르미날 2 (반양장)

제르미날 2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2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그는 빵을 먹을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고통받지 않는 건 아니었다. 삭막해진 부부생활, 고통스러운 그의 삶 전제를 떠올릴때마다 숨이 턱턱 막혀오면서 죽음을 앞둔 사람 지럼 헐떡 시렸다. 빵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고 해서 모든 게 순조로운건 아니었다. 도대체 어떤 바보가 부의 분배에 모든 이의 행복이 달려 있다고 주장한단 말인가? 혁명주의자들의 그런 허황된 꿈은 기존의 사회를 무너뜨리고 또다른 사회를 세울 수는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류에게 기쁨을 가져다주거나, 빵을나눠줌으로써 그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는 없다. 오히려 이 세상의 불행을 더 확산시키면서, 사람들을 조용한 본능의 충족에서 끌어내 채워지지 않는 정념의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그렇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존재해야만 한다면, 나무나 돌,
‘아니 그보다 못한 모래알이 되어 사람들의 발에 짓밟히면서도 피 흘리지 않고 살아가는 것만이 유일하게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다.

[100자평] 내게 무해한 사람

[eBook]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7월

<쇼코의 미소> 단편 이후 그 변주곡들-

내게 무해한 사람을 읽고~

[eBook]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7월

“쇼코의 미소”는 내게 가히 충격이었다. 사소한 이야기에서 나오는 진자와 떨림은 현실에서도 그 책 속 문구 잔상에서 떠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 책 이후 나온 이 책 <내게 무해한 사람>. 바쁜 와중에 이 책이 출간됐다. 그 바쁜 와중에도 구입은 했으나 쉽게 펼칠 수 없었다. 예전 최은영 작가가 준 오랜 기간 간질거림이 내 삶을 지배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번에 단편을 읽자는 대회가 아니었다면 난 한참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같이 읽는 힘에 휩쓸려 이 책을 읽었다. 용기를 냈다.


<모래로 지은 집>은 내 20대를 돌아보게 하는 단편이다. 작가와 나는 두 살 차이가 난다. 그러니 내 대학 1학년 생활이 그녀의 고등학교 생활 때와 같다. 작가와 과거 추억을 같이 겹치는 건 재밌는 일이다. 모래, 화자(선미), 공무는 인터넷에서 만난 인연이다. 이들은 20대 초반을 함께 공유한다. 여자 둘에 남자 한 명. 이들은 서로 우정과 사랑 사이를 줄타기 하며 서로 상처를 주고 때로는 위로하고 이해해주며 그렇게 지낸다. 딱히 큰일도, 그렇다고 딱 이야기할만한 서로에 대한 섭섭한 점도 없건만 이들은 서로 연락이 서서히 멀어지고 결국엔 끊긴다. 그렇게 서로 모르는 사이고 10년이란 세월을 지내온다.


결국 그들은 관계는 모래와 같이 부질없는 것이었을까? 추억이란 것은 다 쓸모없는 것일까? 이야기를 과거를 향하지만 이 이야기를 글로 새기로 있는 건 현재의 나다.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됐을 이야기들. 이들은 사진을 찍지만 같이 찍지 않는다. 누군가가 혼자 있고 혹은 같이 있으나 바쁜 그런 무의식 순간들만을 찍는다. 혼자 있는 것 같지만 이들은 같이 였다. 결국 다시 혼자가 됐지만 말이다.


모래는 딱히 모자랄게 없는 아이다. 부유한 집에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그런 여자 아이. 참으로 신기한 건 이 셋 중에 가장 힘들고 방황하는 아이는 모래였다. 항상 어느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 외롭지 않기 위해 굳이 자신이 가진 마음을 숨기고 외부 상황을 꾸몄다. 마음 속 진실과 겉으로 보여주는 모습이 달랐기에 모래는 항상 불행했다. 이 모습을 이해하고 동정하기까지 화자는 참으로 긴 세월을 지내야 했다. 그런 모래를 이해할 수 있을 때쯤 그게 모래의 마지막 만남이 되어버렸다.


항상 우린 누군가 내 진심을 알아주길 바라면서 그 사람이 내 진심을 알아챘을 때, 무서울 정도로 심한 모욕감과 수치심이 들기도 한다. 참 어쩌라고. 알아주길 바라면서도 몰랐으면 하는 마음. 이게 작가가 갖고 있는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참, 이렇게 살면 얼마나 사는 게 힘들까 라는 생각도 해 봤다.


그런 아이에게 소설은 안식처일 것 같다. 나를 보여주면서 굳이 ‘나’라는 걸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공간. 숨 쉬고 살 수 있는 ‘물’같은 공간이 이 소설 속이 아니었을까. ‘물고기자리’ 운명을 타고난 작가에게 글은 자신을 살리는 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나는 그 시절 인터넷을 통해 멋도 모르고 많은 ‘오빠’들과 ‘친구’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이 나랑 계속 잘 살고 있다. 모래가 굳어져 시멘트 바닥이 되었는지 그 위에 집 짓고 잘 살고 있다.

