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세계사 - 개정판 ㅣ 거꾸로 읽는 책 3
유시민 지음 / 푸른나무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눈을 제대로 뜨고, 창피하지만 사실인 세계사 바라보기.
비판적 세계사 읽기.
더이상 거꾸로 가는 세계를 만들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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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6-01-27 16: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청계천 책방에서 발견하고 기쁜 마음으로 구입해놓고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세계사 바라보기를 빨리해야겠어요^~^

책한엄마 2016-01-27 16:37   좋아요 1 | URL
사실 저는 참 힘들게 읽었습니다.인간이란 민낯을 보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어요.

해피북 2016-01-27 16:42   좋아요 2 | URL
역사책을 읽으면 그렇게 감정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은거 같아요ㅜㅜ 저도 마음 단단히 먹고 읽어야겠습니다^~^

책한엄마 2016-01-27 16:43   좋아요 1 | URL
네-같이 서평 작성했음 좋겠어요.^^

해피북 2016-01-27 16:46   좋아요 2 | URL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ㅎ 읽거되면 소식 전해보도록 할께요ㅎ 즐거운 오후시간 보내세요^~^

책한엄마 2016-01-27 16:46   좋아요 1 | URL
네-^^대화 즐거웠어요.
 
초정리 편지 ㅣ 창비아동문고 229
배유안 지음, 홍선주 그림 / 창비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시집 간 딸에게 한글을 시험해 보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렇다면 백성 중 누군가에게도 시험해 보고 한글에 대해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하는 생각이 들어서 쓰게 됐어요.(212)

 

굉장한 동화다.
너무 당연하지만 결코 잡아낼 수 없었던 주제.
바로 한글.
우리에게 한글은 당연한 문자다.
숨을 쉬듯 한글을 읽고 사는 나인데 정작 한글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 했다.
전에 소설 '뿌리 깊은 나무'라는 한글을 만드는 일을 살짝 비껴간 이야기가 있었다.
이 책은 완벽히 한글을 위한 동화다.
한글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 한글을 만들기까지 왕 세종의 고뇌까지 들어가는 수작이다.

이 책은

부모 복 없는 장운과 토끼 눈 할아버지와 만남으로 시작한다.
할아버지는 장운에게 먹거리뿐 아니라 신기한 글자를 알려 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 병으로 나날이 가세가 기울자 장운이 누나는 부잣집에 일을 해주러 떠난다.

살다 보면 참말로 힘든 고비가 한 번은 있다고 했어. 그것만 잘 견디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어머니가 그러셨다. 그 힘든 고비가 지금인가 봐. 장운아, 우리 잘 견디자.

장운은 멀리 떠난 누이와 할아버지가 알려준 문자를 통해 소식을 듣는다.

 

장운은 형 오복과 약재상 손녀 난 이에게 글자를 알려준다.
난이는 글자를 익혀 자신이 익힌 약재를 기억하기 위해 쓴다.
장운은 아버지가 헸던 돌을 깎는 일을 배워 경성에 가 대웅전을 만드는 일을 돕는다.

그 사이 자신이 정성을 다해 만들었던 작품이 깨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누가 그랬는지 찾으려 하지 마라. 너를 해코지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네 책임이다. 미움을 못 풀어 준 건 너일 테니까.(181-182)

장운은 이런 좌절에도 잘 극복한다. 자신에게 문자를 알려준 사람이 세종대왕이시란 걸 알게 된다.

밋밋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구성

이 책에 나온 인물들은 한결같이 착하다.
가장 입체적인 인물은 돌을 다루는 데 재능 있는 장운을 시기한 성수뿐이다.
심지어 처음 등장하는 토끼 눈 할아버지가 글자를 창제한 세종이란 사실을 깨닫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은 지루하지 않다.
이는 사이사이 아주 사소하지만 겪을 수 있는 시련을 넣었기 때문이다.
아픈 아버지를 부양하는 세 남매, 할아버지의 각박한 모습에 대신 미안해하는 약재상 손녀 난이.
한글을 통해 누나의 소식을 알게 된 장운에 대한 내용은 소소하지만 흡입력 있게 이야기를 이끈다.
처음 착하기만 한 평면적 인물을 배치한 데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만약 인물을 입체적으로 묘사하고 이야기가 전개됐다면 
이 이야기의 주된 테마인 '한글'은 쉽게 눈에 띌 수 없다.
착한 아이들이 갖고 놀았던 문자를 중심에 두기 위한 작가의 세심한 배려를 뒤늦게 깨달았다.
 
