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요즘 빠져있는 영화 서평을 간단하게 첨가한 에세이다.
김영하 님은 처음 힐링캠프
`우린 이미 더 발전할 수 없다.˝라는 쇼킹한 논제를 던지며 내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토크 콘서트 `화통에서 왜 우리는 끔찍한 인물들이 난무하는 소설을 읽는가에 대한 내용을 듣기도 했다.
그의 책은 공교롭게도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처음 만나게 됐다.
그의 소설 제목들이 참으로 강렬하고..
그리고 그가 내가 좋아했던 이은주 님을 우울증으로 몰고 갔다는 `주홍글씨`란 영화의 원작자라는데 영~그의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냥 이건 내 본능이다.
하지만 그의 인간적인 면모는 마음에 들기에 이렇게 그의 실생활 생각이 들어있는 책으로 먼저 만났다.

그가 허구의 세상 말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공교롭게도 2012년 12월.
그리고 점점 현실은 소설보다 더 악하게 변화되어가고 있다.

그가 소설을 읽고 만드는 이유는 바르게 사는 현실만 안주하면 사람들은 숨 막혀 죽을 거다.
그러니 소설을 통해 새로운 악한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고 하는데..
지금은 소설이 현실이고 소설에서 유토피아를 찾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생각이라는 것을 유명 소설가라는 명예를 업고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물론 돌려 돌려 돌려서..

남의 위험은 더 커 보인다. 반면 자기가 처한 위험은 무시한다. 그게 인간이다. 나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쏘지도 모르니 이에 대비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로마인들은 화려한 연회를 열 때마다 노예가 은쟁반에 해골바가지를 받쳐 들고 손님들 사이를 지나다니게 했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 즉, `죽음을 기억하라`같은 깊은 뜻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게 연회의 흥을 더 돋우었기 때문이다. 해골바가지를 보면 술맛이 더 났던 것이다. 로마인들은 변태였나? 아니다. 지금도 그 전통은 핼러윈으로 면면히 이어져내려오고 있다. 그날이 되면 해골과 좀비 들이 거리를 행진하고 죽은 자의 가면을 쓴 사람들이 밤새 술을 마셔댄다. 핼러윈의 상징, 속을 파내고 불을 밝힌 호박은 즉각적으로 해골바가지를 연상시킨다. 죽음과 종말을 떠올리면 현재의 삶은 더 진하고 달콤해진다. 로마인들은 이천 년 전에 이미 그걸 알고 있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의 파국을 상상해보는 것은 지금의 삶을 더 각별하게 만든다. 그게 바로 카르페 디엠이다.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은 그렇게 결합돼 있다.(90-91)

우울증 환자들은 인간이 혼자라는 것, 죽을 수밖에 없는 가련한 운명이라는 것을 냉철하게 직시한다는 점에서 극단적으로 현실적이다. `혼자 죽는`고통을 미리 맛보고 있는 그들에게는 삶이 이미 죽음이고 죽음이 곧 삶이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들은 죽음으로 이 절대 고독을 끝장내고자 한다. 고층 아파트에서 아이를 밖으로 던져 죽이고 자기도 자살을 시도하는 우울증 환자는 `이런 세상 살아봐야 고통이다. 이게 아이를 위하는 길이다`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삶의 고통과 의미 없음에 대한 무서운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에피쿠로스가 죽음의 무의미성이라는 계단을 통해 고귀한 쾌락의 세계로 들어갔다면, 우울증 환자들은 삶의 무의미와 고통이라는 다이빙대에서 죽음의 세계로 점프한다.(94)

우리가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존재,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끝없이 변화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게 무엇인지 영원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장면은 바로 우리의 일상일 것이다.(123)

물리적으로 멀리 있다 보니, 사람들의 비통함, 분노, 연민은 여러 필터를 거쳐서야 내게 전달되었다. 물론 그 사건들을 생생하게 기록한 사진과 영상 들을 언제든 찾아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한국에 있는 것과는 천양지차였다. 보고 듣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한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 이해서는 단순히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데에서 좀 더 나아가야 한다. 보고 들은 후에 그것에 대해 쓰거나 말하고, 그 글과 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직접 접하지 않고서는, 다시 말해, 경험을 정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타자와 대화하지 않는다면, 보고 들은 것은 곧 허공으로 흩어져버린다. 우리는 정보와 영상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많은 사람이 뭔가를 `본다`라고 믿지만 우리가 봤다고 믿는 그 무언가는 홍수에 떠내려오는 장롱 문짝처럼 빠르게 흘러가버리고 우리 정신에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보기 위해서라도 책상 앞에 앉아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생각의 가장 훌륭한 도구는 생각을 적는 것이다.(208-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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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2016-02-05 2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우리가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존재,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끝없이 변화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게 무엇인지 영원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장면은 바로 우리의 일상일 것이다.(123) ”

이 말 진짜 진리입니다..

책한엄마 2016-02-06 00:00   좋아요 1 | URL
네-
어쩌면 우리가 책을 읽는 근원적인 이유도 이게 아닐까 합니다.
나를 알기 위해 배우고 읽고 생각하려고 책을 피는게 아닐까요?