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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세계사 - 개정판 ㅣ 거꾸로 읽는 책 3
유시민 지음 / 푸른나무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휘경 어린이 도서관 개나리 문학당 역사서 읽기가 끝났다. 역사서 중 가장 어려웠던 책 두 권 '역사란 무엇인가'와 이 책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무사히 마쳐서 뿌듯하다. 특히 이 책은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고 인생에 있어 좌표로 삼았다는 저자 유시민 작가님 시선이 돋보였다.
유시민 작가님은 이 책을 '일생일대 실수' 라고 지칭한다. 이 책은 젊은 시절 돈을 벌기 위해 어려운 환경에서 힘겹게 쓴 책이다. 지금은 환경도 나아지고 분명 글 쓰는 실력도 늘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데 이 책 인기를 뛰어넘는 책을 아직도 못 지었다고 한다. 이 책에 열등감이 있다니 이 얼마나 얄미운 발언인지.
그것도 그럴 것이 이 책이 만들어진 지 무려 30년 가까이 지났지만 그가 생각한 방향과 문체는 요즘 썼다고 해도 믿을 정도다. 각 굵직한 세계사에 관련된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뒤이어 나오는 저자가 쓴 개인적 견해가 세련되고 날카롭다. 역시 에드워드 카가 쓴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말하는 '미래를 바라보며 과거를 바라보는' 역사가로서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책이 바로 이 '거꾸로 읽는 세계사'이다.
왜 이 책은 '거꾸로' 쓴 것인가? 일단 이 책은 승자가 주인공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오히려 실패하고 무시당하는 약한 편 입장에서 보고 판단한다. 그럼으로 보편적인 역사 책에는 나오지 않는 이른바 '좌파'색이 진한 러시아 혁명이나 중국 공산당 이야기가 아주 세밀하고 자세하게 적혀있다. 그것도 아주 호의적 어조로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러시아 혁명을 구체적으로 이해해서 오히려 다시 읽은 '역사란 무엇인가'를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에드워드 카의 전공분야가 러시아 혁명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역사서 한 권이 생각났다.
곰브리치와 유시민 작가는 참 많이 닮았다. 곰브리치 또한 젊을 때 이 책을 단순한 용돈벌이를 위해 썼단다. 이 책은 현재 곰브리치가 이후에 지은 '서양미술사'와 함께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이른바 '세계사 울렁증'을 어느 정도 가라앉힐 수 있었다.
드레퓌스사건-진실의 승리와 더불어 영원한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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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도 세계사 교과서에 나왔던 '드레퓌스 사건'을 똑똑히 기억한다. 왜냐고? 시험에서 틀렸기 때문이다. '드레피스 사건'이라고 써서. 그때 나 지금이나 난독증이 있던 건지 이건 외국어니까 맞게 해주어야 한다며 교과서를 들고 항의했던 그 시절이 아직도 기억난다.(벌써 20년 전 일이다.) 그 당시 교과서에 단 한 줄과 흑백사진 한 장으로 끝났던 이 사건을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알게 됐다.
프랑스 고위 공무원이 자신이 가진 과오를 숨기려다 결국 유태인이기에 빽도 없고 인기도 없는 드레퓌스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중형에 처한다. 이 배후를 알게 된 지식인 에밀 졸라는 드레퓌스를 옹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시민들을 이를 알게 되어 분노하게 된다. 정작 드레퓌스는 자신의 무고가 얼마나 큰 가치인지 모르고 편안함을 위해 죄를 인정하고 감옥에서 탈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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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퐁 신부는 농민들이 굶주리고 있는 사실을 알리고자 왕궁 앞에 농민을 데리고 나온다. 수많은 군중을 본 왕은 두려움에 군인들에게 총을 발사하게 한다. 그렇게 왕은 자신의 명을 단축시킨다. 결국 이 난세에 레닌이란 사람이 등장한다. 마르크스주의를 믿고 행동하려는 이상주의자.
"경험은 바보에게도 가장 좋은 학교 "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역사를 보면 경험에서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숱하게 많다.(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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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강대국들이 식민지를 넓히는 데 혈안이 되어, 남의 것을 빼앗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었기 때문에 전쟁은 피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79)
레닌에서 스탈린으로 이어지는 러시아 공산주의자들의 일대기에 대해 서술했다. 민주적 방식으로 타인을 설득하며 일을 진행한 레닌. 그리고 그와 독립적인 의견을 갖고 있었지만 가장 필요할 때 조력했던 트로츠키. 이 둘 콤비 활약이 재밌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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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보이지 않는 손의 파산
항상 우린 자본주의가 이기고 공산주의는 졌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자본주의도 실패했지만 공산주의 이론을 접목해 다시 부활할 수 있었다는 말이 맞다. 이 대공황 부분을 보면 이기적 개인이 모여 처참하게 망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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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은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이상한 사건이다. 시민들은 나름대로 재산을 늘릴 수 있을까를 따져 본 끝에 주식값이 오를 때 샀고 내릴 때는 팔았다. 자본가들은 경기가 좋으면 투자를 늘렸고 물건이 안 팔리면 생산을 줄였다. 소비자들은 소득이 줄고 일자리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씀씀이를 줄였을 뿐이다. 모두가 현명한 행동을 했는데 사회 전체가 불행해졌으니 서로 원망할 수도 없었다.(128)
중국에서 공산주의자들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공산주의자들은 어려운 민초들에게 선의를 베풀고 예의를 지켰다. 이로 인해 인민들은 결국 공산주의자들을 아군으로 받아들였다. 이게 핵심인듯한데 이 부분은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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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은 장기 항전을 통해 민족 해방, 민주주의, 사회주의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이루려고 하였다.(196-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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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히틀러-벌거벗은 현대 자본주의의 얼굴
독일 사람들이 단체로 미쳤던(그렇게 설명하지 않으면 해석할 수 없는) 사건이다. 뒤이어 나오지만 일본 또한 제국주의 후에 독일과 같은 집단 광기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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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하는 팔레스타인-피와 눈물이 흐르는 수난의 땅
히틀러는 유태인들을 박해했다. 이를 계기로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살 곳이 필요하다는 것을 뼈져리게 깨우친다. 성경을 근거로 이스라엘에 간 유대인들. 이들의 선민의식으로 원래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날벼락을 맞는다. 전지적 팔레스타인 시점인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많은 충격을 받았다. 이들이 자살 테러를 감행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미완의 혁명 4.19-자유의 비결은 용기일 뿐이다
부당함에 항거할 수 있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자랑스러웠던 부분이다.
이 학생들 어딨니? 어디 갔니? 토익 보러 갔니?
창피하지만 사실 부모로서 내 딸이 국가에 항거한다고 하면 맨발로 뛰어가서 말리고 싶다.
그냥 토익학원 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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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침략하면서 저지른 전쟁범죄를 감추려고 역사 교과서까지 왜곡하는 일본 정부를 욕할 자격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