처음 만들었을 때 대신들이 새 글자 쓰는 걸 반대하여 조정이 꽤 시끄러웠다고 하는구나.
그렇지만 임금님이 강력하게 밀어붙여서 결국 반포하셨단다.(133)

이 책 속 주인공은 한글을 알려준 세종도, 그걸 배운 장운도 아니다.
바로 내가 쓰면서 타인에게 내 감정을 알리는 바로 이 '한글'이 주인공이다.
한글을 중심으로 잔잔한 이야기를 전개한 세련된 전개가 참 마음에 들었다.
세종 시대 '한글 창제'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아마도 꽤나 긴 시간 동안 이 동화책이 아이들에게 한글 기원을 알게 하기 위한 교과서 자리를 차지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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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 (양장) ㅣ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지음 / 애플북스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두움 속 사춘기 재석이.외제차 탄 할아버지를 만나 빛을 보고 바로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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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25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꿀꿀이님, 맛있는 저녁 드시고, 따뜻한 시간 되세요.^^

책한엄마 2016-01-25 18:1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국은 뭘 할지..ㅠㅠ

서니데이 2016-01-25 18:12   좋아요 1 | URL
저녁이면 저희 엄마도 늘 하시는 이야기인데요.^^
저희집은 메뉴 선택권은 전적으로 엄마가 가지고 계셔서.^^
 
혼자 가서 미안해 - 걱정 많고 겁 많은 유부녀의 3개월간의 유럽 가출기
권남연 글.사진 / 꿈꾸는발자국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유부녀 가출하다.

 책 제목을 본 순간 갖고 싶었다. 나도 언제가 미안하지만 '혼자'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다. 나도 저자처럼 엄마고 아내고 며느리고 딸이다. 하지만 온전히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시간은 아무리 애를 써도 하루 몇 시간뿐. 그 시간마저 엄마에게 "책 읽는 시간을 줄이는 게 어떠냐"는 말을 들었을 때 분노를 참기 어려웠다. 저자처럼 극도의 스트레스로 월경까지 끊길 정도는 아니다. 그렇기에 소심하게 또 나는 책을 펼치고 마음만 여행하는 곳으로 날아간다.

여자 혼자 여행

 언젠가부터 나는 여행기를 읽지 않았다. 어느 아나운서는 지나치게 자신이 맺은 인맥에 대한 자랑 글이 대부분이었다. 지도를 뛰쳐나가라던 혼자 여행하기로 유명했던 여성 작가는 과장 거짓 내용으로 많은 물의를 일으켰다. 나와 다른 조건 사람들이 여행하는 여행기는 이질감이 들기 마련이다. 이 책은 마치 나를 위해 만들었다는 듯 나와 같은 조건과 상황인 저자는 나를 편하게 같이 여행으로 안내했다. 
 작가는 내게 알려준다. 혼자 여행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말이다.

혼자 하는 여행은 때때로 외롭지만 적어도 하이킹을 하는 동안에는 외로울 새가 없다. 오히려 혼자라서 더 좋기도 하다. 온전히 풍경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온전히 내 페이스대로만 움직일 수 있어서.(43)
혼자 여행하면 이렇게 모든 감정들이 오롯이 내 몫이 된다. 우울함을 이겨내는 일도, 스트레스를 푸는 일도, 모두 나 스스로 해야 한다. 그러면서 강해진다. 나 자신을 알게 되고, 스스로를 돌보는 법을 찾게 된다. 당시에는 서러울지 모르지만 지나고 보면 꽤 뿌듯하고 보람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간다.(77-78)

이렇게 혼자 여행하는 매력에 빠질 무렵 큰 어려움에도 봉착한다. 다름 아닌 다른 남자들의 과도한 추태. 여행하는 혼자인 여자에게 쉽게 호의를 가장해 희롱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자는 일단 조심하고 볼 것.
특히 인사를 가장한 스킨십에 요주의!! 탕탕!!(125)

이 책은 진짜다. 진짜 평범한 유부녀의 여행기. 그렇기에 혼자 여행하면서 느낌과 남자들 때문에 겪었던 곤란들이 제대로 전달됐다

멀리 있기에 보이는 것들

 저자가 가는 여행에 대한 감동과 행복은 덤이다. 여행을 통해 놓고 온 자신이 지켜야 하는 자리에 대해서도 더욱 구체적으로 생각한다. 결코 그 안에 있다면 볼 수 없는 것들을 본다. 혼자 여행하면서 혼자이기에 힘든 일들을 겪으면서 남편 부재에 대해 뼈져리게 느낀다. 여행 막바지에 신혼여행으로 간 터키에 다시 온 저자는 혼자 온 터키는 예전같이 좋은 느낌이 아님을 통해 절절히 깨닫는다. 그렇기에 전화로 남편에게 자신이 겪은 남자에 대한 곤란을 얘기했을 때 화가 난 남편을 이해한다.