왕따느낌 가득 영국 초등 육아

1.

제 딸들은 영국 초등학교에 작년 9월 중순 들어갔습니다.

맨체스터, 특히 이 곳은 초등학교가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난 동네입니다.

아이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는데 보내지 않는 것은 영국에서 범죄입니다.

무조건 학교에 의무적으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지요.

근데 워낙 아이들이 많아 한 달 가까이 학교 배정 대기를 받았습니다.

결국 배정 받은 곳이 첫째는 남쪽으로 3km 둘째는 서쪽으로 2km되는 지점이었습니다.

이건 아이들 편의를 봐주지 않고 한 졸속행정이지요.

어쨌든 우리 아이들은 이 동네에서 좋다고 하는 종교적이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공립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작년에는 유엔 교욱 은메달을 받았는데 올해는 유엔교육 금메달을 받았다고 하네요.축하 축하.

2.

문제는 극도로 개인주의적인, 아니 아니 도와주고 싶지만 부끄러워 잘 도와주는게 어려운 영국인 특성 때문에..

꽤 많이도 비참함을 느꼈습니다. 영국이지만 이미 영국 토박이들은 많이 다른 나라로 떠나고 이민자들이 많아요.

그나마 이민자분들이 따뜻하게 챙겨주세요. 사실 동양인 저희 입장에서 보면 그냥 다 서양인이니 영국인처럼 보이는데 아닙니다. 캐나다인, 미국인, 프랑스인을 비롯한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등.특히 여기는 카톨릭도, 성공회도 아닌 공립학교라 더욱 그런 특색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3.

영국학교에 대해 알려주는 좋은 책이 있습니다.

"영국육아"라는 책이에요. 이 책에서 저자는 저보다 어린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었습니다. 리셉션(프리스쿨)에서 y1을 지나는 모범적인 첫째와 자유분방한 둘째를 키우는 휴직맘 이야기입니다. 저랑 똑같이 남편 유학으로 강제 휴직을 하며 영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영국에서 배운 육아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아이가 잘 크고 있는지 방문하는 간호사가 있다는 것도 알았고, 영국 학부모 마인드에 대해서도 나름 알게 되었습니다. 아, 영국 특유의 훈육법이 있는데요. 이건 <영국육아의 비밀>이란 책에 담고 있습니다.

그건 차차 얘기해 볼게요.

4.

제가 이렇게 학교에 대해 얘기하는 이유는, 최근에 제게 일어난 아주 작지만 마음 아픈 이야기 때문입니다.

하루는 첫째 아이 하교날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다짜고짜 "엄마 왜 안 왔어?"이러는 겁니다.

뭐지? 학교 sns도 가입했고 속칭 반 단톡방에도 들어있는데 모인다는 이야기가 전혀 없었거든요.

그날 sports day였다는 거에요.일주일에 한 번 체육복입고 뛰는 날이겠거니 했습니다. 어디에서 알려줬냐고 선생님에게 가서 물었더니 학교 홈페이지 캘린더에 있었대요.제가 한국에서도 초등학교 홈페이지 그렇게 자주 안 가거니와 캘린더까지 찾아보기엔..심지어 휴일을 알려주는 프린트도 따로 나눠줬는데 그걸 볼 리가 없죠.

다행이도 둘째는 어떤 부모님이 단톡방에 알려줬어요.그래서 오늘 참석했습니다.

Oh, my. GOD.

우리 나라로 치면 운동회네요.세상에..모든 부모님이 오고 떠들썩합니다. 둘째 아이는 엄마와 눈 마주치면 손 흔들고 웃는데 그만큼 첫째에 대한 죄책감이 한 근, 두 근, 두 근 반...무거워만 집니다.

5.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에요.어느날은 SNS와 문자로 파자마데이라고 계속 연락이 왔어요.

잠옷에 대해 이야기하는가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그 날 모든 아이들이 잠옷을 입고 오는거에요.

학교에 잠옷이라니? 그나마 그 날 다행인건..나처럼 학교에 잠옷을 입고오는 건 상상도 못하는 동양권 아이들이 모조리 교복을 입고 왔다고 합니다. 그 이후 가끔 드레스 입고 와라 책 속 주인공처럼 입고 와라 삐에로 코를 하고 와라 등등 많은 "특별한 날"들이 있어 엄마들이 아주 힘...아니 즐겁답니다.

[100자평] 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

[eBook] 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
필립 마티작 지음, 이정민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6월

<마스터스 오브 로마> 풀잎관 6권을 마치고 사이에 재미로 읽은 책이다.역사가 아닌 소소한 로마인을 만날 수 있는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