결국 의심도, 질투도, 오해도, 사랑이 있기에 존재하는 감정일 거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내겐 확신이 있었다. 이 사람이 날 사랑한다는 확신. 세상 누구보다도 날 걱정하고, 위해주고, 내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확신. 비록 때때로 오해하고, 의심하고, 질투하고, 맘에 없는 말로 상처 주기도 하지만 본심은 날 누구보다도 믿고 싶어 한다는 것. 그래서 이 먼 곳까지 나를 보내줄 수 있었다는 것. 나는 그 마음을 알아줘야 했다.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고마워해야 했다.(151)

 시할머니에 대한 문제도 스스로 해결하는 저자 모습을 본다. 그러면서 나 또한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타인 탓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보았다.

처음엔 그저 시할머니가 문제라고만 생각했다. 자꾸 스트레스를 주니까 아랫사람 된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문제는 나 자신이게도 있었다. 그렇게 무조건 참기만 해서는 알 될 일이었다. 신랑을 위해, 할머니를 위해, 배려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감정을 무시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280)

 참는 일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사실. 쉽지만 그 안에서는 해결할 수 없던 사실을 여행을 통해 '혼자'가 된 저자는 답을 얻는다. 타인을 생각하기 이전에 나 자신도 생각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이 왜 삶 속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았는지. 내 감정이 먼저 존중받아야 타인 또한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긴다는 사실을 저자 여행을 통해 엿보았다

지극히 사람다운 여행기

 이 책이 좋은 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지극히 인간적인 여행기. 나도 겪을 수 있는 일들이 자주 일어난 다는 사실이다. 항상 예약 때문에 힘들어한다. 교통비 또한 무시할만한 가격이 아니라 버스를 타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를 보면서 나도 겪을 수 있는 일임에 같이 손에 땀을 쥐며 책에 빠져 들어간다. 북유럽에서 겪은 호텔을 잡은 일은 내가 저자가 되어 같이 화를 냈다. 카드 내용을 고치지 않았다고 환불이 없는 룸 취소가 됐다는 사실로 오간 이메일은 어이가 없었다. 버스가 이유 없이 승차를 거부하고 얻어 탄 한국인 관광객 렌터카를 타다가 오히려 속도위반으로 범칙금을 내는 모습을 보며 괜한 죄책감을 느낀 부분도 재밌었다.
 동유럽에 진입하면서 여자들이 어마어마하게 예뻐 위축된 모습에 공감했다. 같은 주부이기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선물처럼 펼쳐졌다. 폴란드에서 접시! 작은 짐에 대한 중요성을 피력한 저자 소신을 깨뜨린 주범 그릇들. 이 그릇 때문에 작가 짐은 두 배로 늘어난다. 이를 사수하기 위해 겪는 저자 고난기는 마치 내 이야기를 보는 듯했다. 싱가포르에서 냄비랑 프라이팬을 사 오느라 쌀포대 같은 가방을 사서 낑낑 갖고 들어온 기억이 떠올랐다

돌아오지 않는, 그래서 소중한

 생일을 타국에서 혼자 맞는 저자. 그런 마음을 아는지 우연히 만난 할머니는 청춘이 참 좋다는 얘기를 건네준다. 딱히 한식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석 달 만에 먹는 한식은 두 세배 비싼 가격에도 집밥만큼 맛있다. 며칠 후면 볼 수 있는 남편 모습에 가슴 설레한다. 
 읽기에 다소 글자가 작다. 책 안에 지도도 없어 겨우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을 이용해 저자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유추하며 읽어야 했다. 큰 챕터로 나뉜 형식이 아니고 그저 가는 여정에 따라 글을 읽어야 해서 산만해 보이기도 했다. 글 또한 소박하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뿐 아니라 나에게도 소중하다.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저자의 용감한 결정. 그리고 누구보다 솔직한 마음을 담은 여행기. 작가의 시각으로 담은 깔끔하고 아름다운 사진들. 이 소중한 자료가 모여 책이 됐다.

 열심히 책을 읽고 있으니 남편이 그런다.
"언젠가 너도 혼자 여행 가봐."
웃으면서 난 답한다.
"마음이라도 고맙네."

마음이라도 머나먼 유럽에 떠나게 해 준 이 책에게 참으로 고맙다.


책을 선물해 주신 꿈꾸는 발자국 출판사에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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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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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재밌었던 책으로 추천합니다.

이 책은 팟 캐스트에 제목을 치면 거의 대부분 독서 관련 팟캐스트가 나온다.
그 정도로 어느정도 책을 읽었다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책이니 이 추천이 부끄럽지 않다.

이 작가가 한 권으로 끝내려고 했던 책이 인기를 많이 얻자 그 후편인 `일곱번째 파도`란 후편 책도 냈다.
하지만 난 딱!!이 책 한 권으로 족하다.
나는 윤리적 결벽증이 있는 사람으로서 이 이상 나가는 주인공은 실망이다.
만나지 않는 사람과 나눈 편지를 10년 결혼 생활의 권태에 대한 도피처로 사용하고 해프닝으로 끝낸 딱 이 책 한 권이면 됐다.

소설이란 내가 할 수 없었던 일,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일들에 대해 진행시키는 매개체가 아닐까 한다.
다만 시작은 분명히 있을법한 일이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예술이다.
나라면 분명히 할 수 있는 실수로 이 책이 시작된다.

참!이 책은 오로지 이메일로 이루어진 서간문 스타일이다.

에미는 잡지 구독을 끝내기 위해 메일을 보냈는데 그 메일 철자가 잘못됐다.
잘못된 메일을 받음으로 시작된 언어심리학 교수 레오와 10년 차 두 아이 엄마 에미가 이메일로 사랑을 키워가는 이야기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한 이유는 이거다.
에미의 상황이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그녀의 현실 권태를 느낄 수 있다.

레오, 가족 소개는 이걸로 끝내죠. 우리 대화에서 아이들 얘기는 빼고 싶어요. 몇 달 전 저에게 뭐라고 하셨어요? 저랑 수다를 떠는 게 당신에게는 일종의 `마를레네 극복 요법`이라고 하셨죠?(물론 거는 이게 아직도 유효한지 모릅니다. 기회가 되면 말해주세요!) 당신에게 메일을 쓰고 당신의 메일을 읽는 시간이 저에게는 일종의 `가족 타임아웃`이에요. 이 시간이 일상 밖에 있는 작은 섬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그 섬에 당신과 단둘이서만 머물고 싶어요. 당신만 괜찮다면요.(149)

내 현실을 벗어나는 방법은 이런 소설을 읽고 에미에게 빠지는 것.
정말 건전하다!

에미가 얼굴도 목소리도 듣지 않은 레오라는 인물과 사랑에 빠진 이유를 설명해 주는 내용도 있다.
사실 에미는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로 죽은 엄마와 아내 자리를 대신해 10년째 가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린 마음에 자신을 좋아하는 두 아이와 나이 많고 이해심과 배려가 넘치는 남편 안에 그녀는 아마도 행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점점 이것은 사랑이 아니고 안정만이 존재하는 껍데기뿐인 공동체라는 생각에 이른다.

레오. 제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솔직히 고백하건대, 저는 오랫동안 그 누구와도, 당신과 그랬던 것처럼 격렬하게 감정을 나눠본 적이 없어요. 이런 식의 감정 교류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저 스스로도 놀랐답니다. 당신에게 보낸 이메일들에서 저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에미다운 에미가 될 수 있었어요. `현실의 삶`에서는 무난하게 버텨나가려면 끊임없이 자기감정과 타협을 해야 해요. 이럴 땐 과잉 반응을 해선 안 돼! 이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 이 상황에서는 그걸 못 본 척해야 해!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감정을 주위 사람들에게 맞추고,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량을 베풀고, 일상에서 오만 가지 자질구레한 역할을 떠맡고, 구조 전체를 위태롭게 하지 않으려면 균형을 잘 잡아 평형을 유지해야 해요. 저 또한 그 구조의 일부니까요.(169)

남자인 작가는 한 가정의 아내와 엄마로서의 여자들의 방황을 정확하게 잘 포착했다.
그래서 한 가정을 지켜야 할 의무를 가진 에미의 이 도발을 독자들에게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었다.
이들은 실제로 만날 듯 만나지 못한다.

에미에게는 가장 친한 친구라는 미아라는 친구가 있다.
에미는 인연이 아닌 마를레네와 깨끗하게 정리하지 못하는 레오에게 미아를 소개해준다.
미아를 통해 옛 여자친구를 아주 깔끔하게 끝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에미의 실수였다.
미아는 물론 좋은 여자였을지 모른다.
투박하게 생긴 이 작가는 어쩜 여자들 세계도 꿰뚫듯 잘 안다.
미아는 안정적인 가정과 멀쩡한 총각 교수의 사랑을 받는 에미를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러나 레오가 멀어지고 에미의 가정이 휘청거릴 때 미아는 다시 에미에게 다가와 친구`짓`을 한다.
미아와 레오의 만남은 결국 에미가 레오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다는 결론을 확실히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에미가 간절히 레오와의 만남을 원할 때 레오는 이렇게 거절한다.

우린 골라인에서 출발하는 셈이에요. 따라서 나아갈 방향은 하나밖에 없죠. 되돌아가는 것. 우린 미몽에서 깨어나는 지난한 과정을 밟아야 해요. 우리가 쓰는 글이 우리의 질제 모습, 실제 삶일 수는 없어요. 우리가 서로를 생각하며 그렸던 많은 이미지들을 우리의 실제 모습이 대신할 수는 없어요. 당신이 내가 아는 에미보다 못하다면 실망스러울 거예요. 그런데 당신은 내가 아는 에미보다 못할 겁니다! 내가 당신이 아는 레오보다 못하다면 당신도 우울하겠지요. 그리고 나 역시 당신이 아는 레오보다 못할 겁니다. 우린 만나면 미몽에서 깨어나 헤어질 테고, 일 년 동안 주린 배를 움켜쥐고 애타게 기다리면서 몇 달씩 지지고 볶았으나 막상 먹어보니 입에 맞지 않는 기름진 식사를 하고 났을 때처럼 속이 거북하겠지요.(278-279)

오랜만에 가슴 설레는 로맨스 소설을 읽었다.
최대한 빨리 후편도 읽어보고 싶다.
물론 내 도의적 결론은 이 책 한 권으로 족하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앞에 두고 편지로 싸우는 그 유치함이 참 예쁘고 사랑스럽다.
아이들 삼시 세끼 차려주고 씻겨 주고 다치지 않게 해 주는 삶에서..
가끔 책을 통한 이 정도의 이탈만으로 즐겁다니 참 난 소박하다.(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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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24 2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재밌었는데, 그 후일담은 궁금하지 않아서.... 그냥 딱 여기가지만! 하는 느낌? ㅎㅎ 그래서 후편은 일부러 보지 않았답니다^^

책한엄마 2016-01-24 21:45   좋아요 1 | URL
전 결국 유혹을 참지 못하고 봐 버렸어요. 오로라님의 선택이 탁월하셨습니다.다만 작가 외모는 털보 아저씨던데 어쩜 이렇게 여자 마음을 잘 알까요?짝짝짝!!

에이바 2016-01-25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꿀꿀이님. 저는 이 책을 데이빗 테넌트가 출연한 BBC 라디오 드라마로 알게 되었답니다. 좋아하는 배우 목소리로 들으니 더 좋더라고요. 반가워서 댓글을 남깁니다 ㅎㅎ

책한엄마 2016-01-25 18:00   좋아요 0 | URL
아니!!라디오 드라마요?@0@엄청 두근거릴 것 같아요.물론 들어도 무슨 뜻인지 모를 것 같아 안타깝긴 하네요.저도 반갑습니다.^^

에이바 2016-01-25 18:17   좋아요 1 | URL
책 내용과 거의 동일할 거예요. 팟캐스트 청취는 종료되었지만 테넌트 팬들이 유투브에 올려놨는데 시간나실 때 한번 들어보셔도... 주인공들이 이메일 주고 받다가 만나기로 한게 불발되고 했던 기억이 나요. https://youtu.be/RjoZNppoYFE?t=37s ///// 근데 더 찾아보니까 한글자막 버전도 있어요. http://tvpot.daum.net/v/fN6KzqRhzfo$

책한엄마 2016-01-25 18:20   좋아요 0 | URL
어머!!감사합니다.^^
귀중한 보물을 얻은 느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